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콘 Oct 29. 2018

시카고(Chicago)_2002

유쾌한 건가 눈을 가린 건가

수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맘마미아, 물랑루즈, 라라랜드, 어거스트 러시, 비긴 어게인 등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유명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영화 시카고는 사실 뮤지컬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기까지 더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뭐랄까, 뮤지컬이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장르는 뒤늦게 영화를 찾아보기가 애매하다. 뮤지컬을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소한(?) 고민이 때문인 것 같다.

영화의 때는 1920년대 재즈와 술, 범죄가 가득했던 향락의 도시 시카고가 배경이 된다. (그래서 제목도 시카고다.) 최고의 범죄자 중 한 명인 알카포네가 활동했던 시기이며 금주령이 선포된 시대에서 재즈와 술이 주된 내용이 된 시카고가 펄쳐진다. 


재즈와 함께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길 원하는 '록시'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프레드'와 불륜의 관계이다. 하지만 술과 거짓된 꿈이 가득한 시카고에선 순진한 양을 노리는 시커먼 어둠이 가득하다. '프레드'는 '록시'의 몸을 탐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던 것이고, '록시'는 꿈을 잃은 배신감과 '프레드'에 대한 배신감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우연처럼 자신이 감금된 교도소에는 자신의 우상인 '벨마'가 살인죄로 같이 수감되어있었다. 시카고 경찰에선 살인죄를 저지른 자들을 교수형이라는 판결을 내려서 정의를 실현하고 싶어 했다. 교수형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았던 '록시'는 법정을 하나의 무대로 탈바꿈시키는 쇼 비즈니스의 대가이자 승률 100%의 변호사 '빌리'와 무죄 석방을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시대나, 향락적 가십적이고 자극적인 현상에 본질을 쉽게 잊게 된다. '록시'는 어쩌나 저쩌나 살인을 한 '죄인'이다. 하지만 만들어지는 거짓된 알리바이와 자극적인 내용들로 '살인'이라는 본질이 숨겨진다. '록시'는 자극적인 사건을 산불처럼 번지게 만드는 언론의 힘을 빌려서 시카고 대스타가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과 배우들의 표현 능력에 감탄하면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보았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재즈와 섞으면서 유쾌하고 활기차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보는 나 역시도 무엇이 진실인지 경계선이 흩트려졌다.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은 서커스.'인 것일까? 우리가 무겁다고 생각한 모든 정의들은 사실 어떤 색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유죄도 무죄가 되고 무죄도 유죄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 내내 나오는 Jazz들은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영화의 첫 시작에 나오는 "All That Jazz"는 살인을 저지른 '벨마'가 무대 위에서 불안함을 없애고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기서 나오는 '벨마'의 카리스마는 넋을 잃고 집중하게 만드는 강렬함이 존재했다.


"그건 살인이었지만, 범죄는 아니야!"


Pop, Six, Quish, Uh uh, Cicero, Lipschitz!


"Cell Block Tango (With Girls)"는 시카고의 유명한 곡 중 하나다. 6명의 살인을 저지른 여수감자들이 자신들이 어떤 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노래로 표현하였다. 여자들의 살인의 이유는 다 남자들 때문이었다. 사랑을 배신한 남자들을 죽인 것에 대해서 자신들은 죄를 짓지 않았다. 그들은 당해도 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그녀들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사랑의 배신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사랑을 배신한 사람을 죽인 것이 잘못된 것일까? 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두 개의 판단 잣대는 다르지만, 꽤나 씁쓸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승률 100%의 변호사 '빌리'와 '록시'의 인터뷰를 인형화한 노래 "We both reached for the gun"역시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빌리'가 준비한 대사만을 읊도록 연습한 '록시'를 꼭두각시처럼 표현하였고, 이들의 인터뷰를 받아 적는 기자들 역시 꼭두가시로 표현하면서 '빌리'의 큰 그림에 들어간 이들을 희화한 모습이 꽤나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퍼포먼스와 표현능력에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내내 다른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Jazz를 부른다. 교도소장인 마마, 변호사 빌리, 록시의 순진하지만 멍청한 정비공 남편, 록시와 팀을 이루고 싶은 벨마 등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자신들의 확실한 정체성이 존재한다. 록시는 꽤나 스타가 되고 싶은 병(?)에 걸렸는데 멍청한 듯 순진하게 표현한 '르네 젤위거'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였다. 노래도 탄탄하고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탓할 곳이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게 정말 2002년에 개봉한 뮤지컬 영화가 맞는가 싶었다. 그 당시에는 CG가 많이 발달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장식으로 이뤄진 것일 것인데, 놀랍다. 놀라워. 다시 또 봐도 분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될 영화임에 틀림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Crazy, Stupid,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