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내댁 Feb 05. 2019

신혼에 대한 단상

사랑은 무엇일까.


20대 때만 해도 사랑은 거창하고 운명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 10개월, 신혼 2년차가 된 지금, 사랑은 그보다 더 소중하고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이유다. 이제는 내실이 강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느낌이다. 신랑은 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했지만 이렇게 후다닥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게 운명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마의 29살, 30살을 보내면서 나는 어떤 사람과 만나게 될까, 이러다가 혼자 늙어 죽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었다. 그때만 해도 남편과 알콩달콩 살게 되면 인생이 무지갯빛으로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채 2년도 되기 전에 나의 소망을 이룬 지금, 의외로 내 일상에 바뀐 것은 하나도 없어서 이상할 따름이다.


물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과 또 다른 차원의 고민과 난관이 생긴 것은 크나큰 변화지만, 이런 것이 결혼생활일 줄 알았다면 편하게 마음먹고 흘러가는 대로 20대를 보내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은 든다. 역시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말이 딱 맞는가 보다.


평온한 주말 낮, 신랑은 낮잠을 자고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바라 왔던 일상이지만 이렇게 아무 일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도 되나 싶다. 연애가 두렵고 사람이 무서웠던 지난 20대의 보상이라만, 앞으로는 더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공부도 하고 독서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강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행히 주말에는 무조건 쉬는 것이 미덕이라는 남편을 만나 나에게 이런 여유도 생겼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달려오기만 한 나에게는 아직은 어색한 시간들이다.


이러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런 휴식시간도 사치라지만, 아직은 신혼인 우리에게 이런 평온함은 직장생활을 보상해주는 아주 조그만 선물이다. 어른들께서 말하는 안정감이 아마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퇴근하면 반겨주는 배우자를 보면 그 날의 피로가 풀리곤 한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재밌는 영화도 한 편 보고 주말에는 장보고 청소하고 아주 루틴한 일과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새롭다.


그동안 다사다난한 30년을 보낸 우리 부부에게 하늘에서 보내준 서로의 구원자가 아닐까. 아무래도 이런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는 조금은 더 착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단상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