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뉴웨이브 2025 : 전지환 '금결: 쇠 소리 엮은 시간의 매듭'
<수림뉴웨이브>는 ‘한국음악의 지금을 만나는 우리 음악 축제’로 예술가에겐 예술적인 실험의 장, 관객에겐 우리 음악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장이다. 이번 수림뉴웨이브 2025의 주제는 <결: 예술가의 시간>이다. 나무는 그 시간에 따라 고유한 결, 지문을 남기 듯 사람도 각기 그 고유한 결을 갖는다. 이처럼 수림이 주목한 10인의 예술가 중, 지난주 나는 연희자 전지환의 공연을 감상하고 왔다.
꽹과리 외길인생, 꽹과리 박사(진행자는 그를 꽹과리 박사라고 칭했는데 이게 꽤 머릿속에 박혔다) 전지환의 공연을 김희수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경험은 수림뉴웨이브의 목적처럼 새로웠다. 어릴 적부터 꽹과리를 연주해오면서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은 꽹과리 외길인생을 살아온 그의 예술가로서의 시간만큼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꽹과리의 소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과 리듬을 즐겨볼 수 있었다.
처음 들은 연주는 '산조'로, 타악기로는 잘 구성되지 않는 기악독주곡이라 한다. 현재 프로토타입으로 계속해서 시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동양굿으로, 돌아가신 선생님을 기리는 내용의 굿이었으며 그 애달픈 소리의 조화가 가슴에 남았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경쾌한 리듬과 함께 다섯 명 정도의 예술가들이 무대에서 전통 연희를 펼치며 관객의 박수 소리와 함께 화합하는 듯한 무대를 펼쳤다.
어쩐지 공연의 순서에도 인생의 굴곡과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
인터뷰 시간에 들은 바로는 이러한 연희는 개인 공연이 어렵기에, 연희자 전지환은 처음 제안을 받고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요즘은 개인 공연이 조금씩 퍼져가는 추세라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공연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잘 보면 꽹과리에도 결이 있다. 어릴 적 학교 수업으로 사물놀이를 하였을 때 잡았던 꽹과리가 아직 눈에 선하다. 나무의 지문처럼 미세하게 새겨져 있던 동그란 결, 약간의 비릿한 냄새, 그리고 울림.
'시끄러운 악기를 시끄럽지 않게 하는 법' 인터뷰를 듣던 내 마음에 아주 시끄럽게 박힌 구절이다. 그가 만들어가고 있는 고유한 금결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시끄러운 악기를 시끄럽지 않게, 부드럽게, 그리고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심한 끝에 울리는 꽹과리의 파동이 아닐까.
전지환 연희자가 최근 창단된 국립청년연희단의 악장을 맡았다는 소식이 있다. 6개월간의 계약이라 비록 짧은 기간일지라도, 국립청년연희단이라는 그 첫 발걸음이 전통 연희의 무수한 가능성과 다채로운 결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소리를 비우고 또 채우며, 음악을 디자인하는 연희에, 그리고 국립청년연희단에 관심을 기울여 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8603)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