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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Feb 10. 2019

높이 나는 새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을 위한 영화

영화 <높이 나는 새>를 보고

*High Flying Bird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주말 저녁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Netflix를 켰다. 여기저기 뜨는 영화들은 많은데 사실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는지 늘 애매했다. 잘 모르는 것들도 많았고, 정작 보고 싶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에 신작으로 올라온 영화 <높이 나는 새>는 NBA에 대한 내용이라 소개가 되어있었다. 평소 농구를 좋아하고 자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 <높이 나는 새>는 아무것도 몰라도 도전해볼 영화였다.


농구 선수 에릭과 에이전트 레미

#NBA의 멋진 플레이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NBA 선수 에이전트인 레미와 자금 문제에 처한 NBA 드래프트 1순위 에릭의 커피 미팅으로 시작한다. NBA는 직장 폐쇄를 선언했고, 선수협회와 NBA는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직장 폐쇄란 구단주들과 선수들 간의 대립으로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NBA 경기가 시작되지 않는다. 신인 드래프트 선수인 에릭은 실제 경기를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돈이 부족해졌고, 선수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에이전트 역시 돈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NBA 직장 폐쇄 기간에 시스템을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에이전트 레미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NBA의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가 없다. 왜냐, 경기가 없기 때문이다. NBA에 대한 내용이지만 선수를 성장시켜서 성공시키는 내용이 아니고, NBA라는 스포츠를 오직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라 할 수 있다.


코치와 레미, 에릭과 샘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은 누가 알아봐 주는가


화려한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하다. 연극을 하는 배우를 위해서 조명과 음악 연출을 하면서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TV 프로그램의 배우들을 위해서 낮이고 밤이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는 스포츠 경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농구는 각 팀에서 5명의 선수들이 나와서 얼굴만한 공을 들고 승패를 겨루는 경기이다.


NBA기준 코트당 경기 시간은 12분, 총 48분의 경기 시간이지만 이 48분의 시간 동안 선수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한다. 어둠이 짖을수록 가장 빛나는 별만 반짝거리듯이, 자신의 선수들이 가장 반짝거리게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수고를 던진다.


영화 <높이 나는 새>는 이렇게 선수들 뒤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라 볼 수 있다. 자신이 밀고 있는 선수가 무대에 나가서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코트 밖에서 발생되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들에게 스포츠는 즐기는 것이 아니고 비즈니스이다.



#게임 체인저는 누가 되는가


레미는 직장 폐쇄의 현 상태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였다. 어떤 '스토리'로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에이전트는 자신의 선수를 위해서 선수에게 말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벌이고 다닌다. 가끔 진정한 연기를 위해선 주역 배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좋다. 선수 모르게 발생되는 일들은 결국 선수에게 배신감을 줄 수 있지만, 에이전트가 원하는 목표는 선수의 성공이지 자신과 선수의 관계에 발생되는 조금의 트러블이 아니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살을 베어 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말로 자신은 조금 손해를 보고 상대에게는 큰 타격을 준다는 뜻이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에이전트 레미는 위기의 순간에서 에릭을 이용해서 작업을 펼쳤고, 결국 에릭에게 해고당한다. 그러나 그 여파로 NBA의 직장 폐쇄는 끝이 났고, 에릭의 에이전트는 중요한 선수들을 아무도 잃지 않게 된다. 또한 레미는 자신의 상사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하고,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가 각본을 썼다. ‘문라이트’의 케빈, ‘셀마’의 앤드류 영 역을 맡았던 안드레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데드풀 2’의 재지 비츠, ‘스타트렉’ 시리즈의 재커리 퀸토, ‘태양의 계절’의 빌 듀크 등과 호흡을 맞춘다. 특별 출연한 실제 NBA 선수 레지 잭슨, 칼앤서니 타운스, 도너번 미첼을 만나보는 것 역시 이 작품을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영화 <높이 나는 새>의 소개를 한 신문에 적힌 글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아닌 영화를 찍는 방법이 새로워지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할리우드에서 미움을 받는 것 같지만, 그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브라운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를 먼저 보게 되는 것 역시 영화 산업에 깔린 비즈니스적인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2018년에 아이폰 7 플러스영화 <언세인(unsane)>을 촬영했다. 이번에 또다시 영화 <높이 나는 새>를 아이폰 8로 촬영하면서 제작비를 줄였다. 촬영, 편집, 연출을 본인이 다 했기에 200만 달러의 제작비만 들어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금액으로 보인다. 총 촬영 시간은 3주가 걸렸다고 하는데, 영화 자체의 내용을 봐도 크게 연출로 돈을 지불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영화 <높이 나는 새>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오션스 시리즈로 많은 성공을 이룩했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지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마무리


영화 <높이 나는 새>는 굉장히 심플하고 무난하다. NBA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봐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흥미와 재미를 찾기 위해서는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NBA의 직장 폐쇄에 대한 내용을 모르면 굉장히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기 때문이다.


새가 너무 높이 날게 되면 우리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일 정도로 높이 나는 새는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새가 높이 날기 위해서는 적당한 바람과 맑은 하늘 그리고 날고 있는 새를 바라봐줄 시선들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어 하지만, 누군가는 새를 위한 바람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였다.




그나마 기억나는 대사는 코치 아저씨가 사무실에서 싸우다가 하는 말이었다. 당신의 판(네 땅이 아닌데.)이 아닌데 왜 그러느냐에 대한 대답으로 코치 아저씨는 "내가 여기있으니, 여기가 내 코트(농구 경기장)다."라 답했다. 굉장히 심플했지만 이상하게 강하게 와닿았다.


비서 샘과 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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