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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충남), 바람의 길 소원의 길

백산심론(百山心論) 3강 10장 30산 충남 가야샨

by 여의강


하늘에

부는 바람


가슴에

품은 바람


산에서 만난

두 바람


산을

흔드네


산이

떠가네


산을

옮기네



가야산 바람 능선


충남 가야산(678m)을 다녀왔습니다.


꾸밈없는 소박함

자연 그대로 모습


평탄한 시골길

꽃잎 날립니다


인적 없는 깊은 숲

새소리만 따라옵니다


정상 직전

고요한 폭풍전야


부우우웅퓨우우훙~~


산머리 휘몰아치는 굉음

도돌이표 만난 듯

허공에 반복됩니다



소리뜷고

올라선 정상


온몸 휘감는

채찍 같은 바람


세상이 흔들립니다



정상 직전


가야산(伽倻山)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과 해미면, 예산군 덕산면 경계에 있으며 충남 서부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입니다.


석문봉, 옥양봉, 연엽봉, 원효봉 등 봉우리들이 솟아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산자락에 마음을 씻고 가는 절이라는 뜻의 개심사(開心寺)가 있습니다.


특히 조선조 말 야심가였던 흥선대원군의 야망이 묻힌 '남연군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남연군묘(네이버)


'안동 김씨 세도가가 정권을 좌지우지하고 종친들은 조금이라도 잘못 보이면 역모로 몰려 죽음을 당하거나 귀양 가기가 예사이던 시절, 흥선군은 파락호나 미치광이 행세를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지요.


그러나 왕권을 강화하여 나라를 굳건히 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으니,

그 오랜 계획을 실천에 옮긴 교두보가 바로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곳으로 옮긴 일이랍니다.


1822년 남연군이 돌아가고 난 뒤 어느 날 한 지관이 찾아와 명당자리를 알려 주었답니다(영화 '명당'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지요).

지관은 이곳 가야산 동쪽에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오는 자리(二代天子之地)가 있고, 광천 오서산에는 만대에 영화를 누리는 자리(萬代榮華之地)가 있다고 했는데,

흥선군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가야산을 택했다지요.


그러나 그 자리에는

이미 천년 고찰 가야사와 탑이 들어있었음에도,

기어코 절과 탑을 폐하고 묘를 썼답니다.


이후 흥선군의 둘째 아들이 고종, 그 아들이 순종이 되었으니 2대에 걸쳐 천자를 본 것은 틀림없으나,

두 임금을 끝으로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의 맥이 끊기고,

남연군 묘는 오페르트라는 독일 상인이 파헤친 바 되어 천주교 학대와 쇄국의 시발점이 되었으니

과연 그런 수난과 비극적 결말의 자리가 결과적으로 명당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 하지요.'(네이버)


여하튼 명당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을 빙 둘러싼 봉우리와 푸근한 지형이 범인이 보기에도 예사로워 보이지는 않더군요.


가야산 등산로


친구와 차 몰아

옥계저수지 지나 '덕산도립공원주차장' 닿았습니다.


소똥 냄새 구수한 도랑 따라

마을과 작은 오솔길 지나니

물 풍성한 '상가저수지' 만납니다.



주차장에서 들머리로


가야봉에서 석문봉과 옥양봉 장쾌한 산그늘

상가저수지 잠겨있습니다.

가야봉에는 군부대와 방송국 시설물 솟아있습니다.


평탄한 흙길 숲길

새들 노래 따라옵니다.



상가저수지와 가야산 능선


인공으로 가꾼 흔적 거의 없는

소박한 시골산길 이어집니다.


그래도 이정표 잘 되어있어

길 잃을 염려 없더군요.



시골산길


한참을 부드러운 길 이어지며

숲이 깊어집니다.


노래하는 새

무슨 연유인지 계속 따라옵니다.


봐달라는 건지 보지 말라는 건지

놀자는 건지 가라는 건지



깊어지는 숲


들머리에서 1시간

쉬며 놀며 걷습니다.


부드러운 길 끝나고

정상 앞둔 너덜길 바위길

된비알 시작됩니다.



된비알 시작


정상 앞둔 안부,

거센 바람 소리

하늘에 맴돌기 시작합니다.


숲에는 바람 한점 없는데

허공 울리는 소리는 광풍 수준이더군요.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로 착각될 정도입니다.



정상 전야


바람 소리 뚫고 조심스레 정상에 섭니다.

허공 울부짖던

채찍처럼 맵고 거센 바람

실체 드러냅니다.


광활한 평야와 염전,

서해바다 가야산 능선 사방 펼쳐지며

몸 가누기 힘들 정도

휘몰아치는 바람

가슴 뻥 뚫어줍니다.



가야산 정상


능선 줄기줄기

바람 하늘 바다 맞닿아

둥둥둥

떠가는 듯합니다.



정상 능선길


펼쳐진 능선 따라

오밀조밀 암릉길

바람 타고 넘습니다.

서해 바다 펼쳐진 평야

광활하게 이어져나갑니다.



바람의 길


돌아본 가야봉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상가저수지 옥계저수지 품은 대지

기름지게 빛납니다.


능선 명물 거북바위

한자리 차지하고

산객 반겨줍니다.



가야봉, 저수지와 거북바워


좁은 능선

바람에 누운 숲


노린재나무에는 하아얀 꽃잎

소원바위에는 간절한 바람

송이송이 피었습니다.



노린재나무, 소원바위


푸근한 하산길

캔맥주와 대화가 시원했고

돌아본 능선은 편안했습니다.


30산 축하 섞어 전해주는

친구의 소폭이

달게 목을 축였습니다.



하산길, 돌아본 능선


*2022년 5월 19일, 하늘은 흐렸다 개기를 반복했고 날은 따듯했지만 정상 바람이 매우 거칠었습니다.

*덕산도립공원주차장~상가저수지~가야봉~거북바위~소원바위~원점회귀 총 7.3km를 놀며 쉬며 5시간 반을 천천히 걸은 편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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