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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황석산, 푸르른 절개 검붉은 핏빛
백산심론(百山心論) 4강 8장 38산 황석산
by
여의강
Mar 3. 2023
쏟아지는 비
원시의 숲
미끌대는 너덜길
수백 년
눈비 내라고
바람 불어도
애끓는 푸른 절개
지울 수 없어
슬픈
벼랑
너른 암릉
흘러내려
검붉은 핏빛으로 피어났습니다.
피바위
황석산(1193m)을 다녀왔습니다.
황매산 우중산행 마치고
황석산 가는 길
한적한 남도의 소도시
현지인 가득한 맛집
흑돼지 두루치기와
모둠순대
아직은 산행 중 한잔 익숙지 않아
반주하는 친구 잔 채워주며
입맛만 다십니다
.
진주 남강 상류로 이어진
길
영호남 잇는 육십령 고개
따라
구비구비 비에 젖은
남도
들녘
1시간 달려
황색 돌산 들머리 우전마을 도착합니다.
황매산 가는 길
비에 잠긴 산
바람에 젖은 숲
운무에 숨은 너덜길
소중함 지키려는 일념
비장함 다져진 산성
(
山城)
山은
인간사 무관한 듯
비바람에
운무만 가득합니다.
정상 가는 길
황석산은 거창 남녘에 솟은 범상치 않은 바위산으로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 내린 네 개의 산인 기백·금원·거망·황석 가운데 가장 끝 자락에 흡사 비수처럼 솟구쳐 있습니다.
누런 돌이 많아 황석산으로 불리는데
가을철 거망에서 황석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밭이 장관이고 안의면에 있는 여덟 개의 못과 여덟 개의 정자가 유명하답니다(다음백과)
.
황석산성과 황석산(함양군청)
우전마을 꼬불꼬불
좁다란 도로 지나
사방댐 옆 들머리 차 대고
2차 우중산행 채비합니다.
황석산 들머리
초반부터 시작되는 너덜길
산 이름에 왜 돌 石자가
있는지
실감 납니다.
쏴아아아
후두두툭
인적 끊긴 비 오는 숲
푸우우욱
철벅철벅
스틱찎으며 나아가는 발소리 더해집니다.
몸도 젖고 맘도 젖어
신음 같은 들숨날숨 박자 맞춥니다
후우우웁
푸후우우
등산모 차양으로 떨어지는 빗물
짭조름 땀방울
얼굴에 번집니다.
초반 너덜길
십여분 오르니 슬픈 사연
'피바위' 위로
빗물이 흐릅니다.
정유재란,
열세에도 왜구와 맞서 싸우다
황석산성 함락되자
지아비 오라비 아비 돕던 아녀자들
깨끗한 죽음 택해 벼랑으로 몸 던져 순절하였고
그때 흘린 피가 여기 바위까지 넘쳐내려
붉게 물들인
흔혈이 남아있다는 곳입니다.
'옴마야 남정네들 다 가뿌리고 산성도 무너졌어예?
,
그라모 우덜도 살아 못하능교
,
왜놈들한테 몸드럽히느니 차라리...'
치마로 얼굴 가리고
천 길 낭떠러지 여린 몸 던지는
여인들 절규 들리는 듯합니다.
피바위
피바위 지나 다시 시작되는 너덜길
비에 젖은 바위
급경사 오르막
반질반질 미끄러워
발길 잡습니다.
잠시 이어진 능선
빗물 가득 고인 오솔길 지나니
펼쳐지는 육중한 황석산성,
삼국시대 산성으로
전북 장수와 진안으로 가는 길목에
계곡을 감싸 쌓아 올린 포곡식 형상인데
정유재란 때 여기서 왜구와 맞서 싸우다
조선 의병
5백여 명
장렬히 순국하였답니다.
황석산성
산성길 따라
숲길 헤치고 조금 오르면
전쟁 시 군창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잡초 무성히 흔적만 남은
평평하고 널찍한 '건물지' 나타납니다.
내 나라 내 가족 지키려는 한 마음에
산성으로 창고로 동분서주 뛰었을
의병과 백성들 불타는 마음 보이는 듯
피바위 황석산성 건물지
하나로 이어집니다
비장함 묻어나는
역사의 현장 지나
정상 향한 마지막 된비알 시작됩니다.
건물지와 너덜 된비알
정상 오르는 길
함양의 마터호른
날카로운 비수 세운듯한 황석산 봉우리
회색 장막에 희뿌연 모습 감추고 있습니다
.
험한 암릉 사이
아슬아슬 놓인 데크길 오르니
마지막 계단 두 개
정상 바위 군락 연결됩니다.
사람 몇 서있기조차 힘든
피라미드 첨탑 정상,
미친 듯 몰아치는 비바람
끈적한 운무
온몸 휘감으며 오래 머물기 거부합니다.
황석산 정상
내리는 길
거망산 가는 길도 곰탕 속이고
안개비 더욱 짙어
검 초록 숲엔
이른 어둠 내려앉고
가파르고 질퍽하고 미끄러운 길
측방 낙법 몇 번 쓰며 가야 했습니다.
하산길
건물지 황석산성 피바위 지나
원점 회귀하니
비에 젖어 영롱한 잎
독수리 오형제 친구들 웃음소리
지친 몸 달래줍니다.
독수리오형제
1일 2산
친구들과 잊지 못할 우중산행,
뜨끈한 순댓국에 소주 한잔 속을 달래주는데
고교 때 외웠던
송한필 선생의 시구절 입에 맴돌았습니다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가련타 한해 봄날 일이여
비바람 속에 오고 가는구나'
비 젖은 숲
*2022년 6월 5일 1일 2산 두 번째 여정 종일 비 내리고 바람 불었습니다.
*우전마을 사방댐~피바위~황석산성~정상~원점회귀 총 4.6km 2시간 40분 역사와 함께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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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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