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아래로 충남도청을 품고 새로이 사통팔달로 조성되고 있는 거대한 내포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이 멋스럽고,
솔향을 맡으며 바위를 오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산이 크지는 않은지라 프랑스 영화처럼 갑자기 끝나며 단변 소설 같은 여운을 남기더군요.
이어지는 수암사나 수덕사로 유명한 덕숭산을 연계해볼 만합니다.
용봉산 기암
용봉산은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에 걸쳐있습니다.
전체가 바위산으로 기이한 절경을 보여주어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린다지요.
정상에서 멀리 예당평야와 수덕사를 품은 예산 덕숭산, 서산 가야산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산의 좌우 중턱에 백제시대의 고찰 용봉사와 고려시대 불상인 홍성 신경리 마애석불, 미륵석불 등의 문화재가 있고, 유명한 덕산온천이 있습니다.
특히 바위가 빼어나 곳곳에 암봉이 어여쁜 수채화 같고, 멀리 보이는 바위들은 달력에 등장하는 풍경 같다고도 합니다. 용봉산의 노적봉과 악귀봉을 지나면 암석들은 많이 줄어들고 완만한 수암산으로 이어지는데, 용봉산과 수암산은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어 곳곳에 정자며 쉴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고,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산이랍니다.(네이버 지식백과)
주변 정경
0650 사당역에서 산악회 버스에 올랐습니다.
지하철에는 이른 출근러들과 산객들을 위해 김밤이며 떡을 파는 노점들이 몇 군데 있어 간식거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용봉산 하나론 다소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는 산객들을 위해 수덕사를 품고 있는 덕숭산(수덕산)과 함께 1일 2산을 가는 일정입니다.
용봉산 전경
2시간 남짓 달려온 버스가 용봉초등학교 앞 주차장에 사람들을 내려주었습니다.
입장료 천 원을 받더군요.
소나무 가득한 들머리를 솔향을 맡으며 오릅니다.
입구에 빨간 홍매화가 만개하고 두어 그루 동백도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들머리
거대 불상과 만물 바위를 잠시 구경하고 흙과 암릉으로 이루어진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다 뒤돌아 보니 광활한 평야와 멀리 큰 산들이 몇 개 눈에 들어오더군요.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오는 풍족함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등산로와 후방 푸경
40분을 단숨에 올라 투석봉을 지나니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줄지어 보이기 시작합니다.
등산로가 푸근하고 험하지 않아 동네 뒷산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투석봉 가는 길
10분이나 더 걸었을까,
'설마 벌써?'
하는 순간 정상이 나타나더군요.
한 시간도 안되어 정상을 만난 것이지요.
정상 가는 길
인증을 하고 북으로 이어진 봉우리들을 향해갑니다.
중간에 최영 장군이 활을 쏘았다는 활터도 있습니다.
노적봉과 악귀봉에서 수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재미있고 멋진 바위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줄지어 나타나더군요.
오르내리는 바위길 경사가 만만치 않았지만 올말 졸망하게 계단들을 잘 갖추어놓아 어렵지 않았습니다.
능선의 바위와 내포신도시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신기하게도 바위틈을 삐죽 뚫고 나와 안간힘을 다해 뻗어가고 있는 모습이나 물개와 삽살개, 두꺼비, 아기 코끼리를 닮은 바위들이 연이어 보입니다.
떨어질 듯 절벽 위에 앉아 있는 둥그런 흔들바위며
촛대 같은 소원바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쁜바위들과 신도시
뒷산 분위기의 '절고개'를 넘어 오솔길을 걷다 보니 바위가 빼어나다는 뜻의 수암산과 덕숭산 방향 3거리가 나오더군요.
용봉산만을 오르내리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암산 갈림길
여기서 좌틀하여 봄이 무르익는 벌판과 과수원이 이어진 '가루실 고개'를 따라 내려갑니다.
어죽이 유명하다는 '둔리' 마을을 지나 '용봉 낚시터, 둔리 저수지'를 따라 오르막 포장도를 한참 오르다 보면 40번 도로와 수덕 고개 삼거리가 나타납니다.
출발부터 수덕사만을 충분히 구경할 계획이었기에 여기서 산행을 접고 직접 수덕사로 가려했으나, 거리가 산을 통해서 가는 것과 비슷하단 말에 길 건너 덕숭산을 오르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 마실 수 있는 수덕사 입장료도 벌어볼 요량이었지요. 산에 들어가면서 1, 2천 원 받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다소 거부감이 생기더군요.
덕숭산 가는 길
그렇게 겸사겸사 5백 미터 가까운 가파른 산을 거의 쉬지 않고 올라갑니다.
숨이 쉬어지고 다리가 따라오는데 못 가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라고 몸과 마음을 몰아세웠습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용봉산 줄기와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더군요.
절벽 위로 펼쳐진 소나무 길을 1시간 오르니 수덕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도 '굳이 체력 소모할 필요 없지'란 마음에 수덕사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시험과목(인증 산)인 것과 아닌 것이 이리 차이가 있구나 생각하니, 고교시절 독일어 수업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덕숭산 오르는 길과 용봉산 줄기
수덕사 내려가는 길의 여러 부속 암자들은 비구니 스님들의 도량이어서인지 매우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묵언수행 중인 스님들의 공부방도 보였습니다. 말을 안 한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수행 중 하나라지요.
계곡을 끼고도는 산길이 고즈넉했습니다.
스님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 주위엔 봄꽃이 만개해있더군요.
수덕사 가는 길
수덕사를 천천히 둘러보고자 했던 것은 일엽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였습니다.
'수덕사 여승'이란 유행가로 잘 알려진 분이기도 하지요.
'인적 없는 수덕사의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부속 암자
여성 최초 서양 화가이자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나혜석과 사의 찬미를 부르며 현해탄에 몸을 던진 가수 윤심덕과 함께 신여성으로 이름났던 분이지요.
'정조(貞操)는 어디까지나 사랑이 있는 동안에만
있는 것입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정조관을 1927년 조선일보에 게재하였고,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를 발간하는 등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과감하게 앞장섰던 분으로 본명은 김원주랍니다.
춘원에게 일엽이란 필명을 받은 작가이자 몇 번의 결혼과 사랑, 이혼 후에 세속과 연을 끊을 것을 선언하고,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한 대선사 만공스님의 문하로 30대 후반 불교에 귀의한 걸출한 선승이기도 하지요.
일엽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녀가 풀고자 한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상상해봅니다.
부속 암자들이며 대웅전 등 상당한 규모의 수덕사를 지나오니 식당가가 펼쳐지더군요.
예산 막걸리 한 잔에 용봉산과 수덕사를 담았습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산행이었습니다
수덕사와 식당가
*2022년 3월 17일 다녀왔습니다. 흐렸지만 따듯한 봄날이었습니다.
*용봉초~투석봉~용봉산 정상~노적봉~악귀봉~덕숭산~수덕사의 10.7km 약 5시간의 봄소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