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약산, 두려움과 부족함 없다면

百山心論 5강 1장 41산+ 재약산 천황산

by 여의강


한낮

이글대는 태양


가릴 데 없고

숨을 곳 없는


지구의 맨 살 위

발바닥 지글댑니다.



세월의

찌는 더위도 견뎠는데


걸으며 겪는

열기쯤이야


좋아서 하는 것

그깟게 모시라꼬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에 집중하자


다짐하며

나아갑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 평원


재약산(1189m)을 다녀왔습니다.


천황산과 연계 산행으로

이전 친구들과 올랐던

가지 운문, 간월 신불 영축산 이어

영남알프스 9봉 중 6,7번째 봉이기도 합니다.


날이 더워 쉽지 않았지만

장쾌한 1천 m급 고봉준령으로 둘러싸여

등산 내내 멋진 뷰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고

하산 길 폭포들 장관이었습니다.



재약산 가는 길


천황산은 경남 밀양시와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주봉은 사자봉이며, 남쪽 5km 부근에 솟아 있는 재약산(주봉은 수미봉 1,018m)과 맥이 이어져있습니다.


재약산은 천황산이 일제 때 붙여진 이름이라 하여

우리 이름 되찾기 일환으로 밀양시에서 재약산과 천황산을 통합하여 천황산 사자봉이 재약산 주봉이 되었지만 지형도에는 아직 천황산과 재약산이 구분되어 있기에 "한국의 산하"에서는 지형도상의 사자봉(천황산)을 재약산으로, 이전의 재약산은 수미봉으로 표시한답니다.


신라 흥덕왕의 아들이 나병에 걸렸을 때 재약산 아래 죽림사(지금의 표충사) 약수에 목욕을 하고 마신 후 나았다 하여 '이 산 모든 물, 풀, 꽃, 나무가 약 아닌 것이 없다'는 뜻에서 '실을 재(載), 약 약(藥)'을 써서 '약을 싣고 있는 산, 재약산(載藥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지요.


산세는 부드러운 편이나 정상 일대에는 거대한 암벽을 갖추고 있으며, 수미봉·사자봉·능동산·신불산·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드넓은 억새평원으로 가을철 환상적인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두 산 사이 늦가을의 명소인 사자평 습지와 폐교된 사자평 분교(산동초등학교 고사리분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고사리마을로도 불렸던 이 일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 가구가 민박을 받으며 식사를 팔았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됐는데, 옥류동천을 따라 일곱 빛깔 무지개 영롱한 흑룡폭포와 층층 폭포 등이 장관을 이룹니다.


재약산 아래 대찰 표충사가 있고, 영축산으로 넘어가면 통도사, 가지산을 넘으면 석남사, 운문산을 넘으면 운문사가 있어 예부터 이 일대의 산길은 아무리 험준해도 산승의 표연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한국의 산하, 밀양 문화관광)


천황산 이정표


산악회 버스 타고 4시간 여,

한참을 달려 몸이 지칠 즈음

영남알프스 거대한 산의 병풍

하늘에 드리웁니다.


석남사 지나 구비구비

남도의 산 입구 배내고개,

간월산 반대편 들머리 오릅니다.


이미 중천에 뜬 해

뜨거운 열기

산객의 마음 늘어지게 합니다.



영남알프스 안내도와 재약산 들머리


완만한 숲길 들어서니

나무 그늘 시원함 느껴지며

뿔삼각형 모양 야생화 노루오줌 반겨줍니다.


능동산 지나

'사랑으로 만들었다'는 쇠점골약수로 목 축이고

기기묘묘 숲길 나무 따라 내려가니

차 한 대 다닐 정도의 임도

산허리 휘어져나갑니다.



능동산에서 천황산 가는 길


우로 능동산 끼고

좌로는 절벽 아래 천 미터 고봉들

산그리메 흘러갑니다.


완만하지만 끝없이 올라가는

한낮의 임도길 쉽진 않습니다.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인지라~'


길가 기득 금계국

작은 산들바람에도

황금빛으로 하늘거립니다



금계국


들머리에서 1시간 반

낑낑대며 산허리 오르니

넓은 평지 케이블카 올라오는 길 만납니다.


