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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마회사선배 Dec 23. 2024

이직 시 소프트 랜딩하려면

삼 개월 입 닫기  

  네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금융업-> 유통업-> 식품제조업-> 화장품제조업.. 업태도 업종도 참 다양하다. 주로 대표이사를 따라 옮겼고, 마지막 회사만 자의적으로 옮겼다. 대표이사가 데려왔든 제 발로 들어왔든 텃세는 회사마다 만만치 않았다. 왕따도 당했고, 대놓고 빈정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악의적으로 전 직장 소문을 경영진 앞에서 흘리는 파렴치한도 있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싸우고 울면서 극복해 냈다. 이 아픈 경험이 회사를 옮겼을 때 어떻게 하면 빠르게,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일단, 3개월 동안은 입을 닫고 귀만 열어라. 새로 온 사람이 가장 주목받기 쉬운 방법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작은 조직으로 이직한 외부인력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가면 여러 문제점이 눈에 된다. 모든 게 엉망이니 빨리 확 뒤집어 버리고 싶다. 이런 성급함은 기존 구성원들에게는 불편함과 불쾌감을 준다. 과거에 대한 비난은 옆 동료들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은 순간 혹할 수 있으나, 기존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만든다. 그러니 딱 삼 개월  동안의 온보딩 기간에는 제발 입을 닫아라. 귀만 활짝 열고 듣기만 하라. 사람들이 질문할 때만  입을 열어라. 대신 온보딩 기간에 느낀 문제점을 정리해 보라. 없앨 것(Eiminate), 줄일 것(Reduce),  강화시킬 것(Raise), 새롭게 시작할 것(Creat) 등으로 나눠서 생각을 정리해 보라.(블루오션 경영전략 도출 프레임). 3개월 지나면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보가 많아지면서 상황이 이해되어  판단을 흐리기 때문이다. 이때 정리한 문제점은 몇 년 전부터 조직의 과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황금 같은 3개월 동안 문제점을 파악, 정리하는 한편, OT는 완벽하게 받아야 한다. 업무 히스토리, 시스템, 조직문화 등 궁금한 것을 모두 해소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궁금해도 질문이 민망해진다.  


  직속상사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동료들과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속상사의 신뢰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 후 '그 친구 어때?'라는 주위 질문에 답할 사람은 바로 직속상사이기  때문이다. 그/그녀의 입을 통해 내 평판이 윗사람에게 전해질 것이다. 상사가 신뢰하는 동료 선후배를 눈여겨보고, 일단 그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좋다. 상사 스타일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드려라. (10/14, 10/21 '상사는 못 바꾼다' 연재글 참고) 상사도 나를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자리가 불안한 일부 상사는 견제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성과를 낼 구성원이니 동료보다는 텃세가 덜할 것이다. 이직한 일주일 내 떡이나 음료수를 돌려도 좋다. 유치해 보여도 은근히 먹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받으면 마음이 쓰여한다. 고향이 지방이면 특산물을, 아니면 커피  한 잔이라도 돌리면서 '잘 부탁드린다'라고 인사해 보라. 에 자기 이름, 맡은 업무, MBTI, 고향 등  간단한 소개글을 적어도 좋다. 다음 날부터 최소한 점심 같이 먹을 사람은 생길 것이다.


  3개월 후부터는 존재감을 부각해라. 외부 인력들에 대해서는 방어적 태도도 있지만, 동시에 기대감도 존재한다. 몇 달이 지나도 기존 멤버들과 다를 바가 없다면 이 또한 회사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보라. 3개월 동안 얻은 정보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보여줘야 한다. 전 직장에서의 경험과 사례를 전달해도 좋다. 단, 딱 1년까지 만이다. 1년이 지났는데도 전 직장 얘기를 반복하면 반감이 커진다. '그렇게 좋으면 회사를 왜 옮겼어?'라고 빈정대는 사람이 생긴다. 블라인드에 스멀스멀 내  초성이 오가기 시작한다.  


  영향력 있는 빅마우스와 의도적으로 친해져라. 누가 빅마우스인지는 금방 알게 된다. 특히, 인사, 감사, 재무, 사업기획, 비서쪽을 집중 공략하라.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한 두 번은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경영진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회사 커뮤니티에도 가입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가급적 많은 밥자리, 술자리에 참석하라. 최소 1년은 회사 사람들과 저녁자리를 많이 가지도록 하자. 점심 먹으면서 나누는 얘기는 잡담이다. 속 얘기는 결국 저녁 술자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직 1년까지는 집에 일찍 가려고 하지 말라. 다 투자라 생각해라.


  지위가 높을수록, 영향도가 강할수록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임원으로 이직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특히, 술자리를 조심하고,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하라. 임원의 자격을 성과로 증명하고, 임원의  품격을 언행으로 유지하라. 대표이사나 오너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라.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경영층의 지지가 부족하면 조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 임원 영입 시 1년 정도는 일부러라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 기간 내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1년이 지나면 서서히 오너의 3심이 작동한다. 더 이상 새롭지 않다고 느낀다. 최소 2년 내에 업무 혁신과 조직 소프트랜딩 모두를 이뤄내야 한다. 경영진 앞에서 또는 동료 임원들에게 절대 다른 임원들의 험담을 해서는 안  된다. 나 빼고 모두 한 통속이다.  만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생기면 뽑아준 대표나 오너와 1:1로 있을 때만 사실 기반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직은 인생이 바뀌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길게 다니든, 짧게 거쳐가는 곳이든, 있는 동안 편하게 성과를 내려면 본인도 노력을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MBTI  I라 그런  것 못한다고? 못하는 건 없다. 회사에서는 무조건 E여야 한다. 안되면 노력하라. 노력 없이 텃세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하나만 기억하자. 3개월 동안 입 닫고 귀만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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