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편지

가을 단상

by 여의강



이슬 같은 그대,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립습니다


그러네요

다시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네요


당신과의 하루를

당연한 일상으로 알았어요

수많은 날 중 하나로 알았어요

늘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의 믿음은 나를 살렸고

당신의 웃음은 나를 살게 했어요

당신의 손길은 나를 설레게 했어요


끝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리 함부로 하진 않았을 거예요

잘못이 끝을 당긴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 띄엄띄엄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리 괴로울 줄 알았다면

그리 쉽게 판단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리 아플 줄 알았다면

그깟 상처쯤은 참았을 거예요

이리 가슴 저릴 줄 알았다면

말도 마음도 아끼지 않았을 거예요


내일을 고심하지 않은

순간의 최선이

비수로 돌아올지 알았다면


더더더

조심했을 거예요




맞아요,

사랑은 무거웠는데

선택은 가벼웠어요




그리워요

맑은 미소가

당신을 통해 얻었던 세상이


미안해요

섣부름과 가벼움으로

당신을 아프게 한 것이


사랑합니다

에리히 프롬보다

알랑 드 보통보다


나를 더 사랑했던

바보 같은

그대보다

바보처럼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행복하게 해 줄 수만 있다면...


부디 건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