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꽤나 힘든일이다.
최근에 친한 지인K의 애매모호한 관계가 끝이 난 것 같았다. 다시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았을 때는 우선적으로 관계의 종지부에 도장을 찍은듯 했다. 그게 양방향이든 일반통행이든 상관은 없었다. 원래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K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듯 보였다. 내가 오래전부터 그만두라는 충고는 크게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았다. 내가 충고를 할만한 위치도 아닌것 같지만... 어찌되었든간에 타인이 보기에도 아닌 것 같은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아니면 지금의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아니면 다시는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 모든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K도 정확한 이유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은 복합적이니까.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하기 전까지 분명 무수한 점이 찍혔을 것이다. 점은 선이 되고, 우리는 그 선을 분열 혹은 빗금 혹은 뭐 여러가지 이야기로 부를 것이다. 보통 관계는 싸우면서 무너진다. 왜 싸울까? 좋았던 관계가 왜 자꾸 어긋날까? 내 연애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싸울때는 늘 사소한 이유로 싸우게 된다. 평소와는 다른게 없었지만, 평소에 맘에 안들던 것들이 쌓여서 시비를 걸게된다. 그렇게 하나둘 쌓이게된 불만들이 서로의 사이에 선을 긋게 된다. 마음이 어긋나고 결국 관계의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왜 싸울까? 를 생각해보면 사실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이게 제일 첫번째로 받아들여야하는 기본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를 좋아할 때는 상대의 있는 그 모습 그대로가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못본척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결점(?) 같은 것들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상대가 좋았을테지만, 시간이 지나면 꽁깍지가 벗겨진다고 그러지 않았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상대면 나와 다른 그 사람의 존재를 이해해야할 것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정국으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받아들여야하는 두번째는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라이다. 이 포인트를 잡고 넘어가지 않으면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물론, 내가 보기에 A보다는 B처럼 하는 것이 정답같아보이고 내가 살아온 삶에서 더 편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A처럼 하는 것은 이미 상대방이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왔기에 고정된 행동같은 것이다. 즉, 만난지 얼마 안된 내가 몇 년에 걸쳐 형성된 상대방의 패턴을 바꿀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 과격한 단어 선택이었던 것 같지만 내가 판단하기로는 그렇다. 여기서 또 흔한 착각이 "날 사랑한다면 이 정도도 못해줘?" 인데, 이거 굉장히 이기적이고 오만한 어투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상대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조금씩 변할 것이다. 그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모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전에 왜 스스로가 변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상대를 사랑한다면 내가 변해야지 상대를 변하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가끔은 한 걸음 멀어지면서 내가 변해야한다. 상대를 사랑한다면 변할 때 까지 같이 지켜보는 것이지 함부로 변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아마 그 이유가 우리가 싸우는 이유일 것 같다. 상대를 이해하고, 이해가 힘들면 조금 더 이해하자.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관계가 끝이나는 것이지만, 참을만 하다면 언젠가 웃는날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