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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Sep 16. 2018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Man up

모든 해외의 영화들은 자국으로 가면 본연의 이름이 변경되어 개봉된다. 이번에 보게 된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이라는 길고도 긴 제목의 영어 이름은 'Man Up'이었다. 조금 이상하지만 해석이 굉장히 길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할만한 수준이다. 왜냐면 영화의 제목이 말 그대로 영화의 모든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제목의 영화가 있는지도 알지 못했고,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감동하게 될지도 몰랐다. 우연처럼 만난 주인공들처럼 나 역시 우연처럼 이 영화를 소개받았으니까.


영화의 주인공 낸시는 우울한 34살의 여성이다. 남자와 잘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지쳤으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에 누구라도 만나야 할 것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무 남자나 만나기는 좀 싫고, 그렇다고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엔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다. 그런 낸시가 부모님의 40주년 결혼기념일 파티에 가는 중, 사건에 휘말리면서 우연히 잭을 만난다. 인기 있는 책을 들고서 런던의 시계탑 아래서 소개팅녀를 만나기로 한 잭은 낸시가 본인의 소개팅녀인 줄 알고 말을 건다. 낸시는 그런 잭과의 짧은 대화 중에서 '영화 대사'를 말하는 부분에서 '팍'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안녕, 난 잭이라고 해


낸시는 잭의 소개팅녀 '제시카'인척 하면서 잭과의 데이트를 즐긴다. 어느 정도 유머러스하고, 어느 정도 긍정적이면서 무언가 괴짜 같은 면 (나는 모지리 같다고 말하고 싶다.)에서 잘 맞는 것 같다. 둘 다 사연도 있지만 소개팅 자리에서 그 누가 자신들의 모든 패를 보이면서 사연을 말하겠는가? 그래도 낸시는 내가 사실 제시카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영화가 그렇게 쉽게 흘러가면 재미없지! 꽤나 민감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의도치 않게 자신이 제시카가 아닌 낸시라는 것을 알리게 된다. 


문을 열고 닫기 전 까지만 해도 붉은 벚꽃이 휘날리는 썸이 둘 사이 가득했는데, 문이 닫히자마자 둘은 냉랭한 적이 되어서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블라블라 블라. 어른들의 비꼬기는 아직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면서 흥미진진하게 둘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잭 역시 낸시에게 감추는 것이 있었고 그 순간 둘은 동지(?)가 되어서 죽이 척척 맞으면서 잭의 곤란함을 해결해준다. 이제 난 가야 해, 낸시는 부모님의 파티로 잭은 원래 소개팅 제시카에게로 가면서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다. 둘 다 멍청이 (혹은 머저리)를 외치면서 헤어지고 그리고 영화의 피날레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 보는 것으로 하자.


블라블라블라!!


그냥, 평소 로맨틱 영화를 멀리했던 것 같다. 뭐랄까 핑크빛 사랑보다는 그래도 회색깔 이별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 이상하게 모든 사랑에 대한 것들을 말해주는 것 같다. 흔히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어떤 순간 어떤 사건으로 내가 혹은 그대가 내 삶에 혹은 그대 삶에 끼어들게 되는 것, 그것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잘 맞는 사람이어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보면 모든 선수들이 같은 출발선에 서서 출발 신호(타이밍)만 기다리지 않는가. 이들 역시 타이밍을 놓치면 실격을 당하듯이, 그래서 늘 출발 신호를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연습을 하듯이 사랑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경기가 이뤄지지 않는다.


적당한 타이밍에 우연같이 내게 나타났는데, 성격이 잘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오타쿠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나는 분명 그렇다고 믿는다.) 해외에 나가서 한국인을 마주치면 말하지 않아도 한국인임을 알고 영어로 이야기해도 그 사람이 어느 지역인지 맞추는 사람이 있듯이, 괴짜들끼리는 짧은 대화만 하여도 같은 부류임을 알아차리는 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용기"이다.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매일 출근하는 지하철역 내 지정석 스크린 도어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우연을 인연으로 만드는 것은 간장종지만큼의 용기"라고 우아하게 적혀있다. 매일 보면서 맞는 말이야, 되뇌고 되뇌었지만 우리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사실 그 "간장 종지만 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 우연히 마주치는 사건들 사이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있을지 모른다. 내 짝이라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조금의 대화와, 눈빛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교환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둘이 연인이 되지 않았던 것은 그 조그마한 용기가 없었던 것뿐. 그러니까, 이 사람이다 싶으면 언제든지 용기를 내거라. 뒤를 돌아서 지나가다가도 자꾸 떠오른다면 언제든지 뒤를 돌아서 뛰어가라. 용기 있는 자만이 자신의 평생을 맡길 수 있는 짝을 만날 수 있다. 영화처럼, 우리처럼, 어쩌면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처럼.


FxxK the Past!!!


P.S : 상처받은 과거 때문에, 우울했던 날들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힘든 당신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누구나 슬펐던 과거는 존재한다. 사랑 때문에, 가족 때문에, 나 자신 때문에. 그로 인해서 스스로를 웅크리고 나는 안될 거야 하는 불안한 마음을 없애버리면 좋겠다. 안돼도 또 해보고 또 해봤으면 좋겠다. 과거를 치유하는 '파란 조각'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거울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분명히! Fxxk the Past! 과거는 다 잣 까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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