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7년 차가 외국계 IT 회사에 대한 비평을 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한 업계에서 7년 정도 일했으면 단맛, 쓴맛 정도는 다양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세 번째 회사로 벌써 5년 반을 훌쩍 넘겨버렸다. 계약직으로도 일해보았고, 마케팅팀에서 백오피스로의 직무 전환도 해보았다. 사실 한국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기에 정확한 비교를 할 순 없지만, 전형적인 외국계 IT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는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다.
아마도 한국 회사와 크게 다른 점은, 연차나 반차를 그나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부서나 강경한 팀장님을 제외하고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여자로서는 매우 중요한 출산 휴가, 육아휴직 등이 표면적으로는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의 최대 단점이 여기서 나타난다.
역시 외국계도 한국에 들어오면 겉만 외국계지 속은 꼰대가 가득한 한국 회사가 되어버린다. 지사장 조차 한국인이고 그 밑에 본부장, 팀장, 팀원 등 수 백 명 모두 한국인이니 한국사람 스타일이 어디 가겠는가.
휴가를 못 쓰지 않지만 자주 쓰면 당연히 눈치가 보이고 산휴, 육휴를 갈 수는 있지만 가기 전까지 싫은 소리에 시달리고 갔다 와서는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아예 사용할 수 없는 한국 회사가 대다수이지만, 의외로 쿨하게 내 맘대로 가기는 어려운 문화이다.
외국계로 이직을 원하는 지원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외국의 선진 시스템 혹은 수평적인 업무 방식을 원해서 지원했다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맞는 말이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 선진 시스템, 새로운 프로세스라는 것들이 공유 없이 갑자기 확확 바뀐다. 그리고 본사에서 나온 가이드라면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 한국에서 까라면 까와 같이 더군다나 북미 지역 비즈니스와 한국의 비즈니스는 너무나도 다른 것인데 출혈이 있어도 일단은 진행하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이 실정에 안 맞아요. 이렇게 바뀌어야 해요. 오히려 이런 것을 추가해주셔야 해요. 백날 얘기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 다.
본사 회장님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감시가 덜 하지 않냐고 하지만, 오히려 옆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상위 매니저들은 이슈를 빠짐없이 보고 한다고 하지만 본사에서 보고를 어떻게 받았는지 피드백은 어땠는지 자세하게 얘기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직무유기였으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회사에 있으면서 빅데이터, Ai, IOT 등 현재 또는 미래 우리의 실생활에 바로 적용될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항상 새로운 것이 나오면 호기심 있게 보는 습관이 생긴 것은 좋은 점 같다.
IT 업계 출신이라고 하면 도태되가는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같은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니 나만 도태되는 느낌은 있지만. 입사 초만 해도 외국계 IT 회사 직원들은 모두 브레인인 것 같고 열띤 토론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이미지였다.
지금은 하루하루 나를 지워가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마음만은 더욱더 발전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