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괴로움, 기억 하나 차이인 건데
눈을 뜨면 빈 약봉지와 물컵이 보인다. 분명 어젯밤에도 약을 삼키고 잤으니까.
똑딱똑딱
시계 초침 소리가 이렇게 컸었나
분명 어제를 다 살아냈는데 또 다른 아침이 왔고 난 눈을 떴고 또.. 그렇게 살아내야 한다.
그냥 혼수상태의 식물인간이 되고 싶기도 하다. 지겨우니까. 닥쳐오는 하루하루를 쳐내기도 버거우니까. 앞으로의 생이 얼마나 남았을지 가늠하다 보면 내 몸뚱이가 납덩이라도 된 느낌이다. 아니, 차라리 납덩이라면.
지겨워.
가끔 눈을 뜨면 그런 생각을 한다
또 깨어났네
왜 깼지
자다가 심장 발작으로 죽었다면
아프고 피곤한 내 인생도 그렇게 끝났다면 참 좋았을 텐데
모두가 슬퍼하지 않게 그렇게.
숨을 쉰다.
살아 있네
그니까 왜.
공황과 우울은 시시때때로 나를 찾아와 모든 것을 짓눌렀다.
괴로워. 나 좀 살려줘.
물고기 없는 어항, 매일 마주하는 똑같은 천장, 아끼는 수달 인형, 암막커튼, 줄 이어폰, 신경 안정제, 기타, 안 읽은 책이 태반을 이루는 책장, 깎아 놓은 연필, 야마하 라디오, 마주하기 싫은 더러워진 바닥.
나를 이루는 것들은 대부분 이랬다.
언젠가 눈 뜨는 것이, 매일 마주하는 천장이 지겹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그땐 그냥 지겨운 현재에서 도피하고 싶었는데,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살아내는 게 너무 힘들다.
모두 무엇을 위해 숨을 쉴까 생각해 본다. 모르겠다. 난 그런 게 없으니까, 남들이 알려준대도 이해는 못 할 것이다.
서른 이후의 삶을 그려 본 적이 없다. 그려 보려고 해도 그 나이까지 내가 살아 있을 거란 전제 자체가 너무도 선득해졌다.
제발 누구라도 좀 살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