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나서
현재의 IT 주식 시장은 FANG이 주도하고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이 그 주인공이다. 이 4개의 회사 앞자리를 따와서 FANG이라고 부른다. 2010년도에 개봉한 The Social Network는 FANG 중 젤 선두에 있는 Facebook의 창업 혹은 그 이면의 이야기이다.
처음 영화관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보았을 때는, 그저 창업스토리와 이면에 나타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집중했었다. 투자에 대한 마인드도 없었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누구나 하지 않는 것을 하는 용기 같은 것들을 알기에는 많이 어렸다.
이번 글에서는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기 보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최연소 억만장자인 주크버그는 괴짜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인 부분에 혹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남들이 가졌을 때에 열등감이 표출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아마도 Facebook의 시작은 주크버그의 괴짜스러운 성격으로 인해서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만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며, 어떻게든 다른 이를 순위 짓고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주크버그는 여자친구 '에리카'에게 차이고 만다. 헤어진 분노와 열등감에 주크버그는 에리카에 대한 비난을 블로그에 올린 후 여성들에게 복수(?) 하기 위해서 이상형 월드컵과 비슷한 형식의 '페이스 매치'라는 것을 개발해서 학생들에게 유포한다. 이는 학교 내의 비난을 가져왔지만 주크버그의 능력을 알아차린 윈클보스 형제는 주크버그에게 '하버드 커넥션'의 개발을 요청하면서 파트너십을 맺기를 원했다.
주크버그는 윈클보스와 같이 일을 하기로 약속한 후, 친한 친구 '왈도'와 함께 'The FaceBook'을 개발한다. 윈클보스 형제의 아이디어를 토대 삼아서 자신만의 코드로 웹 사이트를 오픈하게 된다. 하지만, 'The FaceBook'의 시작과 동시에 어둑한 관계의 결말도 가져오는 시발점이 된다. 괴짜였던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윈클보스 형제와의 소송과 유일한 친한 친구 '왈도'와 멀어지는 것과 상반되게 온라인 세계에서의 'Facebook'은 점점 더 인기를 얻게 된다.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수많은 찬사를 받고 클릭 하나로 쉽게 쉽게 친구를 만드는 것과 다르게 주크버그의 현실 속 친구들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온라인에서의 인기와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주크버그는 점점 더 고독해졌다. 세상에는 그의 능력을 알아주고 찬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의 성격을 알면서 함께 있어준 친구는 멀어지고 만다.
어린 나이의 화려한 성공과 다르게 영화의 마지막은 씁쓸함이 가득하다. 한때 같이 웃었던 친구와 등을 돌리고, 언제든지 포옹을 할 수 있던 둘 사이에는 법이라는 탁자에 가로막혀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성공은 외로운 법이다? 성공하기 위해선 친한 친구도 등을 돌릴 수 있다? "성공이 꼭 행복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도리어 남모르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작가 보리스 시륄닉의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감독은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온라인에서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보여줄 수 있다. 내가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던가, 성심성의껏 생각해서 쓴 글, 관심사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내가 즐거울 때는 웃는 웃음이 무엇인지,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짓는 표정이 무엇인지를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없다. 내 표정과 기분을 밀리미터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오프라인 세계뿐인 것이다. 눈을 보고 말을 하면서, 사소한 표정과 몸짓을 확인하고 상대방의 무의식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실 속 세계뿐이다.
아무리 온라인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댓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눌러도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서 관계를 쌓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그렇게 시간을 쏟으면서 내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몇 없다.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 명씩 한 명씩 줄어들게 된다. 진정한 친구를 유지하는 것은 온라인 친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내 성격을 알면서도 함께 있어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다. 어떤 사람은 온라인의 친구가 더 편할 것이고, 다른 사람은 오프라인의 친구가 더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라만 기울게 되면 다른 한 부분에는 마음의 폐허가 생기게 된다. 고독하고 외롭고 결국 그 모든 것이 병이 될지 모른다.
온라인의 세계에서 대화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은 쉽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쉬운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눈빛에 담긴 진심을 읽고, 대화를 하면서 풍겨 나오는 감정들을 읽는다. 가끔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유리한 바둑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것처럼, 관계는 시작보다 지속이 더 어려운 법이라는 것을 자주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