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기가 두렵다. 아마도 단체생활을 시작한 처음부터 느끼지 않았을까.
어릴 적 유치원 영상을 찾아보면 부모님 참관 수업에 일어나서 발표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선생님께서 얘기하셨던 기록을 보아하니 원체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 아니었나 싶다.
학창 시절에는 나가서 발표할 일이 많지 않았고, 발표할 시간이 되면 모두 조용해지기 때문에 목소리가 작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내 모든 단점과 약점을 회사에 와서 깨닫게 되었다. 혹은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단체 생활에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미팅 시간이 두렵고 생각을 조리 있게 얘기하는 것이 어렵다. 오히려 글로 풀어쓰는 것이 논리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기 편하다. 물론 스피치 강의나 책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보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고 본연의 소심함을 고치기는 어려운 듯해 보인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냥 단상에 올라가서 사장님과 악수하고 상 하나 받는 것인데 이름이 호명된 순간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었다.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소심함은 늘어나고 위축되는 기분이 든다.
회사에서 많은 일을 겪어보니 어쩌면 나는 회사생활에 맞지 않다는 생각과 나와는 반대 성격인 활발한 사람들이 있는 게 도움되지 않을까 라는 초라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대리 2년 차가 된 올해, 연초라 그런지 많은 생각이 든다.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고민은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오히려 내가 못하는 부분은 버리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발전시키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런 고민 한 켠에는,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도 든다. 단체생활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 건 기본인데 오히려 나 같은 소심한 사람을 채용하고 승진까지 시켜준 회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나.
올 해는 스피치 학원이라도 가볼까 한다. 내 문제점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고 조금이라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1g의 자신감이라도 생기길 바라면서. 이 땅의 모든 소심이들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다. 언젠간 소심이들이 우리 사회를 장악할 날이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