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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청계산, 아직은 멈춰 설 수 없는
백산심론(百山心論0 3강 1장 21+산 청계산 광청 종주
by
여의강
Mar 3. 2023
어느
화려한
봄날
얼었던 몸에서
떨어지는
후회 한 조각
탐욕된 맘에서
녹아내린
회한
한 움큼
모두 모아
발아래 깔고
지긋이 오릅니다
청계산 계곡 불타폭포
청계산(582m)을 다녀왔습니다.
청계산 오르는 수많은 방법, 좋은 길 이쁜 길 다 마다하고
가장 어렵고 빡센 '광청 종주길' 따라갔습니다.
한 번 헤맸던 굴욕의 기억이 있기에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하며 도전했지요.
청계산 자락의 벚꽃 배꽃
수원의 광교산(582m )에서 백운산(567m) 거쳐 바라산(428m)과 우담산(425m) 연이어 지나고 하오고개 넘어 청계산 국사봉 이수봉 매봉 따라 오르는 22km의 길고 긴
여정으로 지리산이나 설악산 종주 앞두고 체력 테스트 삼아 많이 시도한다더군요.
광교산에서
5개 산이 각자로는 500m
전후의 아담하고 푸근한 육산이지만, 다 모아 한꺼번에 오르내리려면 체력 한계에 도전해야 하는 쫄깃쫄깃한 긴장감 만들어 냅니다.
경관도 경관이지만 인내력을 시험하는 종주에 의미 둔 산행이라 할 수 있겠지요.
램블러 통계
0810 광교역에서 출발했습니다.
광교 웰빙타운 방향으로 열린 공원 지나 소나무 빽빽하게 우거진 산책로 따라갔습니다.
초입부터 잘 정비된 길 따라 2시간 오르니 문암재, 형제봉, 비로봉, 토끼재 지나 정상 시루봉 도착하더군요.
광교산 오르는 길
백운산 가는 길,
칠장산에서 시작된 한남정맥이 광교산과 백운산 지나 수리산 거쳐 강화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억새 없는 억새밭 지나 안산, 의왕, 군포와
멀리 인천 송도가 조망되는 백운산 정상까지는
30여분 걸리더군요.
백운산 전망대
바라산 가는 길,
올망졸망한 오르내리막 지나 30여 분 더 가니 백운호수와 인근의 거대 아파트 타운 한눈에 들어오는 바라산 정상에 닿습니다.
정월 대보름 주민들이 달을 바라본다는 뜻의 '망산(
望
山)에서 '바라산'이 유래되었다는군요.
간식과 휴식으로 운기 조식하고 바라산 내려갑니다.
가파른 365 계단에 입춘부터 시작하여 24절기 설명해 놓아 산객들 지루함과 고단함 덜어주었습니다.
바라산과 백운 호수
우담산 가는 길,
계단 끝나며 두 산 사이 백운호수와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작은 고개 만납니다.
우담산은 원래 발화산이었지만 바라산과 합하여 천년에 한 번 핀다는 불교에서의 신성한 꽃인 우담바라를 상징하기 위해 우담산이라 명명하였다지요. 산들의 이름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도 알아보면 재미있겠더군요.
따가운 햇살 맞으며 비탈길 30여분 오르면
우담산 정상에 닿습니다.
우담산 가는 길
예서 숲길 따라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을 조금 더 가면 하후현 성당과 하오고개로 갈라지는 제겐 낯익은
3거리 능선길 만나게 됩니다.
우틀하여 가다 보면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이 조망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반 넘어온 것이지요.
바라산까지 체력의 2/5, 하오고개까지 3/5,
나머지 2/5는 청계산 등하산에 쓰려던 계획이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우담산 능선길
2년 전
,
미약해진 심신 극복하고자
작은 물병 2개 달랑 들고,
'도시에 있는 산들인데 몬 일 있을까?
힘들문 내려오문 되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양재역 쪽에서 청광 종주 시작하던 생각나더군요.
혼자서 낮 12시 넘어 시작, 매봉과 이수봉 국사봉까지는 호기 있게 왔지요.
그런데 하오고개 지나 이 3거리 능선길 당도하니 날은 저물어가고 입은 바싹 타들어가는데 물도 없고 핸드폰 배터리까지 떨어져 길까지 잃고 헤매기 시작했었지요.
무조건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하후현 성당 쪽으로 길을 잡으니 어둠 속에 공동묘지가 줄지어 보이더니 갑자기 차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가 나타나고
패닉에 빠지면서,...
