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리스마회사선배 Nov 11. 2024

왜 임원이 돼야 할까?

임원 승진날의 일기

  임원이란 회사경영에 중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직책이다. 재직기간은 기업과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어야 2~3년 정도가 대부분이다. 즉, 만년부장보다 훨씬 짧다. 국내 100대 기업 직원이 임원이 되려면 12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며, 확률은  0.83%라고 한다.(23년 한국 CXO연구소) 그런데도 직장인의 꿈이 임원인 이유가 무엇일까? 임원이 되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사실, 되고 나서야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다. 임원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 보도록 하자.


  먼저, 임원 승진 즈음의 일기를 공개하겠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감동, 기쁨, 허탈함, 배신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임원이 되다."  


  세월호가 대한민국 엄마들의 가슴속에 깊이 가라앉은 지 1주기다. 공교롭게 오늘 임원이 되었다. 어제 대표님이 불러 소식을 전해주실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쏟아지는 축하문자, 메일, 전화를 받으며 조금씩 실감났다. 경영진 이슈로 승진발표가 늦어졌고, 그룹 전체에서 13명만 신규임원으로 승진시켰단다. 글로벌 5명을 제외하면 국내는 8명뿐이라고 했다. 그 안에 들다니..  얼떨떨하다. 엄청나게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이 회사에서 14년, 사회생활 2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까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회사를 다니며 아기도 둘 낳고, 흰머리도 생겼다. 그동안의 땀, 눈물, 고단함을 일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이다. 눈물이 핑 돈다. 코 끝이 시큰하다. 전화선으로 들리는 연로하신 엄마 아버지도  울먹거림에 목소리가 떨리신다. 우리 막내 장하다, 참 장하다. 고맙다. 참 고맙다.  


  나야말로 회사에 참 고마웠다. 내세울 것도 별로 없는데... 일만 열심히 한 게 다인데. 믿어준 회사에  마음 깊이 감사하다. 괴롭히고 견제하던, 지금은 떠나버린 상사들, 담배 피우며 험담을 해대던  동료들, 앞뒤 다른 후배들.. 여전히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어쨌든 고지에 올랐다. 남은 인생 이 회사를 위해 바치리라. 충성을 다하리라.


  많은 사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당황스럽게도  중 몇은 갑자기 차가워졌다. 축하는커녕  대놓고 불쾌함을 표현한다. 라이벌 모씨는 발표듣고 회사를 뛰쳐나가 안 들어오고 있단다. 괜히 미안해져 뭐라도 감사표현을 생각하다가, 새벽에 일어나 김밥 50줄을 쌌다. 주문하면 간단하겠지만, 직접 만든 김밥에 진심이 더해질 것 같았다. 쑥스러웠지만 조용히 김밥을 나눠줬다. 참으로 놀랍게도. 몇몇은 고마워하지도 않았다. 그래, 속상하겠지. 자기가 더 잘났다고 생각했을 텐데.. 배 아프겠지.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나도 다른 동료가 먼저 승진할 때 저런 마음이 지 않았던가? 활짝 웃으며 축하해 줄 마음은커녕 분해서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지 않았던가? 많이 서운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래도 제일 속상한 것은 친하다 생각했던 동료의 냉담한 반응이다. 평생 친구로 생각했는데  나는 그냥 라이벌이었나 보다. 마음이 아팠다. 나라면 어땠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겉으로나마 축하문자 하나 정도는 보내주지 않았을까?마지못해 축하인사를 건네었던 못난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못났었지.. 나도 그랬었지.. 좋은 일에 한껏 축하해 주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은 거라는거.. 마음을 숨기기란 쉽지 않은 거라는걸 알게 됐다.


  임원 승진은 며칠사이 인간관계를 깔끔히 정리해 줬다. 분명한 건 친구가 떠나고 적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누가 친구인지, 적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는 거다. 앞으로의 미래가 두려움 반 기대 반인 이유다.


 임원 된 소감.. 기쁘고 슬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