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천천히 그러나 쉬지 말고

백산심론(百山心論) 4강 6장 36산 태백산

by 여의강


보잘것

하나 없어도


이뤄야 할 것

하나 있어


뜨거운 땡볕

무더운 지열

견디며 나아갑니다



몸이야

재 되어

바람에 실려가도


엎드려

두 손 모아


한 소망

올리오니


그 마음

조금은

어여삐 여기사


부디

길 일러주소서


길을

일러주소서



장군봉에서


태백산(1567m)을 다녀왔습니다.


한 여름 찌는 더위

산을 휘감습니다.


숲은 깊고

풀은 길게 자랐습니다.


예로부터 나라의 큰 일 올리던

영험한 산인지라

몸과 마음 정히 합니다.


장엄하고 중후한 산세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뭉긋하게 오르고

서서히 내려옵니다.


다져진 길 위엔

절절한 바람들

두텁게 쌓여있습니다.



태백산 고사목


백산은 민족의 영산이자

한반도 척추인 태백산맥의 상징입니다.

금강, 설악, 오대, 청옥, 두타산을 거쳐 흘러온 맥이 한번 웅장하게 용트림한 태백산은

대부분 산들이 기암괴봉 깊은 협곡 거느리고 명산에 걸맞은 경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

크고 거대한 능선과 봉우리로 이루어진 육산일 뿐 아기자기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상 능선


앞의 방태산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활등 모양의 둔중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정상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덩어리로 보이는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태백산은 왕실이 제사를 올리는 대상이었고,

단종이 세조에게 시해당한 뒤

이곳의 신이 되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해발 1,470m 지점에 위치한 망경사는 우리나라 사찰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고 봉화군 쪽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다음백과, 나무위키)



망경사에서 바라본 태백산 능선


과 OB 6명이 사당을 출발했습니다.


연휴 시작인지라 도로가 많이 정체되어

예정보다 40분 늦게 들머리 도착했습니다.



뜨거운 햇빛

후덥지근한 바람

무거운 다리,


입구부터 좁고 가파른 길 시작되고

2백 미터 지나 경북과 강원을 이어주는 고개

백두대간 길 '사길령' 만납니다.



들머리와 사길령


발 돋을 곳 없이 미끄러운 육산

땅에 머리 닿을 정도 된비알 오르니


산짐승과 산적으로부터 안녕 기원했다는

'산령각' 있습니다.



산령각


깊고 울창한 숲

햇빛 가리고


단풍나무 신갈나무 조릿대 그늘산사초

고즈넉한 길 오르내리며 이어집니다.



유일사 가는 길


뭉긋한 태백 능선 보이며

1시간여 만에 '유일사' 사거리 닿습니다.

비구니 순일 스님이 1935년 세웠다는 유일사는

오히려 원효나 의상대사가 아닌 것에 신빙성이 가더군요.


가파른 돌길 시작되는 이곳에서

겨울에는 아이젠도 판매한답니다.



태백능선과 유일사


쉬엄쉬엄 1시간 더 오르면

태백의 주목 천 년을 자리하고


운탄고도 만항재 함백산

아련히 펼쳐집니다.



태백 주목


산인지

하늘인지

구름인지


태백의 능선들 아스라이 이어지며

고사목 즐비한 장군봉 닿습니다.



장군봉 정경


생뚱맞게

윗전들 모시고 제사 음식 바리바리 챙겨 올랐을

무명씨들 노고가 생각나더군요.


그나마 가는 길 뾰족뾰족하지 않고

펑퍼짐하니 오를 수 있어

별 사고 없이 큰 일 치를 수 있었겠지요.


그래서 펑퍼짐한 건지

펑퍼짐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군봉 산그리메


장군봉

귀한 철쭉 너머

천제단 우뚝 서있습니다.


품고 간 바람

바람에 펄럭입니다.



철쭉과 천제단 가는 길


무슨 소망 올렸을까요?


태백산에선 임금의 소원을

함백산에서 백성의 소원을 빌었다던데,


임금과 백성의 소원은 달라도

크기와 깊이는

같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천제단


'太白山' 멋지게 새겨진 정상석 인증합니다.


중후한 산그리메 이어져나가는

정상 언덕에 한 상 차립니다.


시그니쳐 샌드위치 즐기고

사당 양재 동네 김밥 품평하며

뜨내기 음식과 단골 위한 음식에는

확실히 수준차가 있다며 웃습니다.



정상석과 중후한 산그리메


버스시간 맞추어

막걸리 한잔 생각에 문수봉 포기하고

바로 '당골'로 내리는 길 택합니다.


가파른 돌길 조금 내려오니

'단종비각'이 단아한 모습을 하고


최고로 높은 곳 위치한

'망경사' '龍井'에는

제수로 썼다는 귀한 물

가뭄에도 넘쳐납니다.


별꽃들도

밤에 빛날 별만큼 만개했습니다.



단종비각, 망경사용정, 별꽃


숲 따라 계곡 따라

흙길 돌길 계단길

바위덩이 흐르는 '암괴류' 이어집니다.


길이 끝날 즈음 단군 제단이 있고

날머리 당골 닿습니다.



내리는 길


노을 아래 붉게 빛날

하얀 찔레꽃 가득한 길


구수한 청국장에

옥수수막걸리가 잘 어울렸습니다.



찔레꽃과 귀경길


*2022년 6월 4일, 맑고 무더운 날 산악회 버스로 다녀왔습니다.

*화방재~사길령~장군봉~천제단~반재~당골 총 9.4km 5시간 남짓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와 놀며 쉬며 걸은 즐거운 소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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