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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운장산, 그대 다시 웃을 수 있다면

백산심론(百山心論) 3강 3장 23, 24산 축령산 운장산

by 여의강


그대 보며 뛰다

넘어진


나 보며 살다

길 잃은

그대



그대 없는 난,

목적어 없는 동사



진달래 피는

다시 오듯


그대

한번

웃을 수 있다면



나의

다신

못 볼지라도


이 한 몸

기꺼이


기꺼이

내놓으리다


축령산 편백나무


축령산(621m)과 운장산(1126m)을 다녀왔습니다.


가기 힘든 먼 남쪽 산인지라 1일 2산 하였지요.

30도 가까운 더운 날씨 제외하면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평화로운 남도 정취를 즐기며 해볼 만한 코스입니다.


편백나무 숲 피톤치드 듬뿍 마시고, 여유로운 지방도로 달려, 두둥실 떠가는 구름 아래 푸근하게 펼쳐진 산그리메 한가로이 바라보았지요.



운장산에서


축령산(鷲靈山),

독수리 영혼이 깃들었다는 뜻으로 전남 장성군에 위치하며 취령산, 문수산이라고도 불리었답니다.


이곳 편백나무숲은 삼림욕 명소이기도 하지요.


조림왕이라 불리는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30여 년 사재 털어 축령산 남서쪽 산록에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였으며, 그 면적은 약 2.9㎢에 이른답니다.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2000년)의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숲’ 부문에서 우수상을 탔고, 숲을 가로지르며 조성된 6km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속해있다지요(네이버).



편백나무 숲


축령산 기슭 금곡마을은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을 영화화한 장성 출신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과 이병헌 전도연 씨 주연으로 첫사랑의 아픔과 풋풋함을 동화처럼 그려낸 '내 마음의 풍금' 같은 영화의 배경이 되어 '영화마을'로도 불리는 곳입니다.



영화마을 가는 길


0640 상현역, 친구 차 타고 둘이 출발합니다.


남으로 남으로 가는 길,

대전을 지나고 재해 없이 살기 좋아 '완전'하다는 말이 나왔다는 완주 전주와 정읍을 지납니다.


한산한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3시간 달려 장성 축령산 입구에 닿았습니다.


추암마을 주차장서 편안한 임도 따라 이어진 '장성 편백 치유의 숲'으로 들어섭니다.



치유의 숲 입구


10여분 걷다 보면 임종국 선생 기념비 만나고 계속 가면 영화마을로 이어지더군요.


정상에 볼일이 있는 우리는 아쉽지만 산책 삼아 걷는 숲길 포기하고 좁은 산길 따라 오릅니다.


산길도 초입부터 정상까지 빽빽하고 곧게 뻗은 편백나무들이 스트레스 죽인다는 피톤치드 뿜어주며 시선과 호흡 즐겁게 해 주더군요.



축령산 오르는 길


다소 가파른 길 30여분 쉬지 않고 오르니

'벌써?' 하는 순간,

널따란 평지에 정자 세워진 정상 나타납니다.


장성군 일대 훤히 보이며 호남의 산그리메 겹겹이 그려내는 팔각정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가슴을 식혀주더군요.


잘 자란 보리수 앞 정상석에서 인증하고 다시 숲 내음 깊이 맡으며 짧은 산행 마무리합니다.



정상과 하산길


하산길 임도 옆, 장롱 하나 거뜬히 내어줄 정도로 튼실하게 잘 자란 오동나무 한그루가 새끼 친 모습이 아기에게 젖 물린 엄마처럼 푸근하게 다가왔습니다.


돌아본 치유의 숲이 푸르게 빛나고 있더군요.



오동나무와 치유의 숲


운장산 가는 길,


한가한 도로 따라 동북진합니다.

시골 오지였던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인근,

도로 옆 두부마을이 차와 사람으로 인산인해더군요.


자동주문과 로봇 서빙 시스템 갖춘 식당,

세트메뉴 한 그릇에 믹스커피 한잔하고

다시 굽이굽이 산길 오릅니다.


예전 전주 근무할 때 몇 번 와 본 운일암 가는 길이더군요.



인산인해 두부마을


부지런하고 솜씨 좋은 길가 집주인이 잘 가꾼 박태기나무 영산홍 홍매화에 꽃이 만개하여

'나의 살던 고향 울긋불긋 꽃대궐' 만들어 놓았습니다.


축령산 떠난 지 2시간 반 만에

고개 정상 운장산 들머리 피암목재

넓은 주차장에 닿습니다.



피암목재 주차장


운장산(雲長山),

전북 진안군 주천면·정천면·부귀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정상 근처 오성대에서 은거하던 조선 중종 때 성리학자 운장 송익필에서 산의 이름이 유래하였고, 19세기 중엽까지는 주줄산으로 불렀다지요.


노령산맥의 주능선 이루는 최고봉이며 완주군과 진안군의 접경,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 이루고 있습니다.


정상에는 거의 비슷한 높이의 3개 봉우리 있고, 동쪽으로 같은 능선에 속하는 구봉산이 이어져 있으며

운장산에서 발원하는 주자천 상류지역에 운일암(雲日岩)·반일암(半日岩)으로 유명한 대불청 계곡이 있습니다(네이버).



운장산


오후 2시,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초여름 무더위와 함께

몸을 휘감습니다.


막 피어난 두릅과 굴참나무 떡갈나무 가득한

흙길 돌길 오릅니다.



운장산 오르는 길


제비꽃 위

진달래꽃 흩어지며


피어나는 노랑

떨어진 빨강


스러질 꽃

다시 필 꽃

산길 수놓습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 보여주듯

산객의 마음 적십니다.



노랑제비꽃, 진달래꽃


능선에 서니 멀리 칠성대와 운장대가 병풍처럼 펼쳐지더군요.


가파른 돌길로 이어진 깔딱 고개 한참 오르니 시야 트이며 바위 투성이 봉우리 칠성대 나타납니다.


예서 바라본 남녘 조망이 장난 아니더군요.


겹겹이 이어지는 산그리메와

무심히 떴다 흩어지는 구름 바라보며

한가로이 몸과 맘 식힙니다.



칠성대 풍경


한숨 돌리고 멀리 보이는 운장대로 나아갑니다.


아담하게 이어진 조릿대 능선길

진달래와 얼레지 하나 가득입니다.


그늘 한점 없는 능선 더위 고스란히 맞으며

까마득한 길 내리고 오르다 보니


'이런데 구름다리 하나 놓으면 좋을 텐데',


꾀가 생깁니다.



조릿대 진달래 얼레지


운장대 서니 가까이 마이산과

멀리 장엄한 지리산 능선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계속 동진하면 언젠간 가야 할

'구봉산'으로 이어지더군요.



운장대에서


원점 회귀하여 차로 운일암 반일암 거대 바위 군락 지나갑니다.


계곡서 발 담그고 한 잔 하던 옛일 생각하며

친구와 얘기 나누다 보니 서울이 멀지 않았습니다.



하산길과 운일암반일암 계곡


*2022년 4월 24일 더운 날, 1일 2산으로 다녀왔습니다.

*축령산(치유의 숲~정상 원점회귀 2.7km 70분), 운장산(피암목재~칠성봉~운장대 원점회귀 5.4km 3시간 30분)의 남도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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