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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러버 Apr 08. 2023

내 손 안의 메뉴판


주말 아침이다. 9시가 넘어 눈을 떴다. 아이들도 남편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은 뭘 먹지?’ 자연스레 배달앱을 누른다. 아침을 해결할 수 있겠다.

남편 딸 아들 그리고 나 모두 기호가 다르다. 되도록이면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음식이어야 한다.

한식 중식 돈까스 분식 카페 등등 메뉴는 다양하다.

메뉴를 고르려고 한창 배달앱을 살펴보는데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주말 아침인데 엄마표 음식이 아니어도 되는거야? 배달 음식을 아침부터 먹겠다는거야? 불량엄마 아니야?’

‘아~ 몰라. 나도 힘들었어. 주말엔 나도 쉬고 싶어. 내가 만든 음식이 맛나지도 않아. 오늘만 시키자’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언제부터 배달앱을 사용했지?’ 하고 지난날을 생각해 보았다.

배달앱을 사람들이 한창 사용하는 중에도 내 핸드폰에는 배달앱이 없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내가 배달을 시키는 음식은 짜장면과 치킨이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 걸러 한 번은 배달 음식을 먹는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일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집 밖을 나갈 일을 되도록 만들지 않았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한계가 있었다. 자연스레 배달앱을 눌렀다. 음식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되고, 맛집이라 소문난 식당의 음식을 배달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밥 먹을 때가 되면 배달앱을 눌렀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늘어났고, 엄마들은 만나면 삼시세끼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들을 한다. 삼시세끼를 다 해 먹기는 힘들고 배달을 시키거나 밀키트를 주문해서 먹기도 한단다. 서로 반찬가게나 밀키트, 먹을 만한 냉동식품 들을 공유한다. 또 손 안에 든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주문을 한다. 코로나 이후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삼시세끼를 어떻게 그리 차려 내셨을까? 아버지는 메인 메뉴가 없으면 반찬이 없다고 하셨다. 김치와 김만 있어도 우리는 밥을 잘 먹는데 아버지는 아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매끼니 한 가지 메인 메뉴를 준비하셨다. 바로 끓여낸 된장찌개, 바로 구워 낸 생선구이, 바로 무쳐낸 나물. 그 음식들은 가족의 건강을 지켜내는 엄마표 밥상이었다. 그 시절에도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오늘 저녁에는 뭘 먹어야 되노?’

그 고민에 한마디 거들지도 못했지만 어김없이 식사 시간이 되면 마법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정갈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엄마가 해 주신 음식들이 생각난다. 나는 꽃게 된장을 좋아한다. 그래서 막내딸이 집에 온다하면 아버지는 어머니께 “꽃게 된장 끓여 놔라~”하셨다. 엄마표 꽃게 된장은 멸치육수에 된장을 넣고 고춧가루를 조금 풀어 꽃게를 넣고 끓이다가 양파, 파, 고추를 넣어 조금 조리면 완성된다. 내게는 밥도둑이라 할 만큼 맛있는 반찬이다. 꽃게 살을 발라 밥에 얹어 먹고 된장 국물을 한 입 떠 먹으면 달큰하고 구수함이 일품이다. 엄마표 꽃게 된장이 그리워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 보지만, 역시 그 맛이 아니다. 엄마의 손맛이 들어가야 되는거다. 지금은 어머니의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들은 이제 나에겐 그리움이다.


퇴근하고 돌아와 지친 몸으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냉장고 문을 연다.

‘오늘은 뭘 먹을까? 냉장고에 뭐가 있지? 아... 그냥 시켜 먹을까?’

“얘들아, 오늘 뭐 먹고 싶어?”

“엄마가 해 주는거 아무거나”

“응 그렇지 엄마가 해 주는거 먹고 싶지?”

우리 엄마가 고민했듯 나도 고민한다.

‘오늘 저녁에 뭐 먹지?’

어느새 뚝딱뚝딱 나도 저녁 식탁을 차려낸다.

엄마 손 안에는 메뉴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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