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의 명칭은 합천과 고령 지방이 대가야국에서 최고(最高)의 산이었기 때문에 ‘가야의 산’으로 불렸다는 설과, 인도의 불교 성지인 부다가야(Buddhagaya)에 있는 신성한 산인 ‘가야산’에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인도 가야산 정상은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실제 우리나라의 가야산은 불교가 전해지기 전에 우두산(牛頭山)으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불교 범어에서 ‘가야’는 소를 뜻하는데 가야산은 불교 성지란 의미를 갖는다지요. 가야산 주봉인 상왕봉의 상왕은 모든 부처를 뜻한답니다.
가야산은 예부터 해동의 10 승지 또는 조선팔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는 곳이기도 하며, 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 도량으로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 해인사로 잘 알려진 산이지요.
가야산 해인사
0630 양재역,
4명이 친구의 애마 카니발로 출발
일요일이지만 새벽 고속도로는 한산했습니다.
참외의 고장 성주 지나 가야산 장엄한 봉우리들 바라보며 합천 해인사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릴 때는 찬바람에 몸이 시렸지만 곧 적응이 되었습니다.
새벽 고속도로와 가야산 능선
해인사 극락교 지나 등산 1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봄이 깨어 흐르는 토신골 끼고 조릿대 무성한 산길 걷습니다.혼자 생각하며, 친구와 대화하며 혹은 연인과 속삭이며 걷기 좋은 오붓한 길이 이어지더군요.
초봄 따듯한 햇살이 조릿대 이파리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지만, 전날 월악산 다녀온지라 몸이 아직 풀리지 않아 오르는 발걸음은 좀 무거웠지요.
등산로 초입
조릿대,
벼과에 속하는 키 작은 대나무로 '조리 만드는 대나무'라는 뜻으로 산죽(山竹)이라고도 부르지요.
청정 고결한 선비정신과 유사하며 '약초 이야기'에 따르면, 항암 살균 해독 이뇨 작용 등을 가진 약용식물로 그 효능이 산삼에 버금간다고 하니 흔하지만 귀한 식물이며, 대나무처럼 수년만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지상부는 시들어 죽고 만답니다.
기다림과 인내의 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릿대
그런 조릿대 한없이 이어진 길 걷습니다.
때론 발목까지 오고 따론 머리까지 자란 조릿대 잎이 싱그럽습니다. 조릿대가 오솔길에 만들어 놓은 그림자가 봄의 전령처럼 아지랑이로 아른거립니다.
초입에서 친구가 가져온 수육과 과메기 펼쳐 놓고 안전산행 위한 약식 시산제를 했습니다.
그렇게 놀며 먹으며 상춘곡 부르며 완만한 경사 2시간 오르니 제법 가파른 돌길과 계단길 이어지고 거대한 암릉의 중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육산과는 전혀 다른 바위 산으로 풍경이 휙 바뀝니다.
조릿대 길과 그 끝의 암릉길
영화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 '로망스'가 생각납니다.
전쟁의 비참함을 군인들의 전투 장면 한 번 보여주지 않고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조망한, 한때 잘생긴 남자의 대명사이던 알랑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로'로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명장 르네 끄레망 감독의 반전 영화이지요.
'금지된 장난'에 저 유명한 OST인 '로망스'는 전편을 통해 몇 번 나오지 않습니다. 참고 참고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지듯이 마지막 장면에서 전쟁고아이자 5살 여주인공인 볼레트가 남자 친구 미셀을 부르며 울부짖으며 역(驛)를 뛰쳐나갈 때 나르시소스 예뻬소의 기타 연주가 제대로 한 번 쏟아져 나오지요.
자주 울다 보면 슬픔이 감면되듯이, 이 깨물며 참았다가 한 번에 쏟아내는 눈물이 정말 슬픈 것 아닐까요. 깊은 어둠 뒤에 맞는 새벽이 더욱 찬란한 것 아닐까요.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절정이 더욱 황홀한 것 아닐까요.
이런 생각으로 암릉을 대합니다.
기인 흙긹 끝 기암괴석
가야산이 그런 산인 것 같습니다.
기인 기다림 같은, 길고 완만한 조릿대 가득한 오솔길 돌길을 참고 참고 참으며 걷다 보면, 정적을 깨고 쏟아지는 로망스의 기타 선율처럼 갑자기 전혀 새로운 경관이 두둥 열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