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과학이 말하는 태교의 중요성
태아의 뇌는 임신 3~4주 차부터 시작해 임신 전 기간 내내 발달한다. 특히 뇌기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27주 차까지가 중요하다. 그 무렵 나는 회사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하던 신입사원이었다. 엑셀이 서툰 탓에 앞 뒤 숫자가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가르쳐주는 선배도 없이 혼자 끙끙대며 야근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 울기도 했다. 그즈음 뱃속에 있던 첫 아이는 누구보다 예민한 성격으 로 태어났다. 밤에는 잠을 안 자고, 수시로 깨서 울었다. 잘 먹지도 않아 변비도 심했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반면 작은 아이를 가졌을 때는 모든 상황이 평화롭고 안정적이었다. 일도 그리 힘들지 않았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도 훨씬 덜했다.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마음도 편안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순둥이었다. 불편하거나 배가 고파도 악을 쓰며 우는 법이 없었고, 울더라도 아기 송아지가 음메~~ 하는 것 같았다. 자라면서도 성격이 모나지 않았고, 둥글둥글 누구와도 잘 지냈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고, 반드시 태교만이 원인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태교가 분명히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했다. 여전히 예민한 큰 아이를 볼 때마다 태교 탓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임신 중 엄마의 신체적, 정서적 상태가 태아의 발달과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들도 차고 넘친다.
태교는 아기의 정서적, 신체적인 건강을 위해 임신 중에 엄마가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을 말한다. 고대 동양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왔지만,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임산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이 호르몬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신경계와 뇌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도넬/2009/임신 중 스트레스가 아이의 행동 및 정서문제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논문), 임신 중 음악을 들려주거나 태담(태아에게 말 걸어주기)을 하면 태아의 청각 자극이 증가하고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파르타넨/2013/임신 중 음악을 들려준 아기의 경우, 태어난 후 그 음악을 기억하고 반응한다는 논문), 임산부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 태아의 신경계와 신체 발달,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영양부족이나 특정 영양소 결핍은 태아의 성장 지연이나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바커/1995/임신 중 영양 상태가 나쁘면 태아가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논문) 엄마가 태아와 교감을 자주 하면 출산 후에도 아기와 애착형성이 더 빠르고, 안정적이다. 안정적인 애착은 아기의 사회성, 정서안정, 인지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퍼버/2004/태담, 마사지 등의 태교활동이 출산 후 엄마와 아기의 애착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논문) 등 수많은 근거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태교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감정태교다. 태아는 엄마의 감정변화를 호르몬과 자율신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므로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자주 해야 한다. 명상, 산책, 따뜻한 목욕, 충분한 수면을 통해 스트레스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음악태교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16~20주 이후에는 태아가 소리를 인식하니 엄마가 편안한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다 들을 수 있다. 너무 큰 음량이나 빠른 템보는 피하는 것이 좋다.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일기를 쓰는 것, 컬러링북 색칠하기, 뜨개질도 좋다. 배에 손을 얹고 아기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태담도 중요하다. 아빠도 배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태명을 부르면서 '고마워. 사랑해' 같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면 정서적 유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임산부 요가, 가벼운 산책, 수영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영양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넓은 범위의 태교에 해당한다. 즉,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고,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을 해야 하며,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태교를 전혀 믿지 않았던 나도 두 아이를 경험해 보고 나서야 절대 신뢰가 생겼다. 엄마의 몸과 마음이 태아에게, 특히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체험했다. 좋은 태교는 과학적으로도 태아의 신체발달, 뇌발달,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 경험과 과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그건 믿어도 좋다는 뜻이다.
아기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중요한 태교, 그 시기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