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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비와 철쭉

백산심론(百山心論) 3강 9장 29산 지리산 바래봉

by 여의강


비에 젖어

철쭉에 젖어

안개에 젖어


꿈길 걸었습니다



메마른 심신

촉촉이 젖어

푸르른 희망

피워냈습니다



지리산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비에 젖은 바래봉 철쭉


지리산 바래봉(1165m)을 다녀왔습니다.


연하선경 천왕봉 여운 품은 채

다시 지리산 찾은 거지요.


이번에는 꽃 따라 전북 남원에서 올랐습니다.


BAC 100대 명산에 지리산은

천왕봉 바래봉 반야봉 3개가 올라있습니다.

워낙 넓고 큰 산인지라 30개라 한들

모라 할 사람 없겠지요.



지리산 등산로


바래봉은 지리산 북서 능선에 위치하며

스님들 밥그릇인 바리때 엎어놓은 모습과 닮아

이름 붙여졌답니다.


바래봉은 지리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동쪽 천왕봉에서 서쪽 노고단에 이르는

굽이치며 전개되는 지리산 주능선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답니다.



산객이라고도 불리는


특히 바래봉은 5월의 철쭉으로 유명하지요.


한자 이름 '척촉(躑躅)'이 변화된 철쭉,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 자꾸 걸음 멈추어

‘철쭉 척(躑)’, ‘머뭇거릴 촉()’자랍니다.

철쭉의 다른 이름 '산객(山客)'도

'철쭉꽃에 취해버린 나그네'를 뜻한다지요.



산객


'짙붉은 바위가에

잡은 암소 놓아두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 오리이다.'


예쁘지만 철없어 보이는 수로부인이

천 길 절벽 아름다운 꽃 꺾어 달라 조릅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길가던 노인이 이를 따다

'헌화가'와 함께 바치니 이 꽃이 바로 철쭉이었다지요.(삼국유사)



안갯속 철쭉


오랜만의 혼산,

산악회 버스로 3시간 반 달렸습니다.


버스 안은 큰 일 하러 가는 사람들처럼

깊은 침묵으로 가득했습니다.


춘향의 고향 남원 지나

들머리 전북 학생 수련원 도착합니다.



들머리


한 주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


흐린 날 푸근한 육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전편의 마지막 장면인


햇살 쏟아지던 중산리 돌길과는

전혀 다른 감흥입니다.



푸근한 육산


안개와 곰탕 속

붉은 철쭉 꽃망울 토해냅니다.


흰 장막 사이

푸른 나무도 신록 피웁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희뿌연 운무 속

빗길 걷습니다.



장막 속 녹음


초반 오르는 길 이상하게 다리가 무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틀 연거푸 한 잔 했더군요.

특히 전날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산행 걱정으로 몰래 자제했지만

빨간딱지 한병 이상 했습니다.

그래도 평소라면 대취했을 텐데

산행 생각에 절제되더군요.


돌멩이 한 알 찾기 힘든 푸근한 육산

완만과 가파름 반복됩니다.


숨이 쉬어지니

약간은 무거운 종아리 달래며

쉬지 않고 나아갑니다.

오르다 보니 다리가 가벼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우중 산행


잘 자란 소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안개비 가득한

깊은 숲길 걷습니다.


1시간 오르니

정령치에서 바래봉 가는 능선길

세동치 만납니다.


남쪽으로 보여야 할 지리산 주능선은

화이트 아웃되어 모습 가늠할 수 없더군요.


좁은 절벽 위 능선길

운무 사이로

끊길 듯 이어집니다.


비까지 부슬부슬

분위기 잡습니다.


경치는 경치대로

몸은 몸대로

비에 젖습니다.



세동치에서 부운치로


세동치에서

부운치 지나

팔랑치 다다르자


발길 따라

영화처럼

2시간 여 상영되는

산상 정원,


작은 능선 오르내려

흰 커튼 사이

곱고 붉은 꽃

철쭉철쭉 드러납니다.


한때 양 떼 목장이던 곳

독성으로 양들이 먹지 못한 철쭉

서로 모여 군락 이루었다지요.


전화위복

새옹지마



산정 정원


잘 가꾼 화원 인양

꽃터널

꽃능선

꽃대궐

운무 속 펼쳐지는

빗방울 머금은 철쭉 향연


조금 감출 때

아름다움은

신비감 더한다지요.


앙증맞은 붉은 병꽃

함께 어우러집니다.



꽃의 향연


철쭉에 취해

안개에 취해


철쭉에 젖어

비에 젖어


철쭉에 빠져

환상에 빠져



비와 철쭉


꽃길 걷는 건지

허공 걷는 건지

꿈길 걷는 건지


이야말로

무릉도원


별유천지 비인간



별유천지 비인간


꿈에서 깨어

다시 꿈꾸듯

산상 정원 끝나며

바래봉 오르는 길

빗방울 굵어지고

바람 거세지는데

한 치 앞 가늘길 없는

운무 더욱 짙어집니다.


백색의 늪

깊어집니다.


오리무중

점입가경



오리무중, 점입가경


계단 끝나면

무엇이 있을까?


지리산 능선 모두 조망되어야 할

바래봉은 진한 곰탕입니다.


하얀 호텔 이불속

포근한 꿈길입니다.



바래봉


내리는 길도

짙은 장막



새싹 피워내는

고산 나무들


희망 피워내듯


빗물 어우러져

초록초록

촉촉

촉촉


초록초록


용산 허브랜드로 하산합니다.


널찍하고 편한 길

바닥에 돌을 깔아 미끄러웠습니다.


빗방울 점점 굵어집니다.



용산 하산길


멋진 이팝나무

기름진 대지 배경으로

풍성한 쌀 꽃 한창입니다.


계곡 산벚나무

늦은 꽃잎 떨구어

물에 띄웁니다.



꽃 풍년


비 내리는 남도

지리산 자락


꽃구경에

김치찌개 막걸리 한잔

찐한 호사 누립니다.



이팝나무, 막걸리


*2022년 5월 13일 지리산에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자 점점 굵어졌습니다.

*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운봉허브랜드~용산주차장 총 13km 5시간의 꽃구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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