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주길 바랬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당신에 이름을 주워담습니다.
깨끗하게 물에 씻은 후
정성을 다해 당신의 이름을 손질합니다.
추억들을 설컹설컹 조각내고
어젯밤 받아둔 달빛으로 향을 돋굽니다.
어쩌면 아릿한 향에 골목길을 돌던 당신이
문을 두들겨 반갑게 인사를 건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어제를 잊어버린 달이 찾아와
당신의 행방을 물을지도 모르죠
행복한 상상을 맘껏 버무리고
작은 그릇에 담아
네모난 사진을 찍어 간직하기로 합니다.
아아, 여기서 부터는 나의 세계
당신의 이름은 초상권을 잃고
깊게 또 더욱 깊게 내 안에서 휘몰아치겠죠
찾아오지 말라고 말해도
당신은 듣지 못한 척
바람에 슬쩍
어둠에 슬쩍
아무렇지 않은듯 허공을 헤엄치다가
사라지겠지만
남겨진 자의 깊고도 고독한 숨소리를
가늘고 희미한 어둠속의 포요를
당신은 아마 듣지 못하겠지요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은
우리 사이의 거리가 아닌 시간인 것만 같아
나는 이 작은 세상에 당신을 가두고
하루가 전부인양
아련한 웃음을 흘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