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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May 25. 2020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

클림트의 작품 <키스>  단 한 작품을 보기위해 미술관에 간다면

고풍스러운 도시 풍경이나 '리틀 베르사유'라고 불리는 쇤부른 궁의 아름다움, 비엔나커피의 달콤함보다 클림트의 <키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더 설레었다. 빈 중앙역에서 남동쪽으로 20분쯤 가면 벨베데레 궁전이 있는데, 이곳에 클림트의 그림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려면 반드시 이곳을 방문해야 한다. 벨베데레Belvedere는 이탈리아어로 '경치 좋은 전망대'를 의미한다. 벨베데레 궁전은 건물도 아름다울뿐만아니라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 궁전은 1716~1723년에 바로크 건축의 거장 요한 루카스 폰 힐 데브란트가 당시 황제에 버금가는 세력을 누리던 오이겐 폰 사보이 공의 여름 별궁으로 설계해 완성한 곳이다. 오이겐 공은 사보이 출신이지만 빈으로 건너와 신성로마제국의 최고사령관이 되었고, 오스만튀르크의 침략으로부터 빈을 구한 장군이었다. 그 후 오이겐 공이 사망하자 합스부르크 왕가는 이곳에 미술품을 수집해 소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곳은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해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가 1914년까지 거주한 곳이기도 하다.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군주제의 몰락과 함께 벨베데레 궁전도 시민을 위한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이 궁전은 자연 경사면을 경계로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 있는데, 미술 작품들은 상궁의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상궁은 지상 층과 1,2층의 세 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층에는 바로크와 중세 미술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정원으로 이어지는 출구가 따로 있다.  1층에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의 작품들과 함께 1880~1990년 사이 빈 시기의 작품들이 있다. 2층에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비더마이어(1815~1848년 전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나타난 서민적 양식으로 당시 빈에서 크게 유행),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미술사의 개략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오스트리아의 화가들 외에도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카미유 코로, 오노레 도미에, 장 프랑수아 밀레, 카미유 피사로,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르 드가,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빈센트 반 고흐 등 낭만주의에서 인상주의에 이르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과, 조반니 세간티니, 에드바르트 뭉크,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등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의 표현주의 작품들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하궁은 전쟁 전인 1903년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와 카를 몰 등의 노력으로 갤러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는 주로 오스트리아의 바로크 예술품을 전시했는데, 이후 컬렉션을 상궁으로 이관하고 현재는 특정 테마를 선정해 기획 전시를 하고 있다.


이 미술관이 유럽의 주요 미술관과 구별되는 특이한 점은 각종 기획 전시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해 극히 소수의 걸작을  제외하면 수시로 전시 장소가 변경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일하는 투어 가이드들조차 몇 주만 들르지 않아도 해당 작품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혹시 꼭 감상하고 싶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방문 전에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작품의 대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클림트의 작품들은 2009년 한국 전시를 마지막으로 작품 보호를 위해 해외 전시를 하지 않고 있다. 빈에 와서 굳이 벨베데레 궁전을 방문하는 이들은 대체로 클림트와 실레의 작품을 보려는 목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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