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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애쓰지도 손 놓지도 말고

백산심론(百山心論) 3강 5장 26산 대둔산

by 여의강


애쓰지 마세요


안 그래도

될 것은 되고

안 될 것은 안 될지니



손 놓지 마세요


그래도 가야 하니

안 돼도

한만큼은 간 것이니



희망과 절망의 봉우리

탐욕과 공포의 계곡


두 마음

가로질러


아득한

출렁다리



출렁

출렁


출러엉



삼선교



대둔산(879m)을 다녀왔습니다.


정상의 기암괴봉과 봉우리 가로지르는 철계단, 출렁다리가 쫄깃쫄깃 짜릿함 자아내더군요.


뻥 뚫린 가파른 정상에 서니 높고 낮은 산그리메 주름지어 뻗어나가고 멀리 지리산 능선 유유자적 아련한 모습 드러냅니다.


아찔한 풍광 만끽하게 해 준 산입니다.



마천대에서


대둔산은 노령산맥 줄기가 김제 만경평야 향하다 금산지역에서 독립된 산군 이루며 절경 이룹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며 하늘과 닿는다고 원효대사가 명명한 정상 마천대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은 여러 산줄기가 어우러져 칠성봉, 장군봉 등 멋진 암봉 이루고, 삼선 바위, 용문골(장군봉, 칠성봉), 금강통문(동심암, 금강암, 약수터, 삼선암, 왕관암, 마천대) 등 기암괴석과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산세가 수려하지요.


마천대에서 북쪽 능선 따라 낙조대에 이르는 구간은 특히 장관으로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 광경이 일품이랍니다.



정상풍경


197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광객 위해 케이블카와 계곡을 가로질러 놓은 높이 81m, 길이 50m의 금강 구름다리, 경사 51도의 삼선교 등이 설치되어 새로운 명물이 되었고, 진산의 태고사 운주의 안심사 별곡의 신소운사 등 유서 깊은 절들 품고 있는 산이지요.


임진왜란 승전지인 이치 전투가 벌어진 곳이며,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에 마지막 항전을 벌이다 바위 벼랑에 모두 몸을 던져 자결한 '동학군 최종 항전지'이기도 합니다(네이버, 위키백과).



항전비


0650 산악회 버스를 탔습니다.


수년 전 컨설팅으로 시작된 인연이 서로 마음 맞아 함께 술잔 기울이며 관악산도 몇 번 같이 올랐던 기업의 사장님 전무님과 동승했습니다. 두 분 다 산을 좋아하지만 산악회 버스는 처음인지라 사당 양재에 줄지어 대기 중인 버스와 넘쳐나는 산객들 보고 적지않이 놀라시더군요.


출발 2시간 반 만에 전북 완주군 배티재에 닿았습니다.

통상 대둔산은 케이블카 있는 관광호텔 쪽이나 용문골로 많이 오르는데 이곳은 산 동남쪽에서 낙조대 거쳐 오르는 비교적 한적한 우회길입니다.



전북 도계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장승 사이로 들머리가 시작됩니다.


예고편도 없이 곧바로 깎아지른 급경사가 한참을 사정없이 쏟아져내리더군요.


바위틈 이름처럼 예쁜 각시붓꽃이 보랏빛 도도한 자태 드러내고

산비탈에는 미리 핀 철쭉 몇 송이 분홍을 뿜어냅니다


들머리, 각시붓꽃, 철쭉


된비알 30여 분 오르니 오대산과 낙조대 잇는 능선길 만납니다.


낙엽 수북이 덮인 길 따라 다시 한참을 내려가 힘들게 오른 고도를 까먹더니 다시 오르내리막이 심하게 반복되더군요.


운동은 되겠지만 힘든 코스가 이런 오르내리막이지요.


가끔 조망 트이며 운무 속 정상부가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낙조대 가는 길


이끼 낀 바위 쓰러진 고사목 사이 너덜길 이어진 마지막 급경사 오르니 출발 1시간 반 만에 낙조대 갈림길에 닿더군요.


해지는 모습이 장관이라는 낙조대는 짙은 곰탕으로 흰 장막 드리웠습니다.



낙조대 인근


소문대로 낙조대에서 마천대 가는 길이 절경입니다.


능선 좌측으로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나며 운무 속 기암괴석이 비바람 견딘 진달래 사이로 몽환적 모습을 언뜻언뜻 보여주더군요.



마천대 가는 길


예상보다 빨리 왔기에 하단부 칠성봉으로 우회하려다 험준한 바위 사이 길인 양 드리워져있는 로프를 발견했습니다. 짧은 릿지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호기 있게 이곳을 오른 것이 오판이었지요.


간신히 줄에 매달려 낑낑대고 오르다 손가락 살점이 벗겨지고 온몸을 쓰느라 잠시 진이 빠지더군요. 더군다나 어렵게 올라보니 길도 아니고 볼 것도 없어 허탈할 뿐이었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나중 유튭을 보니 많은 산객들이 이 로프 타고

쓸데없이 고생했다더군요.



길 아닌 길


원기보충 차 너른 바위 앉아 점심하고 정상 루트 따라 올랐습니다.


들머리부터 쉬며 헤매며 오르내린 3시간 만에 시야 트이며 거대한 인공구조물 '개척탑'이 하늘 찌를 듯 서있는 정상에 닿더군요.



마천대 개척탑


깎아지른 봉우리 사이 펼쳐진 기암괴봉과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꿈틀대는 산의 근육들이 장관입니다.


흘러가는 구름이며 절벽 위 노송이며 아득히 이어지는 산그리메와 깊은 계곡 높은 봉들 한참 감상하다 삼선봉 연결한 대둔산 상징 아찔한 51도 기울기 삼선교 향해 내려갑니다.



정상 풍경


한 사람 간신히 통과할 수 있어 상행으로만 일방통행이기에 우회하여 다리 위아래서 구경만 하였습니다.


후덜덜한 현기증 자아내는 풍경이더군요.



삼선계단


조금 내려와 임금바위와 입석대 잇는 출렁다리인 금강구름다리 지나 케이블카 하차장 만나고,

하늘 가린 절벽과 울창한 숲 사이 깊은 계곡 찐하고 가파르게 내려옵니다.



금강다리와 하산길


중간중간 보기에 따라 야한 모습의 나무들 눈에 띄며 웃음 주더군요.


정상에서 70여 분 만에 날머리 주차장 닿았습니다.


길진 않지만 화끈하고 빡센 오르내리막과 기암괴봉, 깊은 계곡이 짜릿하고 짙은 감흥 주는 산행이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

족발에 소주가 달게 와닿았습니다.



하산길 풍경


*2022년 4월 30일 구름 낀 온화한 날씨였습니다.

*배티재~낙조대~마천대~삼선계단~금강구름다리~대둔산 관광호텔 총 5.6km 4시간 반의 쫄깃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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