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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Mar 15. 2019

금요일밤이 아닌 토요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 찾기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를 보고

요즘 사건 사고가 많아서 감정이 쉽게 컨트롤되지 않았다. 쓰고 싶던 글을 쓰고는 싶었지만 개인적인 글을 쓰다가는 감수성만 폭발할 것 같아서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내용을 쓰면서 그을 쓰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자고 다짐했다. 차선책으로 선택해서 작성한 영화에 대한 글이었는데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작용이 되었다. 감정을 다스리게 도와주는 것과 동시에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나만의 틀도 조금씩 잡혀갔다. 영화 글에 대한 묘한 자신감(?)이 생겨서 지원한 브런치 <무비 패스>에서도 감사하게도 합격 소식을 전해주었다. 좋은 기회를 준 브런치에 감사인사를 이 글로 전하며, 앞으로는 오래된 영화 말고도 신작 영화들에 대한 내용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행복해졌다.


오~ 예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남녀관계에서 끊이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가 존재할까?"이다. 과연 남자와 여자 사이에 정말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논란은 아마 인류가 태어난 이후 끊이지 않는 3대 논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도 종종 눈에 뜨인다. 그렇다면 정말 남녀 사이에는 친구가 가능할까? 솔직히 나는 케바케(케이스 by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남녀 사이가 정말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애~~ 매한 관계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을 수도 있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어떤 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모두 상처 받은 인간이다.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남녀 사이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제목과 어울리는 충실한 컨셉으로 사랑 따위를 믿지 않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로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과 제이미(밀라 쿠니스)가 낙찰되었다. 영화의 초반 전개는 빠르게 진행된다. 시작하자마자 어떤 영화인지 깨닫기도 전에 딜런과 제이미는 이별을 당한다. 이별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당한다. 둘은 차였다. 일에 몰입하느라 마음을 열지 않는 남자와 사랑을 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는 여자의 시작은 기존의 연인에게 차이면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언젠가 이별을 하게 된다. 사랑이 끝나서 이별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멀리 보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별에 대한 상처를 딛고 일어나서 재시작을 하지만, 누군가는 이별에 대한 상처를 품에 안고 살아간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 보면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삐뚤어지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서 삐뚤어지면 새로운 사람이 힘들어한다. 마치 딜런과 제이미처럼 말이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


헤드헌터인 제이미는 아트디렉터인 딜런을 뉴욕 GQ로 부른다. 뉴욕에서의 생활에 겁을 먹은 딜런을 위해 제이미는 플래시몹을 보여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로 데려가서 딜런을 설득시킨다. 새로운 장소나 새로운 회사는 마음을 신선하게 바꿔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딜런은 바쁘고 별이 반짝거리는 뉴욕의 삶에서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다. 딜런의 결심을 도와주는 데에는 제이미가 존재했고, 헤드헌터의 서비스 정신인지 아니면 딜런이 맘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제이미는 딜런을 자주 챙겼다.


둘은 자주 만났고, 가까워졌고 사랑에 대한 논의도 나누었다. 둘은 친해지고 사랑을 하기에는 직업적으로 만난 관계가 존재했고, 제이미의 친절은 1년간 근무를 해야 하는 딜런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것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를 많이 들기도 했다.) 둘은 새롭게 만난 친구라는 개념으로 가까워졌다.


#정말 친구가 가능할까?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까워지는 둘은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육체적 관계에 대한 공통점을 찾는다. 사랑하기는 귀찮지만 육체적 관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둘이기에, 테니스처럼 즐길 수 있는 육체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서로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던 제이미와 둘은 Just SXX라는 합의점을 찾으면서 육체적인 관계만 즐긴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한다. 같이 공원을 걷다가 맘에 드는 사람에게 말 걸어 보기도 하고, 제이미는 실제로 공원에서 잠깐 만난 남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결국 또 사랑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제이미와 딜런은 정말 친구로 가능할까?


관계란 지속적인 만남과 유대적인 감각의 연결이 두꺼워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끈끈해진다. 그런데 서로 몸을 섞은 관계가 정말 친구로 존재할 수 있을까? 과거 한국 드라마 중에서 이혼 후 친구처럼 지내는 내용인 <연애시대>가 있었다. 친구 같지만 사랑의 잔재물이 남아있는 관계가 정말 친구일까? 누군가는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각자가 정의 내리는 친구의 영역은 너무나 방대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딜런과 제이미는 정말 친구로만 지내게 될까?


