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콘 Aug 07. 2018

N빵 하자는 말이 참 어렵다.

죄송합니다.

N빵, 말 그대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 정확한게 N명으로 나누어 계산하자. 소위 말하는 공정하고 정당하며 신시대의 문명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조금 더 넉넉하고 고성장의 시대에서는 N빵은 존재하지 않았다. 윗사람의 당연한 베품같이 느껴졌고, 아래사람은 윗사람의 베품을 먹고 자라면서 새로운 아래사람에게 배운것을 배풀었다. 그것이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같이 느껴지던 시대도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이 선배 저 선배 가리지 않고 "밥 사주세요."를 외치며 얻어먹으라 배웠고, 회사에 입사해서는 어려운 선배들에게 먼저 "밥 한 번 같이 드시죠."라고 말하면서 다가가야 한다고 배웠다. 물론, 배운 모든 것들이 정답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정답처럼 그런 가르침을 내린다. 새로운 조직에서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둘 중 한명이 먼저 다가가야한다. 그런 면에서 저런 구시대적인 가르침이 꼭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참 애매할 때가 있다. 우선 내가 윗사람이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윗사람이라면? 쟤랑 나랑 월급이 10만원 차이도 안나는데 왜 밥을 먹을때마다 내가 사야할까? 나는 빚도 갚아야 하고, 교통비, 통신비, 이자비용 등등을 내야하는데 말이다. 거기다 생활비로도 사용하고 나면 사실 빠듯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차라리 혼자 밥을 먹거나 안먹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 그래 이런건 뭐 종종 사주면 되고 아래 후배가 늘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면 걱정이 없다. 소위 개념이 있는 친구라면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같은 멋진 말을 뱉을 줄 알겠지. 


하지만, 세상에 참 그걸 표현하기도 애매하고 뭔가 말을 하자니 굉장히 쪼잔해 보인다. 밥을 먹고 나서 "월급은 제가 적지만, 커피를 사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욕이 나온다. "이 미적 감각이 뛰어난 식빵 같은 놈" 그리고 다신 같이 밥을 먹지 않으면 된다. 마주쳐도 그져 그런듯 지나가면 된다. 정이 없어 보여도 또 사회는 원래 불공평하고 매정한 법이니까.

그런데 이런 이론이 먹히지 않는 참 난감할 때가 있다. 바로 소개팅. 혹은 미팅 같은 곳. 이런 곳은 도무지 N빵이라는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평소 남녀차별이네, 페미니스트네에 대한 말들이 많이 오가지만 나는 다른 분야에서 크게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막말로 남자가 차별 당한다 생각하면 여자는 군대에 가야하는거고, 여자가 차별당한다고 생각하면 남자는 육아에 대한 책임이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양보하면 평등하게 살 수 있는데 다들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아무튼, 소개팅과 미팅 시장만큼 남녀차별이 대두 되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나의 경험담에 의거한 것이니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개팅의 대부분은 남자가 돈을 낸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나 몰래 먼저 결제를 하는 여성분을 만나면 그 매력에 빠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음식도 고르고, 장소도 고르고 비용도 지불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볼까 하면 커피를 마시거나 가볍게 주류를 마실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밥을 먹고 "즐거웠습니다." 맘에 없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면 여자의 월급이 더 많다. 우선 사회 경력도 그렇고 30세 전, 후의 나이대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이 된다. 사회 경력은 함부로 먹는 것이 아니기에,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30대 초의 남자들은 돈이 없다. 술먹고, 소개팅하고 학자금대출도 갚아야 한다. 


물론, 여성들은 옷도 사야해, 화장품도 사야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많을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오늘 처음 보고 헤어지는 사이에서 N빵을 하지 않아야 하는 법은 없지 않은가. "너 먹고 싶은 거 먹고, 나 먹고 싶은 거 먹고. 우리가 잘될 사이가 아니라면 여기는 각자 계산하고 헤어집시다." 이 말이 참 어렵다. 이 말을 하면 뭐랄까 사회적 찐따가 되는 듯한 뒷이야기들이 나돈다. 참 그렇다. 


미팅에서도 다같이 술먹고 놀고 난 후에 N빵을 하자고 이야기가 나와도, N빵을 하자고 막상 이야기를 하면 기분 나빠한다. 조금 과장된 생각일지 모르지만 '너네랑 놀아주느라 시간 썼는데, 돈도 내라고?'와 같은 기분이랄까. 뭔가 쓰고나니까 굉장히 돈 없는 남자의 속좁아 보이는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근데, 그렇게 느낀다면 잘못된것이다. 남자니까 사야한다는 기본적인 사상 자체를 모두가 무의식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내 여자가 될 사람도 아닌데 왜 돈을 써야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내것이 아닌데, 왜 아까워 하면 안되냔 말이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나는 또 돈을 낸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하고 통장 잔고를 보고 한숨을 쉰다. 이번달은 또 긴축정책이구나. 하아.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왜 싸우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