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먹히는 면접 (2부)
이런 지원자 탈락시켰다
대기업에서는 어떤 사람이 탈락하고, 어떤 사람이 최종 면접까지 갈까? 생생한 현장 얘기를 들려주겠다.
이력서를 성의 없이 쓴 사람을 탈락시켰다. 오타가 있거나, 사전 공지된 이력서 요건을 갖추지 않았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를 말한다. 어느 회사에 제출해도 무리가 없을 만한 일반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거나, 장황하게 썼는데 요점이 없는 경우, 어디선가 베낀 것 같은 이력서도 탈락이다. 대기업 채용은 누구를 뽑느냐가 아닌, 누구를 탈락시키느냐 게임이다. 그만큼 스펙 좋고, 능력 있고, 풍부한 경험을 한 지원자들로 넘쳐난다. 면접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어서 이력서 내 키워드 검색으로 회사가 원하는 내용과 지원자의 특성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지원한 회사에서 사전 공지한 항목들이 이력서에 다 담겨야 하는 게 첫 출발이다. 성의 없는 이력서는 금방 표가 난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회사가 원하는 내용을 다 담도록 하자.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사람을 탈락시켰다. 실제 사례다. 갑자기 주 머니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내더니, '저는 길에 있는 차돌 같은 사람입니다. 거창한 이력은 없지만, 단단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흔하지만 그 자리에서 꼿꼿이 제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했다. 자신감이 마음에 들어 면접은 분위기 좋게 진행되었고, 다른 면접관들도 호감을 갖는 눈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가장 나쁜 일은 무엇이었나요' 마지막 질문이었다. '네, 대학교 때 엄마 돈을 훔쳤습니다' (놀랐지만, 애써 미소 지으며) '그랬군요. 얼마를요? 혹시 들키셨나요?' '2백만 원을 훔쳤는데, 엄마는 범인이 저라는 걸 아직도 모르세요. 크크' ...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리 어머니 돈이라도 2백만 원이면 경찰을 부를 일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죄책감은 고사하고, 진실을 말씀드리고 사죄할 마음조차 전혀 없이 농담처럼 말하는 게 아닌가? 단단한 차돌같던 이미지는 당돌한 도둑으로 순식간에 바뀌고 말았다.
또 다른 사례다. 온라인 영업직군 전문 면접이었다. 질문을 여러 차례 해도 온라인 사업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였다. '00님은 혹시 온라인 부문이 아니라, 그냥 우리 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건가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원래는 '아차! 실수했구나.'라고 당황할 거라 여겼던 지원자는 '네, 맞아요.'라고 해맑게 웃는 것이 아닌가? 그 면접은 회사 공채가 아닌, 온라인 영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자리였기 때문에 면접관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말실수를 했나 싶어 두어 차례 더 질문하며 만회할 기회를 줬지만, 대답은 비슷했다. 결과는 탈락!
근거 없이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지원자도 탈락이다. 회사에 입사해서 몇 년 안에 과장을 달고, 최연소 팀장이 될 것이며, 40대에 CEO가 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지원자가 있었다. 이력서를 아무리 뒤져도 그럴 것 같지 않은 역량과 경험이었다. 지원자는 겸손하면서도 배우려는 열정이 넘쳐야 한다. 자신감이 아닌, 지나친 자기애와 착각 속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사람은 조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 탈락이다.
면접 중 우는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면접 보면서 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많다. 여러 가지 감정이 벅차 올랐으리라 짐작하지만, 여긴 면접장이다. 절대 면접에서는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나요? 어떻게 극복했지요?' 이 질문에 갑자기 부모님이나 가정사, 힘들었던 취업준비 과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심한 경우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는 경우도 있다. 면접관은 당황하면서 티슈를 건네며 위로하지만, 대부분 뽑지는 않는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자기감정을 조절할 줄 모르는 지원자라면 앞으로 험난한 조직생활을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트라우마가 남을 경험을 한 지원자를 떨어뜨렸다. 이 지원자는 고등학교 때 집단 따돌림과 묻지 마 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교에 들어갔다고 하며 울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직 구성원으로 뽑기에는 주저하게 된다. 조직생활에는 잘 적응할까? 트라우마로 인해 일을 잘할 수는 있을까? 팀워크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잔인하지만 사실이다. 이럴 때에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했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설명을 해서 면접관들의 기우를 없애야 한다.
다년간 면접을 보면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면접 때는 탁월한 언변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지 원자가 입사와 동시에 180도 달라지는 모습도 보았다. 사소한 실수와 긴장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놓치는 지원자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노력에 달려 있다. 말을 잘 하고 못 하고는 중요치 않다. 목표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면, 미리 준비하고 끊임없이 연습하면 된다. 너무 떨린다면 신경안정제를 복용해도 좋다. 후회하지 않도록 맘껏 자신을 표현하라. 만약, 떨어진다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단, 3번까지다. 3번 도전해도 안 된다면 포기하라. 인연이 아닌 거다. 회사도 3번 이상 떨어진 지원자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차라리 다른 진로를 선택하든, 절대 포기가 안된다면 유사 업종에 들어가서 경력채용을 노리는 게 맞다. 인연이 닿지 않는 회사에 목맬 필요는 없다. 인생에는 얼마든지 다른 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