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콘 Aug 01. 2018

회사나 때려칠까?

그러면 정말 나아질까?

   참 힘든 세상이다. 좋아지려고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누구를 위한 변화인지 곰곰히 생각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은 원하던 직장에 들어간 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생각했던 회사생활과 현실의 회사생활은 N극과 S극처럼 끝이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후 부터 초년생 딜레마가 시작된다. 취업이 얼마나 힘들었음을 알기에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계속 일을 하자고 하기엔 미래의 내 모습이 걱정스럽다. 이렇게 한달 두달이 지나다 보면 다들 이런 소리를 입게 달고 살게 된다.

하, 회사 때려치고 싶다.

   품안에 사직서를 안고 다닌다는 말이 유행할 때는 목숨을 거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추진하는 사업을 밀어 붙이기 위해서, 혹은 집안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버티기 위해서 쓰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정말 언제라도 그만두고 떠날 수 있기 위해서 품안에 사직서를 넣고 다닌다. 구석진 폴더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처럼 사직서를 적어놓고, 주문처럼 퇴사를 읊조린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이면 빠르게 그만두고 조금이라도 어릴 때 정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그것이 아니라면? 이전보다 더 상황이 안좋아진다면? 이런저런 리스크로 사람들은 움츠리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 나는 서약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 약속도 맹세를 지킨다는 뜻이 있지만 어쩐지 서약이 더 맞는거 같다. 과거 중세시대에는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서약을 했다. 약자를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겠다는 신념을 맹세하는 의식. 서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종종 융통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효과적이지 않은데 효율적이지 않은데도 마음이, 시대가 방향이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따라야 하는 법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생길 때 정몽주는 이방원 앞에서 단심가를 읊었다. 나라가 무너지고 쇠퇴했음을 알지만 두 왕조를 섬기지 않겠다는 신념어린 서약을 지킨 것이다. 분명 정몽주도 나라가 끝이 나고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아닌것도 목숨을 걸고 지켜야하는 서약이 있는 것이다. 


회사 입사와 퇴사를 기사도나 충신의 서약같은 것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참 어불성설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허나 분명 회사를 입사하기 전에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언어들이 있을 것이다. 어디만이라도 합격만 시켜준다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같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정말 적성에 맞지 않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당하게 품에 안고 있는 사직서를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그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입에 퇴사를 달고 다닌다면, 조금 더 밝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막막한 사회생활 어딘가에도 빛이 나는 틈새가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리잔 같은 인간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