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하와이
영화와는 무관한 글입니다 그치만 그냥 써 보고 싶었어요
평범하디 평범한 20대 대학생으로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너 연애는 안 하니?
애인은 없니?
단도직입적으로 답합니다. 네.. 연애 안 하고요, 애인도 없습니다. 성인이 돼서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요즘 애들답게 몸만 섞는 관계가 있었던 거 아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본능에 충실한 인간도 못 됩니다. 그리고 본능에 충실한 인간을 보면 큰 거부감을 느낍니다. 무성애자에 가까운 모습이죠.
자, 그럼 이번 시간에는 연애에 대해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시야가 좁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국은 연애에 미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승연애,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뭐 등등. 이런 연애 프로그램이 TV 채널을 돌리는 족족 보입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간으로서 이런 연애 프로를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남의 연애가 궁금한가? 왜 이게 인기가 있는 거지? 어떻게 이런 거에 과몰입을 할 수가 있는 거지?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연애' 라는 목적 하나로 사람들이 결집되는 것도 신기하고, 그를 동력으로 여러 행동을 보이는 참가자들도 신기하고, 그에 열광하는 팬들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무튼 저는 이성에도, 연애에도 관심이 전무합니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이 제 연애사를 물을 때면, 그런 거 관심없다고 확 잘라 대답합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누군가를 절실하게 원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럽니다.
네가 이성을 안 만나 봐서 그래~ 하는 말도 종종 듣곤 합니다. 글쎄요.. 그렇게 재단 가능한 걸까요? 이성을 만나면 제 연애관이 270도 정도 바뀔까요?
저는 성인이 되자마자 격통 속에서 살아내야 했고,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생각이 들면 짜증이 났습니다.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이렇게 명확한데, 엉뚱한 게 떠오르면 제 자신이 싫어지곤 했습니다. 이성도 그 엉뚱한 것 중 하나였습니다.
그냥 다 지겨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많이 지쳐 있어요. 그래서 연애라는 걸 주 관심사로 둔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단순히 제 이상형이 확고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너무 많이 지쳐 있어서 모든 게 싫을 뿐입니다. 사실 이상형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냥 딱 봤을 때 '이 사람이다!' 싶으면 됩니다. (ㅈㄴ 어려움 차라리 무일푼 차은우 좋아한다고 하는 게 나을 듯 근데 무일푼 차은우 씨는 절 안 좋아하실 거니까 그만하겠습니다)
요즘엔 쉬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런저런 연애사를 물어 오는 사람이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답은 확고해져만 갑니다. 그런 토픽도 있었나요? 신기하군요. 근데 그게 왜... 궁금하신 건가요?
친구들의 연애사를 들어 보면, 정말 별 게 없습니다. 별 게 있다면 이상한 거지만, 저는 그게 참 하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별 거 아닌 걸 하며 웃고,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쓰고 싶었던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현실에 너무 지쳐 있어서, 온전히 저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청춘이 너무한 거 아니야?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근데.. 저는 오히려 저를 청춘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연애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잔혹해요. 제 청춘은 상처 투성이라, 그 누구도 가까이 와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날을 세운 채로 인간을 대합니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인 겁니다. 가까이 오지 마 다쳐
제 인간관계가 이런 식인데, 하물며 연애를 대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말 안해도 뭐...
사실 연애 상대의 조건 같은 건 상관이 없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공개 구혼) 중졸이든, 고졸이든, 명문대생이든, 회사원이든, 애 딸린 이혼남이든, 예술충이든 진짜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근데 그냥 이 모든 조건 자체가 이성에 관심이 없다를 전제로 깔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런 연애 질문들이 저에겐 그냥 경상도 맞장구 표현인 맞나? 정도에 해당합니다.
얼마 전 아는 선생님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꼬질이는 애인 같은 거 없어?"
"으으.... 네!"
정말 엑스자까지 표해 가면서 완강히 부정했던 적이 있네요. 그때 왜 미간까지 찌푸려 가면서 그랬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혈기왕성한 20대의 연애를 즐기기는 틀려먹은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제 색깔이 너-----무 확고한 인간이고, 그런 저에게 애정을 가지려면 정말 자아가 없는 수준으로 굽히고 들어오든지 같은 색깔을 가지든지 해야 하며, 저에게 그 어떤 성적 매력도 느껴선 안 됩니다.
예. 그냥 연애하기 싫다는 소리를 수능 영어 지문마냥 풀어 써 봤네요. 이 미친 계약 사항에 도장을 찍을 미친놈이 어디에 있을까요. (정말 어디 계신가요?) 그치만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긴 합니다. 어떤 경우냐면... 그 사람을 생각했을 때 마음을 후비는 격통이 느껴진다면,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는, 외관이 주는 아우라가 압도적이면 냅다 관찰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아우라가 본인만 느낄 수 있는 거라서,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지 특정할 수 없습니다. 참 글을 쓰면 쓸수록 미궁 속에 빠지는 듯하네요.
그래요 그냥 나의 해방일지의 미정이와 구 씨 같은 애인 관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아무 감흥이 생기지 않습니다. 서로를 숨통 트이게 할 관계가 아니면, 일말의 애정도 생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타난다 구원 서사..
제가 요즘 듣는 노래, 호피폴라의 그거면 돼요. 이 가사에 사랑을 대하는 제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다른 누군갈 사랑하란 말 내겐 너무 어렵죠
내일 보잔 말 이젠 불안할 뿐인 걸요
내겐 어젯밤 그 순간보다 맘 아픈 건 없었죠
사랑한단 말 그 말은 듣고 싶지 않죠
사랑한단 말은 하지 마요 안심시키려 거짓은 말아요
노력할 필요 없이 그냥 지금 내가 필요했단 말 그거면 돼요
이렇듯 애정과 연민과 그리움이 뒤섞여야만 그제서야 제 마음이 열리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연애에 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스킨십이 연애의 기본 조건이 된 시대에서, 저의 구식 마인드는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죠. 추구하는 바가 아예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자유롭게 살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이성적인 호감을 표시해 온다면,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일단 친구가 돼야 무언가 가닥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는 제게 추억을 만들어 준 친구를 능가하는 인물을 본 적 없고, 그 후에 저 홀로 사랑했던 대상들을 그리는 중입니다. 가장 최근에 좋아했던 사람은 어떤 언질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채무자 아님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도 봤는데,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흔적 하나 찾기도 어렵더라고요. 더이상 그 사람 주변인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싫어서 그냥 단념을 한 상태입니다. 어느 날은 당신이 갑자기 내게 나타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아예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보니 그 친구가 그리워지네요. 하하.
아무튼 저는 단순한 호감, 뛰어난 용모에 끌려 본 적이 없네요. 차라리 무일푼 차은우를 이상형으로 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차은우! 아이 참.. 저도 절 다루기가 참 힘들고 어렵네요. 평생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그 나름대로의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언젠가 제게 애인이 생긴다면, 동네 잔치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미친 게 분명해 그만큼 제게 사랑은 무거운 존재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제 사랑의 무게를 존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