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되고 싶었다.
당신의 눈에는 바다가 있다.
중력을 거스르는 파도를 헤쳐가면
별빛같이 찰랑이는 당신의 미소가
물결 같은 악수로 나를 부순다.
나선을 따라서 당신의 해안을 걸으면
당신은 밀물처럼 내 발자국을 뒤덮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웃음을 던진 후
썰물처럼 젖은 모래만 남겨둔 채로 사라졌다.
품에 안았던 거품들은 은하수처럼 가슴에 박혀서
장마가 되어도 떨어지질 않았다.
당신이 부딪혀와 나를 적실 때마다
덜그렁 덜그렁
빈 뱃고동 같은 심장소리가 내 우주에 일렁이고
먼 길을 떠나려던 여행자의 발걸음은
당신의 바다에 한없이 발을 담그고 움직일 생각이 없다.
영원히 당신의 바다에 정박해서 머무르고 싶지만
당신은 자꾸 같이 가자는 듯이 파도를 흔들며
내 마음에 소금 같은 별빛을 떨어트리고 도망간다.
당신의 바다 사이사이에 달빛 모르게 내 이름을 섬처럼 박아두고는
나만을 위한 바다라고 지구에게 편지를 적었다.
먼 훗날, 바다를 떠도는 여행자가 지도마다 적힌 우리 이름에
길을 잃고 목적지를 찾을 수 없도록, 그 어떤 보물섬도 당신의 바다 곁에 있는
내 이름의 섬으로 당도할 수 있도록
바다인 당신은 늘 그렇듯 넘실거려도 괜찮다.
나는 당신의 바다에 떠있는 섬,
당신의 한가운데서 당신을 받아들이는 게 나의 일이고,
찰랑이는 당신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
꽃을 피우는 것이 나의 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