개고생 했었지요.
청계산과 관악산
그런 사연 있는지라 총동 산악회 광청 종주에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중도포기의 가장 큰 원인이 물이라는 말에 공감하여 식수도 2l, 1l짜리 각 한 병과 750ml 3병, 비상식량도 잔뜩 준비하니 배낭이 빵빵했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경치 보려고 시작한 산행이 아니니 100산대 졸업생 친구들만 열심히 따라 걸으려고 작정했습니다.
쉬지 않고 꾸준히 걷는 체력들이 대단했습니다.
그들이 구름 타고 다닌다는 소문이 괜한 것이 아니더군요.
구름 타는 친구들
사실 광교산은 처음이지만 오늘 그냥 지나치는 종주길의 일부였던 백운산과 바라산, 우담산은 수차례 와본 곳입니다. 여름 백운산의 깊은 계곡과 겨울 바라산 휴양림의 빽빽한 숲, 늦가을 낙엽 쌓인 우담산 오솔길은 혼자 걷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움 간직한 근교의 명산들이지요.
특히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의왕시 경계에 걸쳐 있으며 화기탱천한 젊은 관악산 보다 몇억 년 연배인 노산으로 푸근한 육산의 모습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매우 친근한 산입니다.
주봉인 만경대는 군시설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고 주위로 옥녀봉, 매봉, 이수봉, 국사봉이 모여있습니다.
간단히 대중교통 이용하여 서울대공원에서 오르는 삼림욕장 길이나 갱매 폭포길, 과천 매봉 거쳐 청계사로 내려가는 코스 등 푸근한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정겨운 산이기도 합니다.
청계산 자락의 꽃들과 계곡
그런 산들이 오늘은 도전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특히 의왕과 판교 잇는 100번 고속도로 가로지르는 하오고개 다리에서부터 청계산 국사봉 오르는 길은 이미 4개 산을 넘어 체력을 소진한 산객에게는 레알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이었습니다.
'숨다못정'을 수십 번 되뇌며 앞서가는 친구 따라 무거운 발길 옮깁니다.
이전 같으면 퍼질 타임인데 숨이 쉬어지고 다리가 움직여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하오고개
긴 길 걸으며,
'인간은 평지를 걸을 때 편하게끔 되어있는데
왜 힘들게 오르내리며 사서 고생할까?'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러려고 배를 만든 것은 아니니까'
자문자답 하며 스스로 노고를 달랩니다.
국사봉
30여분 올라 국사봉에서 한숨 돌립니다.
친구가
내어준 냉동 파인애플이
신기루의 오아시스 같더군요.
연산군이 세자 시절 스승이었던 정여창이 사화에 연루되었다가 두 번 살았다는 '이수봉'과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듣고 피눈물을 흘렸다는 '혈읍재' 지나
인증지인 매봉에 닿으니 4시 20분,
출발한 지 8시간이 넘어서였습니다.
이수봉, 매봉 오르는 길
정상은 산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였습니다.
까르르까르르 웃어대며 청춘 만끽하는 가벼운 옷차림 젊은이들과 여성들의 레깅스 물결이 산을 한층 푸르게 하더군요.
청계산 매봉
성남이 한눈에 보이는 '매바위', 3번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돌문 바위' 지나 지루하게 이어지는 돌길 내려 황매화 만개한 원터골로 하산길 잡습니다.
하산길과 등산 안내도
진달래 사이로 멀리 젊은 베르테르의 이루지 못한 짝사랑의 여인 이름에서 따온 '롯데'
타워가 보이며 욕망 품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꿈틀대고 있더군요.
동기들 포함 선후배 동문 40여 명이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긴 완주 끝낸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리탕에 소주가 피로를
말끔히
날려주었습니다.
작은 성취감으로 친구들과 걷는
도심의 밤이 푸르게 빛났습니다.
도시와 도심
작은 불씨
간절한 소망
가슴에 담아
거친 숨 견뎌냅니다
반전과
해피엔딩
,
부활을 되새기며
지친 다리 내디딥니다
정녕
멈춰 설 수 없는 것들이
아직은
남은 게지요
찬란히
다가올
그날처럼
청계산 자락 과수원의 배꽃
*2022년 4월 16일 화창한 봄날,
한 번은 해볼 만한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광교역~형제봉~광교산 시루봉~백운산~바라산~우담산~청계산 국사봉~이수봉~매봉~원터골 총 22km 9시간의 종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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