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목련이 질 때까지 휴강이다~'
첫 수업 시 창밖 바라보시던 노교수께서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말씀하셨고 학생들은 환호했지요.
몇 주 뒤 꽃이 지고 강의실에 들어오신 노교수께서는 다시 봄바람에 캠퍼스 뒹구는 꽃잎들 바라보시며
또 눈물짓더니 말씀하십니다.
'저 목련이 다시 필 때까지 휴강이다!'
소요산
보통 첫 수업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으로 시작하는데, 열 번의 강의를 쉬지 않고 달려왔네요.
이제 1강을 끝내며 잠시 정리의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왜 100산을?>
'살아있음을 느끼려고'가 첫 번째 이유입니다.
숫자로 된 목표란 중요하면서도 부질없기도 하지요.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안 읽은 책의 수에는 차이가 없듯이,
아무리 많은 산을 올라도 안 오른 산의 수에는 차이가 없을 터이니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으려 합니다.
수락산
영욕과 회한의 시간을 반추하며,
'한 산 한 산에서 느낀 마음'과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추억'을 가슴에 쌓아가고 싶습니다.
역사 지리 인물과 나무와 꽃도 공부하며
젊어 무심히 지나친 풍경과 마음들을 헤아려보는 단초로 삼으려 합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함백산
<100산 선정 기준>
인증이 엄격한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따랐습니다.
문의해보니 블야의 100산 선정기준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산 중에서
그쪽 산악 전문가들이 직접 다녀본 결과 등산로가 안전하고,
GPS가 잘 잡히는 산을 고른 뒤 어느 정도의 지역 안배'를 하였다 합니다.
인증을 하려면 정상 근처에서 블야 앱을 켜고 GPS 발도장을 찍은 뒤
정상석이 보이는 본인 사진을 올려 인증 신청을 한 뒤 며칠간 승인을 기다려야 하니,
반드시 본인이 발품을 팔지 않고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GPS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좀 갈립니다.)
계방산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부터'입니다.
1월 19일 관악산에서 시작하여
함백산, 도봉산, 방태산, 계방산, 주왕산, 오대산 노인봉, 수락산, 소요산 거쳐 3월 5일 월악산을 다녀왔으니 총 두 달여 동안 10산을 했습니다.
높이 10,334m 거리 88.5km입니다.
산악회 버스 4회, 차량 2회, 대중교통 4회였고
혼등 4회, 친구나 동문들과 6회 등반했습니다.
안내 산악회는 서너 군데를 가입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원이 되어야 출발하지만, 대부분 쾌적하고 엄숙한 분위기입니다.
70산 이상을 한 고교동기들, 과 OB들과 정기적인 월례 등산이 잡혀있습니다.
비용은 N빵입니다.
여건이 되면 혼자서도 훌쩍 떠납니다.
도봉산
<계획이 다 있구나>
2강 역시 기회가 되는 산부터 하나씩 가려합니다.
이제 열산을 했으니, 이런 것 열 번 더하면 되겠네요.
한 달에 최소 5산 이상씩만 해나간다면, 맘먹은 2년 안에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일단은 체력과 시간이 되어야 하고 비용이나 주변의 성원과 운이 따라 주어야 가능할 테니,
열심히 운동하고 시간 아껴 쓰고 일하며 기도해야겠지요.
백산 선배들이 멀리 있는 산부터 하는 것이 좋다는데
기회가 잘 닿지 않아 할 수 있는 곳부터 다니고 있습니다.
3월 중 가시권에 들어온 산들은 가야산을 비롯한 5산입니다.
기회 되는 산이 없어지면 전략이 필요해지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려 합니다.
방태산
숙제하듯 무조건 오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한산 한산 모두 어쩌면 다시 오를 수 없는 소중한 산들이니,
공부하고 관조하고 정리하며 마음에 새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대산
'탄생 성장 성숙 쇠퇴 소멸'이 세상만사 라이프사이클이지요.
등산 과정을 '즐거이 기대하며 준비하고~즐거이 헥헥대며 열정으로 오르고~즐거이 정상에서 잠시 희열을 느끼다~즐거이 뿌듯함으로 조심스레 하산하고~즐거이 아쉬움과 만족감에 다음 산을 생각'하는
즐거움의 순환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고수들은 산을 오르는 고통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경지가 온다던데,
몸이 따르기 전까지는 정신으로 버텨야겠지요.
주왕산 주산지
봄에는 꽃 따라
여름에는 물 따라
가을에는 단풍 따라
겨울에는 눈따라
산을 간다고 하지요.
그러는 것이 그나마 그 산의 묘미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지만,
저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친구 따라 그리고 마음 따라' 다녀볼까 합니다.
지나온 10산을 소중히 되돌아보며,
2강에서 오를 10산을 더욱 겸손하고 부푼 마음으로 기대합니다.
주위의 관심과 성원이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월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