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룡산, 봄 물결 타고 진달래 떠가는

백산심론(百山心論) 2강 9장 열여덟 산 계룡산

by 여의강


봄봄봄봄,


자꾸만

자꾸만


봄이

쏟아지는데



이런 날

앞으로

몇 번이나 수 있을까



봄 물결 타고


진달래

아련히

떠가는 길

아끼며

아끼며


함께

떠갔습니다



계룡산 진달래


계룡산(766m)을 다녀왔습니다.


봄이 가득한 산,

괜히 2번째 국립공원이 아니더군요.


워낙 유명한 산이라 잘 알려지고 젊었을 때 나들이 삼아 다녀온 산인지라 많이들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때의 계룡산은 아마도 동학사나 갑사 입구의 계곡 정도였을 것입니다.


국립공원으로 이름나 있어 사람들이 많고 산로 정비를 잘해 놓아 그렇지 능선 봉우리나 계곡이 크고 깊어 절대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더군요.


오르내리는 길도 쉽지 않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웅장하여

깊은 계곡 둘러싼 능선들 또한 장엄했습니다.


동학골 내리는 길에는 두견화가 만개했고

계곡의 물은 맑고 청아했습니다.


따사로운 봄 물결 가득하여 헤엄치듯 다녀온 산행이었습니다



자연성릉에서


계룡산은 충남 공주와 계룡, 논산, 대전에 걸쳐있으며

유서 깊은 천년 사찰 동학사, 갑사, 신원사를 품고 있는 산으로도 유명하지요.


계룡산(鷄龍山)이란 이름은 주봉인 천황봉에서 연천봉,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졌다지요.


풍수지리에서 우리나라 4대 명산으로 꼽힐 뿐 아니라, 관광지로도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정감록』에 피난지의 하나로 적혀 있어 이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때 수많은 신흥종교와 유사종교들이 성하였으나 지금은 모두 정리가 되었답니다(네이버).



관음봉에서


0650 사당역

월례 과 OB 모임으로 3명이 출발했습니다.


새벽 거리는 관광버스와 산객들로 넘쳐나더군요.

양재와 죽전에서도 손님을 태우고 2시간 남짓 달려

계룡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전용도로 달리는 안내 산악회 버스 이용하면 정해진 산행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오가는 길 막히지 않아 쾌적하게 등산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산악회 버스 행렬


관광단지 너머 멀리 보이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더군요.


주차장에서 동학사로 향하다 동학 식당 끼고 우틀하여 '천장골'로 들머리 잡습니다.


번잡한 식당가 벗어나자마자 물푸레나무 벚나무 느티나무와 봄의 정취 가득한 한적하고 온화한 계곡길 완만하게 이어집니다.


낯익은 배낭을 한 산객이 있어 여쭤보니 고교 선배님 3분이 오셨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리고 잠시 웃음 나누었습니다.



천장골


흙길 돌길 지나 1시간 오르니 '큰 배재' 3거리 만납니다.


전망대에서 잠시 주변 조망 후 백제 양식으로 고려 때 만들었다는 남매탑 있는 상원암으로 향합니다.


이 높은 산 중턱에 저리 큰 탑을 어찌 두 개나 쌓았을까 놀랍더군요.

사이 걸린 맑 달이 계룡 8경 중 하나라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백제 왕족 하나가 이곳에 와서 수도하고 있을 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호랑이를 구해주었더니, 호랑이는 며칠 뒤 예쁜 처녀 하나를 업어왔고. 왕족은 처녀를 고이 돌려보냈으나, 그 부모가 딸을 다른 데로 시집보낼 수 없다 하고 다시 왕족에게로 보냈으니. 왕족은 하는 수 없이 누이로 맞이하여 남매가 함께 수도하여 마침내 성도 하였고. 그들이 죽은 뒤 몸에서 많은 사리가 나와 사람들이 이 탑을 세워 오누이를 공양하였다'합니다.


아무리 전설이지만, 범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더군요.



상원암과 남매탑


선배 형수님의 명품 곶감으로 원기 충전하여 세 부처님 모양을 한 삼불봉 향해 가파른 길 오릅니다.


만만치 않은 계단길이었지만 한숨에 오르려 호흡 가다듬고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숨다못정!(숨이 쉬어지고 다리가 가는데 못 오르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이다)'

자작 사자성어(?)로 주문 외며 힘 돋웁니다.



삼불봉 가는 길


설경이 장관이라는 삼불봉에 서니 조망이 열립니다.


