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순간 덜 아픈걸 택하고 싶어요.
살다보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중 우리가 가장 많이 상처를 받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니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혹은 실망을 받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거창하게 정말로 삶을 말아먹을 정도로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가는 사건도 있을 것이고, 사랑했던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리고 믿었던 다른 누군가가 실망을 시켰을 때 등등 경우의 수는 너무나 많다. 믿었던 누군가가 나를 배신하는 행위를 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회복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술을 마시게 되고, 취한 상태로 먼 별을 보고 외친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돌아오는 답장은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그 사람들은 이미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그 일을 한 후에 떠났다. 그들이 어떤 짓을 하건간에 분명 용서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강해 보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마음이 약하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참고 버텨야한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을 보면서도 못본척 외면해야한다. 이성적인 판단에 제일 적이 되는 것은 감성적인 생각들이고, 정에 약해지면 마음이 약해지고 의지마저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마음의 상처는 더 무섭다. 이 사람만큼은 내 편인줄 알았던 사람이 서운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면, 꿋꿋하게 버텨왔던 마음의 벽이 베를린 장벽처럼 무너지게 된다. 파편은 여기저기 떨어지게 되고,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나와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분명 몸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삶이 완전히 부서진 것도 아니지만 배신을 당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암흑으로 변할 것이다. 다른 이성적인 판단이 안되고 혼자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이런 자기 생각이 깊어지면 정말 위험하게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나는 슬픔을 미리 빼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슬픔을 미리 빼둔다. 그 사람이 내게 줄 슬픔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마음에서 넘치지 않게. 그렇게 사람을 보게 되면 섭섭하게 하거나, 배신을 하거나 했을때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고로 옛말 중에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라고 했듯이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없애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굉장히 씁쓸하고 슬프다. 또는 너무 냉혈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은 기대감 외의 다른 무언가를 기대해서일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유대감,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언제나 내 편이라는 믿음일 것이다. 힘들고 강한 내가 그래도 마음 한편을 기대고 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모두가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일이 일어날 때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미리 슬픔을 빼두자. 그 사람이 날 상처 입혀도 아프지 않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조금만 울고 금방 다시 웃을 수 있게. 조금은 정이 없고 차가워보이지만,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