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2>를 보고 나서
적나라한 주인공, 유쾌한 주인공, 할 말 다 하는 주인공. 번역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낼 거라고 기다리던 고객들이 엄포를 놓았던 영화. 데드풀을 이제야 보았다. 아니 말하자면 데드풀 1의 속편인 데드풀 2를 뒤늦게 보았다. "어벤저스는 잊어라" "재미, 풍자, 스케일, 액션, 서사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한다." 등등 호평이 줄줄이 이어진 이 영화는 내게 딱히 감동도 재미도 존재하지 않았다.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언제 끝날까를 궁금해한 것은 최근에 극장에서 본 '아쿠아맨' 이후 처음이었다. 차라리 아쿠아맨은 연출이 훌륭해서 영상 보는 맛이라도 있었지만 데드풀은 내 기준에선 전작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1.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건 패러디야, 이건 어떤 대사를 따와서 만든 거야 하는 느낌이 나지만 전혀 공감도 재미도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마블 시리즈의 모든 만화를 본 것도 아니었고, 영미권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패러디된 영화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이었다. 아는 애들은 분명 재밌게 볼 텐데, 모르는 애들은 재미도 감동도 없다. 어디서 어떤 단어에서 포인트를 주는지 알겠는데, 왜... 그런 거 있지 않는가. 알긴 알겠는데 웃을 수 없는 개그감 같은 거
2. 시원한 액션은 어디 간 것 일까.
전작에서는 데드풀의 시원한 액션이 있었다. 신선한 액션과 유머감각 그리고 청소년 불가의 영화에 걸맞은 잔인함까지 최고다,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진지하지 않은 슈퍼 히어로가 나타났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엔 시원한 액션도 없고 그냥 더 잔인해지기만 했다. 그저 잔인하게 죽는 것, 스토리도 없고 (히어로 물에서 스토리를 구하면 안 되지만...) 자르고 때리고 부수고 하는 액션보다는 어떻게 데드풀이 더 잔인하고 기상천회한 방법으로 죽었다 살아나는지를 보여주기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내가 바란 데드풀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3. 등장인물 안습
모르겠다, 나는 전작에 나온 초라한 엑스맨 2명이 맘에 들지는 않았다. 내가 아는 엑스맨들은 화려하고 진중하면서 뭔가 알게 모르게 선함이 느껴지는데, 강철이하고 에너지파 쓰는 이 두 명은 밋밋하다. 색이 없는 캐릭터랄까.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나왔는데, 중요성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애~~~~~~~매한 위치로 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시간 타이밍에 맞춰 보여줄 것인가 하는 애~~~~~~~매함이 유지되었다. 도대체, 왜! 엑스맨과 데드풀을 엮어서, 정의감을 심어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라 생각한다. 유치뽕짝과 유쾌함은 시작하는 단어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엑스포스를 만들어서 애매하게 죽는 애들도 재미를 위해서 인지, 잔인하고 허망한 죽음을 위해서인지 전혀 알!수!가! 없다.
이렇게 쓰고 보니 굉장히 비평만 하는 듯하다. 근데 나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미래에서 온 군인 아저씨와 돌연변이 보육원 등등 마블 세상의 스토리 세계관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는 내용들이었다. 뭔가 뻔한 감동도 없고, 풍자나 유머들도 자꾸 억지로 끼워 맞춘 것만 같은 느낌에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이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일 뿐 마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고 데드풀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재밌게 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보고 나서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찾아보지 않았고, 그저 빠르게 잊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약간의 분노도 섞여 있었다. 내가 원한 데드풀은 풍자도 하면서 나쁜 놈들 막 혼내주고 괴롭히는 그런 단순하고도 시원한 액션 영화였는데, 왜 이번 편에서는 데드풀을 굳이 착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빌런도 별로 빌런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영화 데드풀 2, 과연 내가 3가 나오면 보게 될까? 떡밥은 많았는데 제대로 건질 수가 없었던 아쉬운 히어로 영화였다.
아! 타임라인 정리하는 게 나한테는 제일 재밌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그린 랜턴 시나리오를 제거하는 편과 울버린에 나온 라이언을 제거하는 어머 이거 스포인가... 아무튼 그랬다. 어차피 이미 다들 봤잖아.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