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참 싫다

by 짱강이

나는 내 존재를 늘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사는 게 쪽팔리다고 느낀 적도 많다.

그렇다고 타인이 내 존재의 근간을 뒤흔들 일은 없었는데, 최근에 타인이 그 수치심을 건드린 적이 있다.

별 거 아닌 말이었다. 그냥... 본인의 지인과 나를 비교하는 데서 시작했다.

나는 내가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내 약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는 내 그런 점을 들쑤셨다.

그렇게 나는 한순간에 정신과 약에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비관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간단했다. 그의 지인은 우울증을 앓았으나 자의로(잘은 모르겠으나) 단약까지 한 인물이었고, 나는 여전히 정신과 약을 먹어가며 기분 나쁜 문뱃내를 풍기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냥 입을 닫았다. 나는 원래도 자기변명을 싫어하는 편이기에, 구차해지는 나 자신이 싫었다. 그게 아니야... 라는 말은 나를 구차하게 만들 뿐이었다.

나도 살고 싶은 욕망이 어느 정도는 있는 인간이고, 단약도 해 봤다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서 병원에 다니는 것뿐이고, 주기적으로 가서 기본 대기만 1시간을 해야 하는 정신과가 신물나도록 싫고, 이겨내려고 애쓰는 인간일 뿐이고, 정신과 약이 좋아서 먹는 게 전혀 아니었는데. 정신과 약이 무슨 높은 의존성을 가진 마약이라도 된 듯 떠드는 그를 보며 나는 생각을 포기했다. 또한 억울했다.

마지막으로는 힘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나는 그런 저급한 위로가 싫다. 힘이 안 나는데 힘을 어떻게 내라는 거지? 있는 나 자체로는 부족한 걸까? 왠지 버티기만 하는 나로서는 떳떳해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울즐 완치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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