#감정을 막으려다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제이미와 딜런은 친구라는 '정의'에 막혀버린 것처럼 굴었다. 친구라는 이유로 마음이 끌리는 것을 애써 막았다. 둘은 친구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을 해서는 안되었다. 이건 어쩌면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한 발짝 뒤에 떨어져서 보면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  존재가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친한 사람은 가끔 한 발짝 뒤에서 보면 더 잘 보이는 법이 있다. 친구로 지내게 되면 그전에 보지 못했던 친구의 매력들이 보인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모습이나, 일을 열정적으로 즐기는 모습이나. 친구로 지내려면 그런 부분에서 본받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면 되지만, 본인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면 그건 친구가 될 수 없다.


친구지만 친구 같지 않은 관계인 제이미와 딜런은 조금씩 압박감을 느끼는 듯했다. 관계에 있어서 조금 더 자유로운 제이미와 관계에 있어서 도망을 가고 싶은 딜런은 쿵짝이 맞기에는 맞춰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딜런의 집에 방문한 둘, 그러나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시키려는 가족을 떨쳐내기 위해서 딜런은 모진 말을 뱉었다. 그러나 영화는 늘 영화 같은 스토리로 흘러가는 법, 모든 것을 들은 제이미는 상처 받은 마음을 가지고 딜런을 떠났다. 그렇게 연인이 될 뻔한 친구도 멀어졌다.



#그래도 부모에게 배우는 것은 있다.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딜런에게는 치매가 있는 아버지가 있는데, 딜런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니 그냥 어릴 적의 관계에 대한 무의식이 기억들이 세포에 남아있었기에 딜런은 무의식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딜런의 아버지는 어릴 적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을 했고, 딜런은 어릴 적부터 관계란 결국 끝난다는 두려움이 존재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딜런은 아버지를 챙겼지만, 아버지를 조금은 미워하는 것 같이 보였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공공장소에서도 자주 바지를 벗었고, 딜런은 아버지를 바꾸기보다는 이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둘이 공항에서 바지를 벗고 밥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아버지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딜런은 제이미를 잡기 위해서 떠난다.



딜런 아빠 : "디디!"
딜런 : "도대체 디디가 누구에요?"
딜런 아빠 : "내가 해군에 있을 때 만난 여자, 내 평생의 사랑."
딜런 "왜 이제 이야기해요?"
딜런 아빠 : "자식과 할 이야긴 아니니까."
딜런 : "이야기해줘요."
딜런 아빠 : "내 평생의 사랑이었지. 바보 같이 몰랐지만..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잃고 말았어. 그녈 못 잊었다. 그래서 네 엄마가 날 떠난 거야."
딜런 아빠 :  "내 친구들이 그랬지 나와 디디 사이엔 전기가 통했다고. 그런데 보내버렸어. 그냥 보냈어.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감정을 안 드러냈지. 네 나이엔 꼭 알아야 할 게 있어. 인생이 짧다 라는 말은 지겹게 해 줬지만, 병 걸리고 나니 더 뼈저리게 느낀다. 1분도 낭비해선 안돼. 미안하다."
딜런 : "그때 데려갔던 친구 제이미 있잖아요? 망친 거 같아요."
딜런 아빠 :  "바로 잡아. 그 애가 네 사랑이라면 바로 잡아야지."  


아무리 미워하는 아빠고 신뢰하고 싶지 않은 부모라도 배울 것은 있다. 괜히 옛 성인들이 셋이 걸어도 그중에 한 명은 스승이 있다고 했겠는가?


#친구 같은 사람과 사랑하라


영화의 결말이 궁금한 사람들은 다시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초반의 속도감에 비해서 중간에는 루즈한감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라 쿠니스의 외모를 보면서 루즈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사랑에는 여러 정의가 존재하듯이 친구에도 여러 정의가 존재한다. 어떤 이는 운명 같은 사랑을 하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친구 같은 편안한 사랑을 하기를 원한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이는 가능하고, 어떤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는 육체적 관계가 없다면 남자와 여자 간의 우정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양한 친구는 다양하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는 문을 닫아 놓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친구 같은 사람과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같이 있어서 설레고 두근거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친구처럼 진정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연기는 끝나기 마련이고 가면은 벗겨지기 마련이다. 꾸미지 않은 모습도 사랑할 수 있고, 서로를 아껴주는 사람과 사랑하라. 그리고 친구처럼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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