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생활 견디는 법 1부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는 없다.
대기업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하루 살얼음 걷듯, 줄타기 하듯 살아간다. 일거수일투족 소문의 대상이며, 매월 성과에 따라 나란히 일렬로 세워진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스트레스는 두 배, 세 배 더 커진다. 스스로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위에서 시키는 일 쳐내기가 바쁘다. 어느 한 해 힘들지 않은 때가 없고, 어느 한 해 비상경영이 아닌 때가 없었다. 늘 긴장의 연속이다.
건강했던 동료가 입이 돌아가는 안면마비, 구완와사에 걸린 적이 있었다. 입이 완전히 귀 밑까지 돌아간 모습에 놀라 펑펑 울기도 했다. 후유증으로 아직도 입이 비뚤어져 있다. 심장마비나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 암에 걸리거나, 불면,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일은 매우 흔했다. 그만큼 대기업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오죽하면 잘린 임원들에게 '그래도 병에 안 걸리고 퇴사하는 게 어디야.'라는 덕담까지 하겠는가? 비단 대기업이 아니라도 직장생활 자체가 큰 스트레스다. 사는 게 스트레스니,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팁을 알려주고 싶다.
우선,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나를 싫어하고, 여기저기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심지어 대화조차 나눈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물론 상대방 입장에서는 무언가 눈에 거슬리거나 마음에 안 드는 면이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먼저 승진했다고 미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늘 여성 1호였기에 더욱 타깃이 됐을 수도 있다. 주로 흡연장에서 끼리끼리 모여 험담을 하는데, 또 기가 막히게 귀에 들어온다. 후배가 전해주는 말에 쿨한 척했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다운되고 아팠다. '왜 저러는 걸까? 피해를 준 적도 없는데,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저렇게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말을 쏟아내는 걸까?' 생각 같아서는 당장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그 자체가 더 많은 뒷말을 만들어 낼 것을 잘 알기에 참고 또 참았다. 말을 전하는 후배마저도 미웠다. 걱정하는 척 말 전하기. 신물 났다. 똑같은 사람이니 말이다.
그 무렵 무심코 보았던 글귀가 큰 위로가 되었다. 10명 중에 나를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은 2명,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은 1명, 나머지는 모두 무관심하단다. 그러니 자신 있게 살라는 말이다. 출처도 기억나지 않은 이 글귀는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지금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그 10%라 생각하니, 그렇게 많이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를 좋아해 주는 두 명에게 더 잘하고, 나머지는 무관심하다니 자신 있게 살면 되는 것이다. 싫어하는 한 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날 좋아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씁쓸하지만 오히려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반대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생긴다. 입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일을 너무 못해서, 간신배처럼 왔다 갔다 해서, 그냥 이유 없이 싫기도 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겠지 생각하면 씁쓸한 웃음도 나온다.) 팀장시절까지는 구성원들을 일 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칭찬해 주고, 고과도 잘 주고, 승진도 시켜줬다. 일 못하는 사람들은 및 번 코칭하다가 타 부서로 보내거나, 퇴사시켰다. 그게 회사를 위해 맞다고 생각했다. 감정은 다분히 상대적이어서, 신기하게도 싫어하는 티를 최대한 내지 않았는데 상대방도 나를 싫어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은 그런 게 아니더라. 사람을 이중잣대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분석하고 메모했다. 이름, 나이, 직급, 장점, 단점을 분석하니, 누구든 각자의 달란트와 관심분야가 있었다. 일을 못하는 사람도 다른 달란트가 있고, 단지 업무나 자리가 맞지 않는 것뿐이었다. 또는 심리상태가 좋지 않아 일할 의욕이 없을 수도 있다. 장점 위주로 보기 시작하니 싫은 사람 수가 현저히 줄기 시작했다. 싫은 상대를 마주칠 때마다 장점을 떠올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대했다. 마치 '나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참 쉽지 않더라. 좋고 싫음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편이라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자꾸 연습하니 이제는 아무리 싫은 사람에게도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물을 정도는 되었다. 놀랍게도 상대방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쿨하게 인정하자.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