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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Jun 18. 2020

티치아노 베첼리오

술은 독일까? 약일까?

티치아노는 페라라 Ferrara 공국의 알폰소 데스테 1세의 궁전 내부를 꾸미기 위해 현재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와 함께 <안드로스 섬의 주신 축제>, <비너스를 경배함> 이 두 작품을 그렸다.


<안드로스 섬의 주신 축제>는 안드로스 섬 마을에서 벌어진 술의 신 바쿠스(디오니소스)를 위한 축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안드로스 섬의 주신 축제

그림 정중앙에는 하얀색의 그리스 옷차림을 한 남자가 포도주 잔을 높이 들고 있다.

중앙 아래 한 여인이 한 손엔 플루트를 다른 손으로는 술잔을 높이 쳐들어 술을 받고 있는데, 무릎에 놓인 악보에는 "술을 맘껏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은 술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적혀 있다. 중앙에 있는 남자의 높이 치든 포도주 병은 그야말로 '술에 대한 예찬'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티치아노가 참고한 고대 그리스 신화는 3세기경의 그리스 철학자 필로스트라토스의 저서 <상상>에 기록된 것으로 필로스트라토스는 "포도주를 적당히 마시는 것은 정신에 유익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예나 지금이나 주당들의 핑계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절제되지 못한 술의 역효과 역시 티치아노는 놓치지 않았다. 화면 오른쪽 언덕에는 술에 곯아떨어진 한 사람이 바닥에 드러누워 있고 그 아래 오른쪽 모퉁이에는 제 몸이 다 노출되는 것도 잊은 님프 하나가 널브러져 있다. 술 하면 음악이, 음악이 나오면 춤이 나오기 마련이라 화면 오른쪽에는 타치아노 특유의 '고급스러운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여인과 춤을 추고 있다. 남자의 손에 들린 것은 포도넝쿨로 만든 화관인데 이는 디오니소스가 쓰고 다니던 것이다.

비너스를 경배함

<비너스를 경배함>은 오른쪽에 놓인 비너스(아프로디테) 상을 숭배하는 수많은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상단의 날개 달린 세 아이는 아마도 큐피드(에로스)를 포함한 님프들로 비너스의 상징인 사과를 모아들고 있다. 그림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결국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풍부한 생식력을 바탕으로 한 '풍요'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규모가 큰 유치원의 모습을 능가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은 바로 그 사랑의 힘으로 생산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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