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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27. 2023

청화산, 푸른빛 휘돌아 나가는

百山心論 9강 9장 88산 청화산


경계는 모호하고

돌고 도는 세상사


길흉화복 둘 아니니

인생지사 새옹지마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팩트 하나


그 또한 지나리니

낙장불입 일장춘몽



정상 근처


청화산(970m)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서 3시간

경북 상주에서 문경 거쳐

충북 괴산 의상저수지 내리는 코스


속리산 넘어와

청화산 조항산 거쳐

대야산으로 북진하는

푸르른 백두대간 


평평하게 늘어진 고개라는

들머리 ''


순간의 선택 운명 바꾸듯

내리는 비 

가는 길 바뀌는 선

한강과 낙동강 갈리는 분수령



분기령


한겨울이지만

남쪽 나라 양지바른 고개인지라

눈도 없이 시작되는 포근하고 완만한 육산


따사로운 햇살 내려

봄기운까지 느껴집니다.



평온한 들머리


그러기도 잠시

가파른 오르막 나타나며

아슬아슬 암릉과 밧줄

수시로 앞을 막는 거친 된비알


험난한 비탈길 올라 시야 터지며

'정국(靖國)'이 일본말로 야스쿠니(나라를 평화롭게 한다)이니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썩 좋지는 않지만

'백두대간 중심지에서 민족중흥을 꾀한다'는

'정국기원단' 서있습니다.


기원단 뒤로

천왕봉 문장대 속리산 거대 줄기

흰 눈 머리이고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정국기원단과 속리산


시 시작되는 아찔한 암릉

바위에 뿌리내린 노송들


속리산 마루금 아래

문전옥답 펑화로운 마을 풍경


거친 바람맞으며

백두대간 나아갑니다.



바위길


계속되는 비탈 오르고 올라

산정 가까워지자


눈길 얼음길 바람길

겨울산으로 바뀌고

거대 암릉 고드름 피워냅니다



눈얼음길


정상이 코앞인 헬기장

남북사면 교차점


른 하늘 흰구름

검은 나무 하얀 눈


녹고 있는 상고대

얼고 있는 상고대

강렬한 햇빛에 반짝반짝



녹고 어는 상고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다른 운명


동시피고 지는 얼음꽃


선 없는 경계

환상적 조화


한참을 감상합니다.



선 없는 경계


들머리서 한 시간 

갑자기 나타난 작은 바위더미 정상 


푸른색으로 '백두대간 청화산' 글씨 새긴

앙증맞지만 분위기 있는 정상석 반겨줍니다.


산정 너머 조항산 방면 

눈 덮인 겨울 한창 능선인지라

겉옷 입고 아이젠 장착합니다



정상


청화산(靑華山) 산죽과 소나무가 많아 푸르게 빛나는 산으로 경북 상주, 문경과 충북 괴산 3개

시군의 경계 이루며 그 중앙에 우뚝 솟아 있고

충북과 경북 가르는 백두대간 상 한 봉우리로 

멀리 소백산부터 하설산 , 주흘산, 조령산, 백화산, 희양산, 대야산 등의 어깨를 타고 조항산까지

이어져 온 백두대간을 서남쪽 속리산으로 힘차게 밀어붙여주고 있습니다.(괴산문화관광)



청화산 능선


조항산 쪽으로 북동진 하는  능선

해를 지고 잔뜩 얼어있는 급한 내리막

영화 아바타 1펀과 2편 다르듯

오를 때와는 전혀 딴 산 분위기


추위와 미끄럼 위에 펼쳐지는

거칠고 푸르른 백두대간 등줄기

웅장하게 휘돌아 나갑니다.



청화산 너머


조항산까지 801봉, 769봉 높고 높은 봉우리들

등근육 꿈틀대며 이어지고


첩첩산중 외줄기 벼랑길 

아찔아찔 누워있습니다.



