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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May 24. 2020

책으로 노이에 갤러리를 거닐다

오스트리아의 대표 화가 클림트

노이에 갤러리는 19~20세기의 독일. 오스트리아 회화와 장식미술품을 전시하는 개성 있는 장소로 뮤지엄 마일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최근에 문을 열었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작들의 수준이 높아서 상당히 알찬 곳이다. 노이에 갤러리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이에 있다. 갤러리는 유명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의 회장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로널드 로더(창업자 에스티 로더의 아들)가 2001년에 개관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미술 중개상이자 전시 기획자인 서지 사바스키와 이 미술관 건립 계획을 세웠다.


노이에 갤러리는 상설 전시 목록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외부 작품을 수시로 전시하는 개방적인 스타일로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건립자 로널드 로더의 개인 소장품이나 다른 소장가들의 작품을 대여해 풍성한 특별전을 열기도 한다.


노이에 갤러리는 1층과 지하에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스타일의 카페 겸 식당 때문에 더 유명세를 탔다. 이 미술관을 같이 구상했지만 완공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동료 사바스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카페 사바스키는 뉴욕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카페는 갤러리 입구를 지나 오른쪽에 있다. 항상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하는데, 지하의 카페도 같은 메뉴를 팔기 때문에 그곳에서 먹어도 된다. 뉴욕에서 비엔나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장소로 실내 장식도 그곳의 카페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해 분위기가 일품이다.


카페를 나와 2층으로 올라가면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와 에곤 쉴레Egon Schiele,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화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여기서 한 층 더 올라가면 파울 클레Paul Klee,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 오토 딕스Otto Dix 같은 독일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

노이에 갤러리 소장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시대를 대변하는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

노이에 갤러리는 2006년 당시로서 세계 최고 금액인 1억 3,500만 달러의 거액으로 이 작품을 사들였다.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은 비엔나의 유명 은행가의 아내이자 클림트의 연인이었던 아델의 초상화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모델의 부와 힘을 나태내기 위해 금박 또는 은박으로 캔버스를 장식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꽃과 기하학적인 문양은 그림을 더욱 찬란하고 화려하게 만든다. 클림트가 추구한 이런 장식은 비잔틴 벽화의 영향을 받았다. 이 작품을 만들기 몇 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한 클림트는 라벤나 산 비탈레 교회에서 초기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 벽화를 보았다. 화려한 벽화에 강렬하게 매료된 그는 이후 작업에 적극적으로 요소들을 반영했다. 비잔틴 회화에는 성모나 예수, 성자들이 등장하는 반면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에는 세속의 한 여자가 등장하는 것만이 다르다. 그녀는 손목을 꺾은 채 불안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클림트는 이렇게 엄청난 부와 힘에 싸여 있는 모델에게서 내면의 약한 면을 이끌어 낸다. 20세기 초 데카당스의 분위기 속에 그녀는 마치 황금 속에 질식하는 시체처럼 보인다.

 <댄서>

클림트의 다른 작품 <댄서>는 동양풍의 옷을 입은 여자의 초상화다. 배경과 옷에는 경계가 불분명한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다. 일본풍이 강해 모델마저 동양 사람처럼 보인다.

이 초상화는 원래 금융가 알렉산더 뭉크가 자살한 딸 마리아를 그려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가슴을 풀어헤친 채 서 있는 모델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무리 클림트라도 죽은 사람을 이렇게 가슴을 드러낸 상태로 불경스럽게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자매를 그린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노이에 갤러리는 클림트의 풍경화도 소장하고 있다. 클림트는 <키스> 시리즈나 앞의 초상화들과 같이 화려한 인물화 외에 소박한 풍경화도 즐겨 그렸다. 전체 작품의 4분의 1이 풍경화니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프랑스 신인상파처럼 점묘법으로 그린 풍경화는 다른 유명 그림들에 가려져 그리 높게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한번 눈여겨볼 만하다. 관능적인 분위기의 그림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신인상파의 그림과 달리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의 풍경화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보여 준다.

<아터제 슐로스 호수의 다리>는 클림트가 1900년부터 약 10년 동안 그린 아터제 마을의 풍경이다. 오스트리아 북부의 호숫가에서 그는 배를 타고 다니며 야외에서 직접 그림을 그렸다. 오페라용 외안경이나 망원경을 이용해서 그렸기 때문에 공간은 압축되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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