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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내댁 Jan 13. 2019

장거리 출퇴근에 대한 단상


대학 시절 편도 47km 왕복 4시간 반 거리를 통학했던 통학러였다.


편입생이라 전공 공부가 너무 어렵다는 핑계로, 집에서 학교가 멀다는 이유로 학교를 잘 가지 않았다. 졸업을 겨우 통과할 만한 학점을 유지하면서 알바란 알바를 닥치는 대로 했고, 알바 자리가 있으면 인천, 서울, 경기 어디든 달려가곤 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가까운 거리 하고는 인연이 없었나 보다.

4학년 2학기에 취업을 하게 되어서, 인천에서 서울 성북구로 통학했던 루트를 인천-여의도로 좁혔다. 첫 번째 다니던 회사는 마을버스-공항철도-9호선을 타고 다녔다. 아뿔싸, 그런데 1년 만에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인천에서 강남으로 다시 통근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대책은 이사를 가는 것 밖에 없었고 다행히 가족이 다 같이 이사를 하게 되어서 부천-강남으로 조금이나마 거리를 줄였다.

내 인생이 이렇게 쉬우면 재미가 없지. 다니다 보니 간과한 사실 한 가지가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역까지 차를 타면 10분도 안 걸릴 거리를 마을버스를 타니 뱅뱅 돌아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였다. 당연히 아침에도 저녁에도 만석이었고 역에 가서도 또 지하철을 타고 편도 21, 왕복 42 정거장의 장거리 통근러가 다시 되었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통근하기 힘들어서 회사 앞에 원룸을 얻어 몇 달간 살아보기도 했지만 그놈의 돈이 뭔지... 제일 저렴한 월세가 60, 거기에 생활비까지 매달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우습게 나갔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참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결혼하기 전까지 참고 또 참으며 수년을 버텼다.

올해가 졸업한 지 8년째 되는 해다. 결혼을 하고 신혼집으로 이사도 왔지만 회사는 여전히 서울이고 집은 경기도인 '도민'이다. 선택적 도민이긴 하지만, 차로는 30분 걸릴 거리를 광역버스를 타고 다니며 편도 1시간 반을 통근하고 있다. 장거리 통근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이 몸을 희생하며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100개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때는 너무 힘들어서 통근하다 차라리 사고가 나거나 다쳐버리는 소원을 빌었던 적도 있었다.


참 나도 나지만, 세상의 모든 통학러와 통근러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통학을 하면서 버스 트라우마가 생겨 아침밥을 거르게 되었고, 회사를 옮겨보아도 건강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고, 대중교통에서는 하루하루 기록을 경신할 만큼 우주 최강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비몽사몽 광역버스에 몸을 싣는다. 


혹자는 무식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여태까지 버텨온 나 자신이 대견하고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언젠간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장거리 출퇴근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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