영웅호걸이나 도적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중국 영화에 나옴직한 신용문객잔 같은 주막

'샘물상회' 만났으나 그냥 한숨 돌리고 통과합니다.



샘물상회


천황산 오르는 마지막 경사,

케이블카 타고 올라온 산객들

쌩하니 앞서 갑니다.


호젓한 숲길 흙길 지나 급경사 끝나며

실구름 한가로이 떠가는 푸른 하늘

멀리 완만한 능선 닿는 곳

천황산 정상 드러납니다.



천황산 가는 길


천황산 정상에 서니

영남 알프스 고봉준령들 열병합니다.


특히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 보이는

간월재가 인상적이더군요.


평지로만 보이고

평지인 줄 알고 걸었던 그곳이

저리 높은 곳이었던가 싶었습니다.


안에 있을 때와

밖에서 보는 것은

영 다른 세상인 거지요.



천황산과 간월재


'음마 bac에선 와 천황산 인증 않되능교?'

어쩔 줄 모르는 산우에게 천황산은 울주군 앱에서

해야 한다 일러주니 매우 고마워하더군요


내리막 만났지만

깊게 내려가면

높이 올라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맘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돌아본 천황산

아스라이 멀어집니다.



돌아본 천황산


넓진 않지만 작은 평원 지나

본격적 재약산 등반 시작됩니다.


길지 않은 오르막 지나

마지막 가파른 암릉 헤치고

우뚝 솟은 암봉 정상 서니

영남알프스 형제산들이 이어져 나가고

사방이 발아래 펼쳐집니다.



재약산 가는길, 정상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간단 식사하고

고사리분교터와 표충사 향해

긴 하산길 시작합니다.


일제 빨치산 토벌대 등

슬픈 역사 가진

'사자평 습지' 드넓게 펼쳐집니다.


일제 때 이곳 화전민들 쫓아내고 스키장 만들려고

약초꾼과 나무꾼들 동원하여

벌목과 정지작업을 하였는데

다행히 강설량이 충분치 않아 수포로 돌아갔답니다.


이후 65만 평이나 되는 대평원엔 억새가 자라나고

고산의 습한 기운을 먹고 고사리가 올라와

인근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 되었다지요.


그래서 지금은 폐교되어 터만 있지만

초등학교 이름도 '고사리분교'라네요.



사자평 습지


새로 정비된 깨끗한 테크 길 따라

한참을 내려갑니다.


고사리분교터와 군사도로 가로질러가니

본격적 하산 시작되는

옥류동천 상류 만납니다.



하산길 새 테크


제일 먼저 만난 층층폭포,


사자평 고산습지 끝에서 떨어지는 물이

30m 아스라한 절벽에 층 지어 떨어진다 하여

이름 붙여졌답니다.


먼길 달려온 더위

한꺼번에 가시는 느낌입니다.



층층폭포


조금 더 내려가니

깊고 깊은 계곡 사이 구룡폭포,

흑룡이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의 흑룡 폭포


가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물줄기 내리 꼽으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능선길과는

전혀 다른 계곡 풍경 보여줍니다



흑룡폭포


산수국 만개한 길

고즈넉한 숲길 한참 내려가니

표충사 보이기 시작합니다.


버스시간 촉박했지만

시원한 계곡에 잠시 발 담갔습니다.


긴 영화가 끝나는 듯하여

아쉬음에 되돌아보니

멀리 재약산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재약산 날머리


결핍과 분노는

동기(動機)를 낳습니다


부족하지 않고

열받지 않으면

필요하지도 않겠지요


두려움 없고

원하는 것조차 없다면


무의미일까요


아니면

자유일까요

평온일까요

해탈일까요


경계를 모른 채

오늘도

걸었습니다



옥류동천


*2022년 6월 17일 남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크고 깊게 빛나는 1일 2산이었습니다.

*배내고개~능동산~샘물상회~천황산~재약산~표충사 총 16km 6시간의 혼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