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흰구름이 끼여 있다고 하여 백운산이고 지역 주민들은 '배비랑산' 또는 '배구랑산'이라고도 부른다지요.
정선 조양강과 동남천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동강(東江) 따라 크고 작은 6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고, 강 쪽으로는 칼로 자른 듯한 급경사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네이버 지식백과)
동강
덕항산을 출발, 길가 식당에서 강원도 특산인 옹심이로 간단 요기를 했습니다.
태백을 출발한 길은 굽이굽이 돌고 돌아 아리랑과 물의 고장 정선을 지나더군요.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정선 아리랑을 정말 맛깔나게 불러주던 후배가 생각났습니다
깊은 오지이던 정선은 멀리서 보기에 예와 달리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식당과 정선읍
방태산을 시작으로 주왕산과 가야산에 이어 이번 산행까지 벌써 5산을 같이 한 친구들은 모두 수십 년 만에 만난 고교동기들입니다.
이미 백산 대학 80개 전후를 마친 대선배들로 백산 초보인 저로서는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고 있지요.
성큼성큼 산을 오르며 길을 잡아주고 망가진 스틱을 고쳐주는 바른생활 사나이 '맥가이버 정'과 맛나고 푸짐한 음식을 준비하고 등산 전중후를 한잔 술과 함께하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이자 웃음과 여유가 넘치는 '풍류 박', 차량을 제공하고 전체 일정을 무리 없이 조율하는 조용하면서도 유머 있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캡틴 배'(친구들, 무단 작명을 용서하시게~)
친구와 함께 하면 늘 즐겁고 마음이 놓이는 산행이 됩니다.
늘 좋은 친구들
좁은 산길로 접어들면서 출렁이는 동강 찬 물결이 나타납니다.
예서 영월까지 래프팅 하던 생각에 몸이 시려오더군요.
강을 따라 들어갈수록 굽이치는 물줄기가 멀리 산봉우리들과 어울려 베트남이나 중국 오지 마을처럼 신비로운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동강과 백운산 줄기
1330,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백운산 들머리 문희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오후라 주차장은 썰렁했고 서울 회귀를 준비하는 산악회 버스 한 대만 덩그러니 서있더군요.
백운산이란 동명 이산은 전국에 여럿 있지요.
흰구름 쉬어가는 산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까요?
이곳 동강 백운산은 봄철 할미꽃이 유명하고
산세가 험하기로도 소문난 곳입니다.
등산 안내판에서 '급경사'로 올라 '완경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경관이 수려하다는 칠족령길은 자칫 늦어져 날이 어두워질까 최단로로 의견을 모은 것이지요.
잘 조경된 펜션 지나 조금 오르니 급경사, 완경사 갈림길 나옵니다.
동강 할미꽃(네이버)
들머리
그리고 예고편도 없이 곧바로 쫄깃쫄깃한 급경사가 시작되더군요.
무채색 나무들이 성글어있는 겨울 숲 사이 가파른 흙길 돌길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양지바른 돌 틈에 숨어 핀다는 할미꽃을 찾았지만
최근 무분별한 채취로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좋다는 소문 때문이겠지요.
백운산에 있어 아름다운 꽃을 굳이 자기 소관으로 가두려는 인간들의 심보가 미워지더군요.
대신 산비탈에 곱게 핀 노란색 생강나무 꽃이
험한 산길 힘들어하는 산객을 방긋 위로해 줍니다.
돌아보니 동강 굽은 물줄기가 아스라이 산 발치 돌아나가며 푸른 등근육 꿈틀댑니다.
급경사길 전경과 생강나무꽃
'숨이 쉬어지고 다리가 움직이면 갈 수 있는 거다. 여기서 멈추는 건 정신력의 문제야.'
스스로 최면을 걸어 쉬고 싶은 마음 다독입니다.
그렇게 깎아지른 산길을 1시간 여 오르니 능선길 만나고, 가파른 절벽길 400m를 흔들리며 올라가니 뭉게구름 걸린 정상이 펼쳐지더군요.
산바람 강바람이 푸른 하늘 흰구름을 한가로이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능선 정상가는 길, 정상 흰구름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무심히 무상히 흩어지는 구름 바라보노라니,
박종화 선생의 대하소설 '자고 가는 저 구름아'에서 송강을 사모한 여인 강아가 그의 무덤 앞에서 목놓아 불렀다던 '장진주사'가 떠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