조항산 가는 길


청화산 내려 갈림길서 아이젠 고장

한참 씨름했으나 복구 불능,


왼발 한쪽 아이젠 의지하여

스쿠바 다이빙 한쪽 핀으로만 헤엄치듯

조금 오버하면

한쪽 프로펠러 멈춘 비행기 조종하듯


스틱으로 균형 잡고

한발 한발 엇갈려 힘주며

엉거주춤 조심스레 나아갑니다.



비탈 능선


얼어붙은 칼날 능선

균형 잡느라 몸은 두 배 힘들지만


가야 할 방향 조항산과 대야산

걸어온 봉봉과 청화산


상고대 사이 문경 계곡

절벽 아래 의상저수지 함께

양옆으로 펼쳐지는 산겹겹


힘들어도 멋들어진 겨울 풍광

그림처럼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산겹겹


경치에 취해 미끄러지듯 비탈길 내려와 보니

한쪽 아이젠마저 어디선가 끊어져 사라져 버리고

양발이 맨땅 되어 대략 난감인데


가야 할 길은

절벽'길'도 아닌 그냥 '낭떠러지',

그것도 눈과 얼음 범벅된 까마득한 추락각


'양 프로펠러 모두 고장이니 동체착륙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돌아갈 수도 안 갈 수도 없으니,


계속 이어지는 낭떠러지

바위틈 간신히 손가락 끼워 넣고

팔다리 잔뜩 힘주어 한 발자국씩 내려와

돌아보며 절로 나오는 탄식


'내가 아이젠 없이 정녕 저 절벽을 내려왔는가?!'



내려온 내려갈 낭떠러지


아이젠 없으니

더욱 거칠고 미끄럽게 다가오는 길

곡예하듯 내리고 오르니


주변 경관 미친 듯 아름다워도

쉬이 다가오는 피로감


어차피 헤쳐가야 할

포기할 수 없는 난관,

심호흡 크게 하며 몸과 마음 다잡습니다.



조항산 근처서 본 의상저수지


조항산 바로  칼날 능선 끝내고

갓바위재에서 좌틀하여 내리는 길

등에 눈 덮인 땅이 닿는 거의 수직 하강


이럴 땐 차라리 스키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

또다시 미끄러지듯 구르듯

허벅지 힘주고 즐기자 맘먹고 내려옵니다.



갓바위재


임도 몇 번 가로지르는 직선

다행히 반쯤 내리니 눈은 없으나

수북한 낙엽과 돌알갱이로 계속되는 미끄러움


한참을 내려 가까스로 닿은 계곡은 

인적 없는 원시의 숲


숨겨진 안내 리본 찾아 개울 몇 번 건너고

우거진 잡림 헤치고 나아가

백만 년 만에 편안한 길 만나 직립보행합니다.


'사람은 평지에 적합하게 진화되었는데

 왜 오르고 내리는 길 택했을꼬' 자책하다


'스스로 택한 길 누굴 탓하노' 자위하며

금방 미소 짓습니다.



내리는 길, 계곡과 평지


능선에서 내려다보았던

거대한 의상저수지


청화산 조항산 백두대간 산그림자

함께 얼어 깊이 잠겨있고


마무리 운동 삼아 빠른 걸음으로

물 따라 이어진 둑길 한참을 걸어갑니다.



의상저수지


겨울산 아이젠은 반드시 여분 준비하자 반성하며

1시간 반만에 정상 오르고

4시간 40분 걸려 하산한

힘들지만 짜릿한 풍광 즐긴 산행


따듯한 커피 한잔에

흰구름 함께 흘러가는

푸르른 백두대간 돌아봅니다.



푸르른 백두대간


*2023년 1월 19일 맑고 쌀쌀한 날 산악회버스로 혼등했습니다

*늘재~정국기원단~헬기장~정상~백두대간 801, 769봉~갓바위재~의상저수지~옥양교 총 11km 6시간 10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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