멀리 최고봉인 천황봉과 쌀개봉, 연천봉, 관음봉을 비롯한 봉봉들이 '계룡(鷄龍)'이란 산 이름처럼 한껏 몸을 키운 성난 싸움닭의 벼슬 같은 형상을 하고 연이어 용솟음쳐 꿈틀꿈틀 펼쳐져 있더군요.


반대편으론 까마득히 계룡호가 기름진 벌판 적시며 푸르게 빛나고 있습니다.



삼불봉에서


삼불봉 수직 하강하여 시작된 '자연성릉'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깊은 계곡 둘러싼 높은 봉우리들 바라보며 절벽길 따라 암릉 오르내리는 재미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쏠쏠합니다.



자연성릉에서


그러다 마주친 관음봉 오르는 길,


멀리서 봐도 절벽에 걸린 계단이 심상치 않더니

허공 딛고 하늘 떠가는 기분입니다.

까마득한 계단 수백 개 오르니 관음정으로 멋을 낸 봉우리가 나타나더군요.


푸른 하늘 아래 탁 트인 벌판과 호수가 상쾌합니다.


여기 관음정 누워 한가로이 오가는 구름 바라보면 세상사 한낱 물거품으로 보인다기에 '계악한운(鷄嶽閑雲)'이라 하여 계룡 4경으로 친다더군요.


하늘이 맑아 떠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인지라 가슴이 뻥 뚫리며 오히려 젊은 날 호연지기가 꿈틀거렸습니다.



관음봉에서


전망 좋고 양지바른 절벽 찾아 시그니쳐 샌드위치와 소시지, 컵라면, 사과로 배 채웁니다.

산에선 지방을 태우는 불쏘시개용으로 반드시 탄수화물을 먹어주어야 한다더군요.


군사시설로 출입 통제된 최고봉인 천황봉 갈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멀리 포근히 산자락에 둘러싸인 산사를 향해 바로 동학골 깊은 계곡으로 접어듭니다.

심하게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 테크와 험준한 돌길이 이어지더군요.


젊음을 장비 삼아 무리 지어 낑낑대며 오르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싱그럽습니다.


'꺄르르르 꺄르르르~'



천황봉과 동학사


큰 나무 아래 정말로 '노래하는 종달새' 닮은 푸른빛 '현호색'이 앙증맞게 꽃을 우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신기해 한참을 지켜보았습니다.


묘한 형상의 괴목들도 자주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호색과 고목


수직으로 내리 꼽는 나무계단 너머 천황봉과 황적봉이 우뚝 섰습니다.


지나온 상원암과 삼불봉도 보입니다.

소나무 푸른 절벽 옆 가뭄에도 불구하고 계룡 8경 중 하나인 은선폭포가 긴 물줄기 떨구고 있더군요.



황적봉, 은선폭포


동학골 햇살 좋은 언덕엔 진달래 만개했습니다.


살에 반짝이는 짙은 분홍들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던

소월의 역설적 서정 소환합니다.



진달래


소리 내어 흐르는 계곡물 모습 드러내며 드디어 편안한 길 나타나더군요.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가 있다면,

'동'학사는 '단'모퉁이 바로 돌면 있으려나?


아재 개그 생각하며 피식 웃어봅니다.


'동학사 구경하고 가까?'

'얘, 우린 입장료도 안 내고 위에서 내려왔으니 무단출입 하문 안되잖아, 그냥 가자, 깔깔깔...'

앞서가는 여인네들 떠드는 소리가 계곡을 울립니다


우스갯소리지만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생각되더군요.

마침 버스 시간도 넉넉지 않아 동학사는 담너머로 둘러보며 가던 길 갔지요.



동학사


절길의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꽃망울 터뜨린 목련이 산객을 반겨주더군요.


주차장까지 긴 포장도는 상춘객들로 넘쳐났고, 계곡의 앉을자리 안내하는 식당 간판들이 현란했습니다.



동학사 입구


뒤돌아보니 번잡한 관광단지 넘어 계룡산 준령들이 푸근한 모습으로 작별 인사 전하더군요.


온몸 가득 봄기운 산기운 듬뿍 받아 뒤풀이 해물찜과 소주가 달게 느껴졌습니다



주능선


*2022년 4월 2일 다녀왔습니다. 햇살 가득 따듯한 봄날이었습니다.

*관광단지~천장골~큰배재~남매탑~상원암~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동학골~은선폭포~동학사, 약 10km, 5시간 남짓의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백운산, 흰 구름 따라 한잔 술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