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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29. 2023

모악산, 최강 한파 미친 바람

百山心論 9강 10장 89산 모악산


마음은

이리로


생각은

저리로



어디로 가든

뒤에 남을

가지 않은 길



누가 물으면

이리 말하려네


바람 따라

몸이 갔지만


선택과 책임은

바람 탓 아니라고



대원사 석탑


모악산(793m)을 다녀왔습니다


올 겨울 가장 추운 날

체감 온도 영하 20도 넘었습니다.


이런 날 웬 산이여?

산에 있다가도 내려와야 할 판인데?


산악회와 친구 일정 모두 맞추 쉽지 않아

설연휴 끝나는 날 장수 팔공산과 함께

1일 2산 예약한 전주 모악산 출정 스케줄


그런데 날씨가 장난 아닙니다.



모악산계곡


전북지사 근무하던 10여 년 전

금산사로   올라 친근한 산이지만 

인증 위해 다시 찾으려니

여러모로 잘 안 맞아 뒤로 미뤄졌던 곳이지요.


전주 발령받아 내려가며 후배에게 농삼아

그곳 쓸쓸한 카페 하나 소개해달라 했더니

'형님, 여기 카페는 다 쓸쓸합니다'

해서 웃었단 기억납니다.


맛의 고향 전주

콩나물국밥, 복어탕, 메밀국수, 일식, 한정식,

그리고 쓸쓸한 카페까지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맛없을 확률 겨우 5프로 


즐겨 다니며 이 호강했던 식당들과

떠날 때 감동주었던 훈훈한 인심


그  도시를  품고 있던  모악산.



전주시


차가운 새벽길 3시간

찬바람 몰아치는 장수 팔공산 입구 '자고개' 도착

차에서 내리니 온몸을 할퀴는 한기

한 발짝 움직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모악산이 목적인지라

첫 산은 워밍업 정도만 하기로 했는데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추위와 눈 덮인 비탈


30여 분 오르다 비닐 쉘터치고

요기하며 운기조식하기로 합니다.



팔공산 들머리


거칠고 세찬 바람 쥐어뜯는 비닐 천막

색다른 경험인지라 와인까지 한 잔 나누

이런저런 얘기로 오붓한 시간 보내고


다시 버스 타고 모악산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냉골 온골 왕복해서 그런지

친구의 컨디션 안 좋아 보입니다.



비닐 쉘터


시간 만에 도착한 모악산 관광공원

바람은 더욱 모질어지

얼어붙은 거리 한층 싸늘해진 날씨


친구 걱정에, 


따듯한데 들어가 맛난 거 묵고

막걸리나 한 잔 더하며  같이 쉬자

했더니


산 탈 몸이 아니라 그러고 싶지만

힘들게 여까지 왔으니 혼자라도 다녀오라

하길래


산은 어디 안 가니 다시 오문 되는 거고

몸이 먼저니 같이 꺾으몸부터 추스르자

했지만


차 한잔 하며 금방 회복하고 있을 테니

한사코 자기 몫까지 올라갔다 오라는데


잠시 티격태격하다 찻집에 친구 남겨두고

편치 않은 마음 무거운 발걸음으로

휑하니 다녀오마 하고 외로운 산길 나섭니다.



모악산 안내도


그래도 서두르면 안 되기에

급한 마음 누르고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천천히 그러나 쉬지 말고


계곡 따라 편하게 이어지던 길

대원사 기점으로

눈길 흙길 끝없는 돌계단으로 바뀌었지만


도시 근처 유명한 도립공원인지라

가파르긴 해도 잘 정비되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대원사와 돌계단


한참을 올라 산정 밑 수왕사 지나 오른 능선

인적 없차가운 벤치 하나 쓸쓸하고


내처 '무제봉' 오르니 시야 터지며

정상 송신탑과 건너편 산그리메

너른 호남의 평야와 '구이저수지' 떠오릅니다



무제봉에서


능선길 따라 간이 정상석 전망대


최강 한파

미친 바람


하늘도 구름도

산도 물도

몸도 마음도


칼집 나온 날 선 칼처럼

닿으면 베일듯

쨍하니 얼어붙습니다.



정상석에서


모악산(母岳)노령산맥 중봉으로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에 걸쳐 있으며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 펼쳐진 금만평야 동쪽에 우뚝 솟아 평야와 산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호남평야의 전망대라 불립니다.


금산사지(金山寺誌)를 살펴보면 '엄뫼'라는 말이나 '큰뫼'라는 말은 모두 아주 높은 산을 의미한 것인데, 한자가 들어오면서 '엄뫼'는 어머니 산이라는 뜻으로 의역해서 '모악'이라 했고, '큰뫼'는 '큼'을 음역하고 '뫼'는 의역해서 '금산(金山)'이라 적었다는데,

모악산 꼭대기에 아기 안고 있는 어머니 모습 닮은

큰 바위가 있어 모악산이라 했다고도 합니다.

백제땅 '벽골제'의 수원지도 모악산이며, 

정상에 서면 한국의 곡창인 '징개 맹경 외야미들',

즉 김제 만경평야가 발아래 아슴푸레 펼쳐지는데, 이곳을 기름지고 풍요롭게 만드는 생명의 물이 바로 모악산 꼭대기를 기점으로 흘러 나가고 있는 것과 대가람 금산사를 비롯하여 많은 암자와 신흥종교 단체를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듯이 품에 안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답니다.(모악산 도립공원)



정상 송신탑과 구이저수지


90분 만에 인증하고 서둘러 하산


녹푸른 수왕사 동백

붉은 꽃 대신

하얀 눈꽃 피우고 있습니다.



수왕사 동백


아담한 대웅전 석탑과 범종

대원사 스치듯 지나고


언뜻 우러른 하늘

가지뻗은 노송 푸르른데


선녀폭포 나르듯 내려

두 시간 반 만에 원점회귀합니다.



대원사, 선녀폭포


관광단지 상가는 날마저 저물며

더욱 썰렁해졌고


대추차 마시며 기력 회복한 친구 


고맙고 미안한 마음 전하며

뜨끈한 해장국으로

비닐의 추억과 소주 한잔 나누었습니다.



썰렁한 관광단지


*2023년 1월 24일 엄청난 한파 몰아친 날 산악회버스로 올랐습니다.

*관광단지주차장~대원사~수왕사~제봉~정상~원점회귀 총 5.3km 2시간 반 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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