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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Aug 01. 2018

좀 새면 어때?

딴 길도 길이다.

   학교 다닐 때 엄마는 늘 내게 "딴 길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와라!" 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었다. 나는 늘 생각없이 "네~" 라고 대답하고 학교가 끝난 후 오락실로, PC방으로 순회공연을 다녔다. 그때는 왜 딴 곳으로 새지 말라고 말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어린 내가 공부 외에 다른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수법이 아닐까 생각을 했을뿐. 생각해보면 새다라는 단어는 늘 좋지 않은 뜻을 가졌다. 사전을 찾아보면 대략 8가지의 뜻이 나오는데 대부분 '원래 갈 곳으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라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빠져나오다. 흘러나오다. 누출하다 이런 것들이 새다와 같이 검색이 된다.

   조직에서 기밀사항이 생기면 정보가 새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며, 우리 월급쟁이들의 통장 잔고는 매일 새어 나가고, 콩쥐의 항아리는 물이 자꾸 새어 나가서 의미 없는 노동을 계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새어나가는 것이 과연 나쁜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에게 반감을 줄 수 있지만, 잠시 정해진 길을 벗어난 사람들이 무언가를 얻지 않았는가? 콩쥐의 경우도 항아리 물이 자꾸 새어나가서 두꺼비의 도움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왕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또한, 중요한 기밀 내용이 반란에 관한 내용이라면, 그 내용이 새어나갔을 때 우리는 반란을 제압하고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길이 원래 지나는 길에서 새어 나갔다면 새로운 물길이 트여서 물이 없던 사람들에게 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면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는 너무나 정해진 틀과 정형화 된 길로 살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내 삶에 대한 자유와 개척의 의지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이렇게 저렇게 되어야해 하고 세뇌를 받는다. 그러다 스스로 생각할 자격이 생기고, 스스로 선택할 시간이 되었을 경우 갈등하게 된다. 내가 배운 교육은 안전한 길로 딴길로 새지 않는 것이지만 세상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과연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생각보다 무의식에 박힌 둑이 너무나 단단해서 딴 길로 새어 나가기가 힘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때는 한번 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뭐 어때? 딴 길로 좀 새면?!!" 별일 없을 수도 별일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별일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가 뭐가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새로운 나만의 길을 갈수도 있다. 모두가 똑같은 보물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찾으면 가장 먼저 가는 사람만이 보물을 얻는다. 지금 안전한 길이 내일은, 내일 모래는, 내년에는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괜찮다. 딴 길로 좀 새어나갔다 오는 것도. 늘 보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남이 찾이 못한 세상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새면 어떤가. 떨어지면 채우면 되는 것이고, 멀어지면 돌아가면 된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활짝 웃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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