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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누가 푸른 뜻 꺾으리오

백산심론(百山心論) 3강 4장 25산 치악산

by 여의강


가는 길

막지 마시게


아니면


그쪽도

다리 하나쯤

내놓아야 할 것이야



그러니

이쯤에서

비켜서시고


서로

모른 척

가던 길 가시지요



그대,

Destiny



정상


치악산(1288m)을 다녀왔습니다.


구렁이에게 붙잡힌 꿩 구해준 나그네,

나그네 위해 몸으로 종을 쳐서 죽음으로 은혜 갚았다는 꿩,

이런 설화가 깃들어 꿩 치(雉) 자 들어간

'보은의 산'이지요.


산행 내내 청아한 계곡 물소리 가슴 적신

'물의 산'이자,


정상인 비로봉에 산신령 게시로 혼자 3개의 높은 탑 쌓았다는 한 사나이의 푸른 의지 서려있는 '집념의 산'이기도 하지요.



보은과 물과 집념의 치악산


정상까지 최단 코스인 '황골 탐방로'로 올라

까마득한 절벽 능선 이어지는 '사다리병창'길로 내려왔습니다.


오르는 길은 급하고 험한 바위 너덜길,

정상 향한 능선길은 채 녹음이 피어나지 못했지만,

깎아지른 절벽 하산길은

빛과 푸르름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더군요.



오르내리는 길


치악산은 국립공원으로 차령산맥 남쪽 끝에 자리 잡은 강원도 원주의 진산(鎭山)입니다.


주봉인 비로봉 중심으로 북쪽 매화산·삼봉과 남쪽 향로봉·남대봉 등 여러 봉우리와 연결되어 능선이 남북으로 뻗어 있으며, 동쪽은 완만하고 서쪽은 매우 급한 경사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큰골 영원골 입석골 범골 사다리골 상원골 등의 아름다운 계곡,

입석대 세존대 구룡폭포 세렴폭포 등 풍부한 볼거리,

구룡사 상원사 석경사 국향사 보문사 입석사와 같은 오래된 절이 많습니다(네이버).



입석대


0650 오랜 친구와 후배,

셋이서 산악회 버스로 출발했습니다.


09시 즈음 원주 지나 치악산 남단

황골탐방센터에서 등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반 길은 계곡 따라 잘 닦여진 포장도로인데

경사가 제법 빡세 허벅지 굵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더군요.


40분 정도 쉬지 않고 올라 입석대와 입석사 지나

본격적인 들머리 황골 탐방로로 접어듭니다.



들머리


바위계단과 너덜길 된비알(급경사) 20여 분, '숨다못정(숨 쉬고 다리 내딛는데 못 오르는 건 정신력 때문)' 몇 번 되뇌다 보니 비로봉 1.9km 남긴 능선길 안부에 닿습니다.


노랑제비꽃 만발한 아기자기한 오솔길 조금 오르니 멀리 황소 뿔 같은 탑 서있는 정상이 보이더군요.



정상가는 능선길


옛날 쥐떼가 넘어갔다 하여 쥐너미재라 불리는 전망대에 서니 원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잎 피우지 못한

고산지대 겨울나무 사이로

왕실 진상하는 질 좋은 소나무 벌채 금한다는 '황장금표' 새겨진 바위 지나니

정상이 눈앞에 보입니다.



쥐너미재와 황장금표


마지막 급경사 나무계단 올라

2시간여 만에 정상에 닿습니다.

3년 만에 '용진수'라는 이가 혼자서 쌓았다는

3개의 미륵불탑이 위용 자랑하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그이의 모습 사진으로 보니

산을 옮겼다는 우공의 전설만큼이나

대단한 집념에 감탄이 절로 나더군요


그러나 단순히

'꿈속 산신령이 치악산 정상에

탑 3개 3년 안에 쌓으라 해서 그리했다'가 아닌,


탑을 쌓아야만 했던 간절한 이유나

쌓는 동안 어떤 난관이 있었고

어떤 불굴의 의지로 극복했는지,


탑의 완성과 함께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하는 설명이 없어


충분히 멋진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극적 스토리로 짜이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어쨌거나 세 개의 단단한 탑이 남대봉, 시명봉, 향로봉 굽이쳐나가는 정상 풍경과 잘 어울리더군요.



미륵불탑과 정상 풍경


인증과 식사 마치고 사다리 세워놓은 듯 까마득한 벼랑이라는 '사다리병창'길로 향했습니다.


오르는 길과는 달리 초록초록 푸름푸름한 녹음으로 덮인 봉우리와 계곡들이 한결 풍요로워 보이더군요.


이름에 걸맞게 아슬아슬한 절벽 위로 계단이 걸려있고 좁은 바위길 양쪽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칼날처럼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다리병창


그럼에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이 머리를 맑게 해 주었고,

절벽 아래 깊은 골짜기서 들려오는 경쾌한 계곡 물소리가 양옆에서 스테레오로 귀 간질이며,

'받은 것 반드시 갚으리라'는 산객의 다짐 보듬어주더군요.

주로 바다 밑에서 다이빙하며 함께하던 친구와 후배,

산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쉬며 놀며 걷습니다.


후배가 일러준 급경사 계단 뒤로 걷기 신공 사용하니 한층 무릎이 편해지며 수월하게 내려올 있더군요.


하산길 녹음


2시간 가까이 경치에 취해 앞으로 뒤로 걷다 보니

가파른 길 끝나며 계곡로와 합쳐지는 세렴폭포 만납니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평탄하고 온화한 산책길 펼쳐지더군요.



산책길


가뭄에도 불구하고 바위 사이 맑은 물 굽이쳐 흐르는 원시의 계곡과 산뽕나무 황벽나무 서어나무 야광나무 물푸레나무 다양한 수종 품은 고즈넉한 숲길이 3km나 포근하게 이어졌습니다.

국립공원인지라 계곡 출입 시 50만 원 벌금이 부과된다기에 감히 발은 담그지 못하고 손 뻗어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 만져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원시의 계곡


아홉 마리 용을 뜻하는 九龍이

쇠락하는 사세(寺勢)를 살리기 위해

거북과 용을 뜻하는 龜龍으로 바뀐 전설 가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구룡사까지,


다시 와서 몇 번이고 걷고플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과

우거진 숲이 장관인 명품 길이더군요.


날머리 주막집,

보은과 물과 집념의 치악산 돌아보며

오랜 친구와 들이키는 시원한 막걸리가 꿀맛입니다.



구룡소, 구룡사, 주막집


*2022년 4월 28일, 따듯한 봄날이었습니다.

*황골탐방센터~입석사~쥐너미재~비로봉~사다리병창~세렴폭포~구룡소~구룡사 10.3km 5시간 50분의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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