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당신의 눈에는 바다가 있다.

섬이 되고 싶었다.

by 구콘


당신의 눈에는 바다가 있다.

중력을 거스르는 파도를 헤쳐가면

별빛같이 찰랑이는 당신의 미소가

물결 같은 악수로 나를 부순다.


나선을 따라서 당신의 해안을 걸으면

당신은 밀물처럼 내 발자국을 뒤덮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웃음을 던진 후

썰물처럼 젖은 모래만 남겨둔 채로 사라졌다.

품에 안았던 거품들은 은하수처럼 가슴에 박혀서

장마가 되어도 떨어지질 않았다.


당신이 부딪혀와 나를 적실 때마다

덜그렁 덜그렁

빈 뱃고동 같은 심장소리가 내 우주에 일렁이고

먼 길을 떠나려던 여행자의 발걸음은

당신의 바다에 한없이 발을 담그고 움직일 생각이 없다.


영원히 당신의 바다에 정박해서 머무르고 싶지만

당신은 자꾸 같이 가자는 듯이 파도를 흔들며

내 마음에 소금 같은 별빛을 떨어트리고 도망간다.


당신의 바다 사이사이에 달빛 모르게 내 이름을 섬처럼 박아두고는

나만을 위한 바다라고 지구에게 편지를 적었다.

먼 훗날, 바다를 떠도는 여행자가 지도마다 적힌 우리 이름에

길을 잃고 목적지를 찾을 수 없도록, 그 어떤 보물섬도 당신의 바다 곁에 있는

내 이름의 섬으로 당도할 수 있도록


바다인 당신은 늘 그렇듯 넘실거려도 괜찮다.

나는 당신의 바다에 떠있는 섬,

당신의 한가운데서 당신을 받아들이는 게 나의 일이고,

찰랑이는 당신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

꽃을 피우는 것이 나의 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