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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Sep 02. 2020

90년생이 온다

신세대가 벼슬이다.

90년대생과 일해본적 있으신가요?

CF 광고에서만 나오고 드라마에서만 천지분간 못하는 애들이 있나 보다 했는데(다 그런건 아닙니다만) 막상 그들과 일하면서 복장 터지고 다크서클 내려오고 '라떼'를 찾아야 하는 꼰대가 되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쩜 어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오히려 상전이 되어가는 그들과 일하느니 나 혼자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적어도 나는 안 그러리라 자신했었는데 기어코 꼰대로 만들어버리고야 마는 90년대생들.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90년 대생들의 삶의 풍경을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신세대

리포트 <90년생이 온다>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80년대생이 70년대생에게 90년대생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 책이 아이러니하게도 90년대생이 더 많이 읽었다고 합니다. 자기 세대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꽤나 궁금했나 봅니다. 이 책은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책입니다.


90년대생은 어려서부터 인터넷에 능숙하고 모바일 라이프를 즐겨온 '앱 네이티브'입니다.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그들은 애써서 알고자 하지 않으면 이해되기 힘든 존재입니다. 그들은 일부는 학생이기도 하고 일부는 신입사원이기도 하고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라고도 하고 Z세대라고도 불리고 속칭 9급 공무원 세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릴만큼 모두가 공무원이 되고자 합니다. 그런다고 다 공무원이 될 수도 없는데 왜 그들은 그렇게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이 모두가 이전 세대들의 경험을 통해 나타난 반사적인 처세입니다.


70년대생은 1997년 IMF사태로 국가 재정이 파탄나서 취업이 어려웠을 뿐만아니라 정리 해고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고 80년대생은 그와 같은 위기감에 자기 계발에 몰두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활성화되는 불안정한 삶을 지속하는 것을 보고 90년대생은 깨달은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안정과 평화를 주는 최상의 직업은 공무원이라는 것을요.


이 책에서는 90년대생을 인터뷰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복한 삶이었고 그에 가장 적합한 직업이 공무원이었을 뿐입니다.  80년대생 이전의 세대가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합니다.

우리 삶이 자기만족, 행복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선택을 나무랄 수 없지만 유능한 학생들이 모두 공무원을 꿈꾸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요? 물론 바란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요.


90년대생의 구체적인 특징을 세 가지로 말한다면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예요.  다시 말하면 병맛, 솔직함이 그들의 인생 무기예요. 이들 세대의 줄임말은 그 영역이 제한이 없을 정도로 늘어나서 기존의 모든 단어에 급속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저도 그들과 '카톡'을 하면서 문법을 갖춘 저의 긴 문장을 초성으로만 답문해서 '도대체 이게 뭐야?' 황당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초성체 대화는 일상이고 말보다 이모티콘이 앞섭니다. 그나마 이모티콘은 추측이라도 가능하지만 "스압으로 다 읽지 못하겠음. 세 줄 요약 바람"이 난무하는 그들만의 세상은 그들과 다른 세대로서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은 업무도 잘 모르면서 윗 상사의 눈치는 우리세대들만 보는건지, 그들의 엉뚱함과 황당한 상황에, 불똥이 우리에게 튀니 일을 시켜놓고도 따로 해놔야 하는 이중고 그러고도 업무지시를 해도 어디에 엎드려야할지를 귀신같이 알아서 윗 상사의 비위만 맞추고 정작 모든 일은 다시 기성세대가 해야 하는 요상한 상황.

영특(?)한 이들은 그야말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골라서 하는데 최적화된 세대의 특징을 보입니다.


새로운 병맛 문화의 출현도 그렇습니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에서 마지막 지위를 차지하는 자아실현이 이들에게는 기본 욕구로 분출됩니다. 90년 대생들의 의식은 자아실현 충족을 향해 달리면서도 스스로를 어떤 세대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공정한 시스템을 선호하고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충성합니다.


90년대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결정적 이유 또한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한 경쟁 시스템이 공무원 시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당연해야 할 '워라밸'이며 '칼퇴근', '육아휴직'이 그나마 당연하게 인정받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윗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70년대생이 회사를 위해 헌신이며 열정 페이를 지불했다면 80년대생은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고 승진하는데 집중했고 90년대생에게 그와 같은 헌신은 헌신짝과 같은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바라본 90년대생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적 문화에 정색하고 질문하는 그들의 합리성을 존중하자며 90년대생들을 위한 조직문화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 따위에 호소하는 고루한 방식이기보다 그들의 열정에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대는 참여에는 긍정적이지만 참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이들은 자신과 일정 정도 관계있는 일에만 직접 나서고자 합니다. 그들의 참여를 끌어낸다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고 소비자로서의 90년대생을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성향과 감성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들의 문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어필하거나 그들과 함께 일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원하는 재미와 정직에 기반한 삶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의 추세를 맞추어 가야 한다지만 지금의 90년대생들도 이후 세대에게 신세대라는 자못 반짝이는 타이틀을 내어주고 다시 또 새로워진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시점이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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