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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Mar 07. 2023

구병산, 아홉 봉우리 중후함

백산심론(百山心論) 10강 8장 99산 구병산


내일을 꿈꾸되

함몰되진 않을거야


지금

어디서

누구와

무언가 하며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산정 능선


구병산(877m)을 다녀왔습니다.


30번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속리산 굵은 줄기 배경 삼아

아홉 개 봉우리 병풍처럼 펼쳐져

예사롭지 않은 아우라 뿜어내는 산


 많이 와 대추꽃 떨어지면

시집밑천 못 마련할까

처녀들 시름 잠겼다는 충북 보은


지금은 최첨단 드론교육장 생겨

구병산 들머리 된 너른 공원


산으로 오르는 길목엔

완연한 봄날 한창입니다.



구병산 봉우리


거대 암봉 바라보며

포근한 마을 지나자

처음부터 시작되는 빡센 된비알


바위 부서져 잔돌 널리고

낙엽까 덮여 미끄러운 


구르는 낙엽도 경계해야 할 시간


봄그림자 드리운

물오른 나무사이


호흡 가다듬으며

천천히 더 천천히



들머리


가파른 봄길 오르며

화두 하나 끄집어내 숨 고릅니다.



'너는 늙어보았냐?

 나는 젊어보았다'


'너의 젊음이

 무엇을 잘하여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이

 무언가를 잘못하여 받은 벌이 아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늙음을 옹호하고 우길수록,

화양연화

말없어도 반짝반짝 빛나고

그 자체가 좋은 젊음 앞에선

옹색한 메아리


떫은 젖비린내 보다야

잘 익고 농익은 맛 더 좋다지만


꼬이고 비틀어진

완악함은 아니지


젊음 늙음 모두 흘러

한 곳에서 만나는 것


부러울 것 아쉬울 것 없으니

산전 수전 공중전 소중한 경험

함부로 드러내지 말고


완숙의 미

중후함과 여유로움 가슴에 품고


가장 젊은

오늘을 살면 돼야



헥헥~



들머리 오르막


산정능선 올라서니

첫 봉우리 신선대

속리산 마루금 흘러가고


내리고 오르는 암릉길 따라

거친 봉봉들 아찔하게 이어집니다.



신선대 가는 길


853봉 가는 길


추락위험 경고문 걸맞게

좁고 날카롭고 가파르게 오르내려


까마득한 절벽 수백 년 노송

처녀들 미소 실려

대추꽃 흐드러질 보은 마을



853봉 가는 길


정상가는 길


깎아지른 벼랑길

얼기설기 즐비한 산나무 죽은 나무

한겨울로 얼어있는 얼음길

낑낑대며 조심조심 올라서니


고속도로 가로지르는

충북의 너른 벌판 보은평야 

아스라이 흘러가는 산그리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차갑지만은 않은 세찬 바람

죽어서 정상 아이콘된 고사목 


시리도록 장쾌한

산정 풍경 가슴에 담습니다.



정상 가는 길


구병산은 호서의 소금강인 속리산에서 뚝 떨어져 나와 마로면 적암리와 경북과의 도계에 웅장하고 수려한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으로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 천왕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삼산'이라 일컫는답니다.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보은군청에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1999년 5월 17일 ‘충북알프스’로 출원 등록하여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답니다(다음백과).



정상


내리는 


발목까지 덮는 갈색 낙엽더미

 밑에 모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더더욱 조심스러운 거친 내리막


숨은골이란 이름처럼

크고 작은 칼날 같은 바위

골골이 뾰족삐죽 흐드러진

검은 베일 가린 숨겨진 계곡


이리 큰 산에 큰 절이 없는 이유가 산에서 나는 샘물이 정력에 너무 좋아 이를 참아내는 스님들 없어서라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에 계곡물이라도 한 잔 하려 했으나 봄가뭄에 모두 말라버려, 고드름이라도 씹어야하나 하다가 단단해진 허벅지로 충분하다 혼자웃으며 그냥 통과합니다.



숨은골 내리는 길


비탈 자리한 미끈한 나무 

한 사람분 쌀을 매일 내주었다는 쌀난바위

음지녁 피어난 이쁜 고드름 감상하며


봄이 웅성대는

길고 깊은 계곡 내려갑니다.



고드름과 기묘한 나무


날머리서 돌아보니

멋진 근육 꿈틀대는


아홉 개 봉우리

아홉 개 병풍


꿈같은 봄날 함께한


나의

아흔아홉 번째



돌아본 구병산


*2023년 2월 26일 맑고 푸른 날 산악회버스로 혼등했습니다.

*보은드론교육장~팔각정~신선대~853봉~정상~쌀난바위~숨은골~적암마을~속리산휴게소 총 7.8km 4시간 50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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