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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천마산, 생각이 닿는 하늘
백산심론(百山心論) 4강 10장 40산 천마산
by
여의강
Mar 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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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까요
마음 따라일까요
운명 따라일까요
선각자들 화두 따라
정답 없는 길 찾아
산을 오릅니다
걸음이 나아갑니다
생각이 나아갑니다
하늘까지 나아갑니다
천마산 가는 길
천마산(812m)을 다녀왔습니다.
깊고 조용한 숲
시원한 전망
서울 둘러싼 풍경 한눈에 들어오는
무엇보다 지하철 타고 휑하니 다녀올 수 있는
가까이 있어 더욱 좋은 산입니다.
'형, 세상을 열 바퀴 돌면 모하나요,
그런다고 내가 바뀌나요
세상이 바뀌나요?
결국 정답은 나한테 있는 거 아닌가요?'
자조적 웃음 띄우며 소주잔 털어 넣던 후배 생각하며
귀한 것 옆에 두고
무지개 찾아 겉돌던 어리석음 돌아봅니다.
천마산에서 본 한강
천마산은
남양주시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으며,
북서쪽 철마산과 함께 광주산맥에 속합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달마대사가 어깨를 쫙 펴고 앉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사계절 모두 그림처럼 수려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산세가 험하고 복잡해
‘소박맞은 산’이라 불리기도 했고
임꺽정이 본거지로 활동했다고도 전해지는데
고려 말 당시 이곳에 사냥을 나왔던 이성계가
산이 매우 높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으면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 하여
천마산(天摩山)이란 이름이 붙었답니다.
축령산, 운길산, 백봉산, 예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좋은 산들을 이웃하고 있습니다.(남양주시)
군사훈련으로 자주 등산로가 폐쇄되는 명성산 대신
블야 100산에 대신 선정되었다는데,
이미 명산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천마산 봉우리
반팔 여름옷차림으로 집을 나서는데
날은 맑았지만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했습니다.
일 따라 바삐 움직이는 군중 사이
배낭 매고 가는 길이 다소 멋쩍더군요.
'30년 이상 저리 살았으니 괴안아
산에 일 보러 가는 건데 모'
죽어도 회사에서 죽겠다며
목숨 바쳐 일하던 시절 돌아보며
스스로 위로합니다.
상봉역에서 경춘선 갈아탔습니다.
도봉 불암 능선 위로
흰구름 뭉게뭉게 떠갑니다
교외까지 아파트가 많기도 하네요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망설이다 혼자 올랐습니다.
천마산역 내려 좌측 계단 올라
길 건너니 바로 들머리 나옵니다.
들머리
이름 같지 않게 어여쁜
'개망초' 하늘거리는 초입
큰 산 들어가는 입구처럼
키 큰 나무들 울창합니다.
개망초 핀 들머리
깊은 숲 푸근한 흙길
아기자기 이어지다
가파른 경사 시작됩니다.
된비알은
돌길보다
흙길이
발 디딜 곳 없어 더 힘듭니다.
둥근 이파리 쪽동백나무
초봄 노란 꽃 피웠던 생강나무
무성한 잎 드러내고 있습니다.
흙된비알
1시간 여 오르니
다시 완만한 오솔길 이어지고
가파른 돌길 나타납니다.
으아하고 소리 지를 만큼 곱다는
'으아리꽃' 갸냘픈 몸매
능선 바람에 춤춥니다.
으아리
가파른 호치키스 바위길
테크 계단 설치하여
편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정상가는 벼랑길
아찔하게 이어지며 전망이 트입니다.
멀리 산그리메 속에
겨울을 달구었을 천마산 스키장과
자연을 침범한 시멘트 건물 군락 펼쳐집니다.
정상가는 길
정상 근처
가지 늘어뜨린 소나무들
절벽 지키고 있습니다.
좁은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
사방에 시야가 트이고
태극기 바람에 펄럭입니다.
무심한 바람 불고
한가로이 구름 떠갑니다.
정상 소나무, 고목
파란 하늘
그림 같은 구름 감상하며
화두도 잊은 채
한참을
멍 때리다
마음은 비우고
배를 채웁니다.
멍때리기
천마산 전망대
서울로 휘감아 들어가는 한강과
서울을 병풍처럼 둘러싼 불수사도북과
철마산 주금산 운악산 빼곡히 펼쳐집니다.
전망대 전경
푸른 하늘
맑은 구름
시원한 바람맞으며
가슴 뻥 뚫리는 풍경에 취했습니다.
'명당이로고,
역시 명당이로고~'
일찍이 백제와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도
문외한이 보아도 딱인듯
서울의 입지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임꺽정 바위 지나
호평역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임꺽정바위
계단과 흙길 돌길 시멘트 임도길 지나
다시 포근한 숲길
작은 계곡 이어집니다.
한적한 산길
새소리 물소리
산객의 마음 채웁니다
.
하산계곡
잣나무 숲 지나 날머리 나오며
문득 도시 상가가 나타납니다.
원길 명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
근교의 멋진 산입니다.
날머리
우연이든 필연이든
운이든 기이든
마음이든 운명이든
죽어 욕된 것
어쩔 수 없으나
살아 욕된 것은
해볼 수 있으니
살아야지요
살아야지요
천마산 고목
*2022년 6월 14일 바람 불고 뭉게구름 떠가는 날이었습니다.
*천마산역~정상~평내호평역 총 6.3km 3시간 반의 호젓한 혼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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